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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갈등 속 언론장악방지법의 앞날은?-9월 정기 국회 앞두고 열쇠는 안건조정위원회 관련 국회법 개정과 여론조성
이윤수 기자 | 승인 2017.08.12 23:00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은 6:3, 7:4 
MBC와 KBS 노조원들은 언론장악방지법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6월 14일 ‘고대영 퇴진 끝장 투쟁 선포식’에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성재호 위원장은 “KBS의 독립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장치인 지배구조 개선이 담겨있는 방송법 개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6월 2일 ‘김장겸, 고영주 퇴진행동, MBC 선언의 날’ 집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허유신 홍보국장은 “6대3이라는 게 법에 나와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한 규정은 없어요. 관행을 그런대로 유지해왔던 겁니다. 근데 그게 바람직한 게 아니잖아요”라며 현행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지적했다. 현재 KBS 사장 선출권을 가진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집권 여당과 정부에 편향적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워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당시 야3당 의원 162명은 이른바 ‘언론장악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4개 법안을 묶어서 개정안을 낸 것이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각 공영방송사 이사 선임 비율을 여야 7 대 6으로 개편 △사장을 뽑을 때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와 종사자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명문화 등이다. 또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공영방송 사장·이사진을 3개월 안에 새로 구성해야 하므로, 현재 사장과 이사진의 임기는 자동 종료된다. 박홍근 의원은 스토리오브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방송법은 정부가 공영방송의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의 이사 절대다수를 추천하는 구조를 통해 방송 장악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며 전 정권에서 반복된 낙하산 임명을 막기 위해서는 여당 추천인사가 압도적 수적 우위를 갖는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 법안 내의) 장치들은 단순히 기계적 중립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이 더 이상 정권에 의해 장악되지 않고 국민 대다수로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라며 법안 통과에 주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언론장악방지법의 통과는 가능한가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과 노조원들은 언론장악방지법 통과에 회의적이다. 허 국장은 “법안이 국회에 계류됐는데 의원들이 실제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각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겠죠”라고 말했다. 6월 23일 이화여자대학교 SK텔레콤관에서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19대 TV 토론 평가’ 강연에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통과에 대해서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야당만 협조를 하면 방송 공정성 회복을 위해 이 법을 통과시키고 싶죠. 근데 지금 자유한국당은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딱 멈춰 서있는 겁니다”라고 신 의원은 말했다. 현재로선 자유한국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동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박홍근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위원장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신상진 의원)이 맡고 있고, 자유한국당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탓에 법안심사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 야당 중에서도 자유한국당이 ‘적극적 반대’라면, 바른정당은 ‘소극적 반대’ 이기 때문에 바른정당이 협조하면, 국회법 상의 패스트 트랙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 트랙은 국회법 제 85조에 있는 ‘안건의 신속 처리’ 조항을 말하는 것으로 3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는 제도다. 이 조항을 이용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이상,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최대 330일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이 걸리지만, 이견이 있는 법안인 만큼 활용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방위에는 협상의 여지가 있는 ‘소극적 반대’의 바른정당 위원이 없어서 미방위 문턱을 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인 만큼, 상임위 차원의 설득과 협의를 잘 이끌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결국, 미방위 차원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협조 없이는 본회의까지 가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방위 위원 명단 (출처: 국회 홈페이지): 위원정수 24명 중 더불어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9명, 국민의당 4명, 바른정당 0명, 비교섭단체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유한국당의 ‘언론장악, 탄압’ 주장
자유한국당은 현재 여당과 청와대가 ‘언론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6월 11일 트위터에 “민주당에서 KBS, MBC 두 언론사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언론을 그들의 코드로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기관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기관을 줄 세워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여당으로서는 언론의 코드화가 지금은 달콤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본인들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동 위원회는 정부와 야당이 방송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방송장악’을 하기 위한 일련을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강구하기 위해 구성됐다. 강효상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으며 심재철 국회부의장, 박대출 국회 미방위 간사, 이우현, 주광덕, 김성태, 송희경, 민경욱, 백승주 의원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6월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기관을 줄 세워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6월 14일 진행된 동 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강효상 의원은 “현 집권세력이 과거 야당일 때 정말 입만 열면 방송의 공정성, 중립성 또 정권의 방송이 아닌 국민의 방송이 되어야 한다고 늘 부르짖어왔다. 그런데 그 침이 마르기도 전에 여당이 되자마자 방송을 또다시 정권의 방송으로 되돌리려 하고, 또 방송을 장악하려고 시도를 하고 있다”며 위원회 출범 의의를 소개했다. 민경욱 의원은 이 자리에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가 언론장악이라는 검은 속내를 적폐청산이라는 포장지에 교묘하게 숨긴 채 연일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임기가 보장되는 방송사 사장단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자신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초법적인 발상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언론사 사장단 끌어내리기를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7월 26일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진행된 스토리오브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언론장악방지법 발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상대로 수차례 설득을 시도했음을 언급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언론장악’ 규정은 ‘억지’라고 비판했다. “그때 우리가 한 말이 있어요. 다음 대선에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잃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은데,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라고요. 이 법이 야당 됐을 때 얼마나 유리한 법이냐고요. 당신들이 절대로 시키면 안 되는 사람을 막을 수 있지 않느냐고 설득을 했죠.”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을 권력으로부터 중립지대로 보내는 법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이 완전히 ‘억지’인거죠.”

▲ 7월 26일 여의도 국회 최명길 의원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언론장악법 통과 저지 행위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제공 최명길의원실)

9월 정기국회에선, 여당의 법안통과의지, 안건조정위원회의 구성, 이를 뒷받침할 여론이 해법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최 의원은 청와대와 여당이 대선 이전만큼 법안 통과에 열의를 가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물론 여당이 정기국회가 열리고 나서 모르는 척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의심스러운 건, 대통령이 요즘 국정 100대 과제나, 5대 개혁 말할 때 검찰개혁은 말해도 방송개혁을 종종 빠트리더라구요. 그래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과의 오찬회동에서 방송개혁을 꼭 포함시켜 말해달라 요구를 했어요.” 그럼에도 전체적인 국정 지형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윤종오 무소속 의원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에요. 이 법안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의원들이 미방위 내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합해서 15명이에요. 15대 8로 압도적인데도, 미방위 위원장의 의지가 없어서 아주 불량 상임위가 된거죠”라며 상임위 내부에서의 어려움이 일정 정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신경민, 박홍근, 최명길 의원은 모두 ‘패스트트랙제도(안건조정위원회)’를 언론장악방지법 통과의 돌파구로 제시했다. 하지만 미방위 위원장의 의지 없이는 현행법상 구성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실제 ‘국회선진화법’으로 안건조정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여러차례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가 있었으나 ‘국정역사교과서 금지법’이 안건조정위에서 처리된 것 외에는 대부분 위원 선임이 이뤄지지 않아 안건조정위 활동 자체가 무산됐다. 19대 국회 미방위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요구한 ‘KBS 수신료 인상안’ 안건조정위 회부도 위원 선임이 이뤄지지 않은 채 무산됐다. 20대 국회 미방위에서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미방위 위원들이 안건조정위 회부를 요구했으나 신상진 위원장이 위원 선임을 하지 않음으로써 역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최명길 의원은 위원 선임이 되지 않음으로써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3 이상이 안건조정위 회부를 요구한 5일 이내에 위원장이 위원 선임을 하도록 5월 31일 개정안을 마련했다.

다만 최근 몇 가지 사례들은 언론장악방지법의 상임위 통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8월 4일 이명박 정부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구본홍 사장 임명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ㆍ조승호ㆍ현덕수 기자의 복직이 결정됐다. 앞서 5월엔 조준희 YTN 사장이 사퇴했다. 우종범 EBS(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은 8월 4일 사의를 표명했다. 우 사장의 임기는 2018년 11월까지다. 8월 1일 취임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MBC 해직기자로 현재 암투병중인 이용마 씨의 집을 찾아 면담한 뒤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가 중대하기 때문에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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