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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걸려도 방송 개혁 입법 한다
김지숙 기자 | 승인 2017.07.06 19:29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언론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고대영 퇴진을 위한 KBS 끝장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그보다 앞선 2일에는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노조가 ‘MBC 선언의 날’ 행사를 열고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MBC 앞 광장에는 사내 게시판에서 삭제된 성명 36편을 인쇄해 만든 하얀 천막이 설치돼 있다. 이 성명들은 모두 MBC의 방송 공정성 회복을 위해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아래 인용문은 보도부문 24기 이상 구성원들이 쓴 성명서 ‘기억하는가’ 중 일부다.

“단지 불의한 권력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공정방송을 지키고자 싸웠으나 힘에 부쳤고, 권력은 뻔뻔했고, 법과 제도는 무력했고, 악화는 양화를 구축했고, 시대는 암울했습니다. 불과 몇 년 만에 MBC는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언론장악방지법’ 올해에는 국회 통과할까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 정권 교체에 따라 이처럼 몸살을 앓는 배경에는 한국적 방송 제도와 관행적으로 이뤄진 권력의 방송 장악 문제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 6월 23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SK텔레콤관에서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 학생들 대상으로 열린 특별 강연 ‘19대 TV토론 평가’에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때 방송을 탈법적·무법적으로 무자비하게 탄압했다”고 말했다. 

▲ 6월 23일 오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화여자대학교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
학생들을 상대로 ‘19대 TV토론 평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우연 기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캠프의 TV토론 본부장을 지낸 신 의원은 “MBC는 초청 토론의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고 말했다. “MBC는 현재 방송국의 기본적인 품위를 지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MBC에서 형식적으로 토론회 초청 연락이 온 것도 토론회의 일정을 잡기에는 다소 늦은 4월 중순이었다. MBC의 메인 뉴스 앵커였던 신 의원은 2009년 MBC <뉴스데스크> 앵커에서 경질되고 회사를 떠났다. 이후 그는 정치권에서 방송 공정성 회복을 위한 입법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그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여당 간사가 됐다.

방송 공정성 회복의 가장 중요한 절차는 입법을 통해 공영방송의 운영과 인사에 관여하는 조직, 즉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그리고 이들 두 개 기관의 이사진을 선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현재 제20대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박홍근 의원, 그리고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의 언론장악방지법이 발의돼 있다. 

▲ 언론장악방지법 주요 내용: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안

언론장악방지법은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총칭한 말이다. 이들 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와 사장 선임 구조를 바꾸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구성을 현행 각각 11명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법률 아래에서는 공영방송의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를 구성할 때 여당 추천 의원의 몫이 상대적으로 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이뤄져왔다. 구성 방법도 KBS 이사회의 경우 지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11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개정안은 국회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사장 선임 등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도, 재적 이사의 과반만 찬성해도 되는 현행과는 달리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가 도입된다.

개정 법률안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의원 161명이 이름을 올린 ‘박홍근 안’이 가장 강력한 안으로 꼽힌다. 이 법안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직무상 독립과 신분 보장’ 항목이 새로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미방위에서 공개된 ‘방송 공정성 법안 관련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박홍근 안에 새로 만들어지는 제53조의 2항에는 ‘이사 및 집행기관은 임기 중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내·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와 ‘이사 및 집행기관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노웅래 의원과 최명길 의원의 개정안에서는 방송 제작·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 제4조의 내용이 현행보다 구체화됐다.

정권이 바뀌면서 법 개정의 전망은 밝아졌지만 실제로 통과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하다. 신경민 의원은 강연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노웅래 의원은 작년 7월 7일, 박홍근 의원은 7월 21일, 최명길 의원은 8월 19일에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세 안 모두 법사위로 넘어가지 못하고 미방위에서 계류중이다. 신 의원은 “이 법을 통과시키면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를 다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홍근 안의 부칙에는 “이사회 및 집행기관은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구성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경민 의원은 방송 개혁의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급하게 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방송 공정성 회복이라는 고상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전 정권처럼 탈법적인 수단을 써서 속전속결로 끝낼 수는 없지요. 일단은 빠른 시일 내에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을 마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5명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여당이 3명을 추천하고 야당이 2명을 추천해 구성하게 돼 있다. KBS 이사회와 방문진의 이사진을 추천하는 방통위의 구성을 마치면 방송 공정성 회복이라는 작업에 착수할 준비가 거의 끝난다.

방송 개혁 입법은 과거 MBC의 영광을 되찾을 지난한 과정의 첫 걸음이다. 신 의원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40초 짜리 단신으로 보도해 당시 국민들에게 박 씨의 사망 소식을 가장 처음 육성으로 알린 장본인이었다. 당시 그는 MBC 보도국에서 법조 취재를 담당하면서 단신 또한 맡고 있었다. 동아일보 황호택 기자는 지난 5월 출간된 저서 『박종철 탐사보도와 6월 항쟁』에서 “MBC 보도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기사와는 달리 고문을 추정하는 어떤 표현도 들어 있지 않았지만 전파는 신문보다 빨랐다”며 “KBS는 이 기사를 한 줄도 내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내가 한 일은 굉장히 미약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MBC 보도국에 ‘저항과 비판’이라는 정신이 남아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지금 MBC 뉴스에 나오는 기자 중 내가 아는 기자는 거의 없습니다. 이전에 회사에 있었던 기자 정신과 저항 정신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말살됐다는 걸 여러분이 기억해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김장겸이 뭐하는 사람입니까?”
신 의원이 지적했듯 정치권이 힘을 쓰기 위해선 시민의 관심이 필수다. 실제로 2012년 MBC와 KBS의 구성원들은 여론을 모으기 위해 각각 170일, 75일 동안 파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허유신 MBC노조 홍보국장은 지난 6월 2일 “2012년 가장 힘들었던 게 여론의 무관심”이라고 밝혔다. 오태훈 KBS노조 부위원장도 14일 KBS 끝장 투쟁 선포식에서 당시 파업을 회고하며 “하지만 그때뿐이었고 KBS의 추락을 멈출 순 없었다”고 말했다.

▲ 6월 22일 오후, 상암동 MBC 사옥 앞 가로등에 붙은 곽승규 기자의 대자보 뒤로 한산한 성명서 천막이 보인다.

6월 22일 저녁 MBC 사옥 성명서 천막 앞에서 만난 상암동 주민 이남석(68) 씨는 “그런데 김장겸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이 씨는 천막을 둘러보며 “주변에 살아서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김장겸이라는 사람이 뭘 잘못했는진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천막 근처에서는 지역 소상공인 축제가 열려 방문객들로 떠들썩했지만 성명서를 살펴보는 사람은 적었다. 6월 2일과 14일 MBC와 KBS노조의 퇴진 행동에도 노조원들만 참석했을 뿐 이를 살펴보는 일반 시민은 아주 적었다.

2012년 1월 MBC와 KBS가 파업에 돌입하며 내걸었던 슬로건은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였다. 올해는 두 공영방송이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김연국 MBC노조위원장은 6월 14일 KBS 끝장 투쟁 선포식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제 고대영, 김장겸을 세트로 묶어서 함께 보냅시다. 누가 먼저 보내나 한번 경쟁해 봅시다. 이 여름, 두 사람을 보내고 이 폐허가 된 KBS, MBC를 반드시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읍시다. 함께 경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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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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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ramix 2017-07-15 15:36:12

    디테일하고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삭제

    • serendipity 2017-07-07 15:04:59

      우연히 검색하다가 봤는데 기성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은 부분까지 잘 다뤄준거 같아요~ 굿굿   삭제

      • 만수르 2017-07-06 20:30:35

        취재가 정말 잘 된 기사군요 mbc문제에 관심갖고 싶어도 너무 복잡해서 주저했는데 이 기사 보고 꼼꼼히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영방송 정상화에 작지만 큰 마중물이 될 기사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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