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각 당 교육정책 비교

지난 4월 15일 초유의 탄핵 정국 속에서 17대 총선이 치러졌다. 탄핵이 단연 주요 변수였던 만큼 각 당의 선거 공약에는 감성만 있고 정책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선거법 개정으로 이전에 비해 정책이나 공약을 설명할 유세 기회도 적었다. 각 당의 정책을 자세히 비교해볼 기회는 각 당 홈페이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 주로 인터넷에 집중되었다.

우리나라 정당들의 정책과 이념에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 노선이 확연히 다른 민주노동당이 국회로 진입해 17대 국회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졌다. 이제는 각 당이 당리를 위한 소모적 싸움이 아닌 정책 대결로서 국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때다. 최근 총선 당선자들의 설문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 대체로 열린우리당은 중도 진보, 한나라당은 중도 보수, 민주노동당은 진보의 성향을 띈다. 5월 30일 17대 국회의 개원을 앞둔 시점에서 주요 3당의 교육 정책을 비교해본다.

공교육의 내실화

먼저 근본적인 공교육의 문제점 보완과 개선에 대한 부분이다. 열린우리당은 학교자치의 확대에 맞춰 단위학교별 교육과정의 자율화와 특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학습량을 축소하고 참고서가 필요 없는 충실한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과정의 실질적 다양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또한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하고 학급당 학생수를 지속적?단계적으로 축소하며, 석차중심의 평가제도에서 학습과정 중심의 수업방식과 평가체제로 개편하겠다는 정책이다.

한나라당은 교장 책임 경영제를 실시해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겠다고 주장한다.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역간?학교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원에 차등을 둔다. 교사평가제를 도입해 교원의 전문성도 높인다. 또한 학급별로 기초학력검사를 매년 실시하고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보완하는 국민기초학력보장제를 실시한다.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를 대폭 확대하여 2010년까지 5만명 이상의 과학?외국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은 주 5일제를 고려해 수업일수를 조정하고 교육과정의 양과 난이도를 적정화하겠다는 점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비슷하다.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량권과 평가권을 보장해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학교와 학급의 규모를 줄여 학업성취도를 높인다는 부분도 세 당이 공통적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교육재정을 대폭 확충해 교육의 기회를 공평하게 갖는 ‘완전무상교육’의 단계적 실현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나머지 2당과 크게 차이가 있다. 또한 우열반 편성과 획일적인 학업성취도 평가를 금지하며 절대평가체제를 확립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상반된다.

사교육비 대책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지금까지 다양하게 시도되어 왔으나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열린우리당은 앞서 제시한 우수교원 확보와 수업?평가 방법의 개선을 통해 사교육의 수요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개인차를 고려해 특성화·다양화된 학습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학습 부진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 또한 특수목적고는 동일계 대학 진학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특별전형을 확대해 유인요소를 강화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심화된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당 차원의 ‘사교육비 제로프로젝트 3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정부 예산에 없었던 200억을 확보해 현재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 강사가 진행하는 EBS 인터넷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입시과목 위주의 특별과외를 실시하고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두 당과 달리 민주노동당은 사교육비 문제의 원인을 부실한 학교 교육보다는 대학서열체제와 학벌주의라고 본다. 따라서 대학 서열 완화 및 학벌 해소를 위해 서울대를 폐지하고 국?공립대를 통합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등교육과정의 수준을 넘어 사교육을 부추기는 높은 난이도의 교과과정은 삭제할 계획이다. 또한 0교시 및 야간 보충자율학습을 금지하고 미성년자 대상학원의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9시로 제한하는 등 과도한 학습노동을 금지한다.

고교평준화

고교평준화제도에 대한 세 당의 정책은 확연히 갈라진다. 열린우리당은 평준화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학교 형태와 교육과정을 특성화하여 학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공립학교를 늘리고 지역간·학교간 교육여건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노력하며, 학급 내 학력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과별·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성화학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농어촌지역과 실업계학교를 중심으로 자율학교를 확대한다. 또한 ‘학교군별 선지원·후추첨 배정제도’로 평준화제도를 보완하고자 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고교평준화가 학습곤란, 수업분위기 저조, 상위 계층의 학력 저하, 사립학교 자율성 제한 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위의 협조 하에 특수목적고?특성화고?자립형사립고를 대폭 확대하고 희망하는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평준화 정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 특성 및 지리적 조건에 따라 ‘선지원·후배정’ 방식을 확대 적용하고 학생선발,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록금 책정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립형 사립학교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이 고교평준화를 사실상 포기한 반면 민주노동당은 고교평준화를 교육평등, 사회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아직 남아 있는 비평준화지역을 하루 빨리 평준화하고, 자립형사립고·특성화고·외국어고를 폐지할 계획이다. 과학고·예술고는 소수의 인재를 양성하는 특목고 본래의 교육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또한 실업계와 일반계의 구분을 없애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통합해,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라 교육기회가 다르지 않은 평등교육의 틀을 갖추게 한다는 것도 나머지 두 당과 차별되는 정책이다.

대학입시제도 개선

수도 없이 변해왔고 아직도 논란이 많은 것이 대학입시제도다. 열린우리당은 현행 수학능력시험제도(이하 수능)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수능 성적 위주의 학생 선발에서 대학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선발방식 체계로 전환한다. 또한 수능의 난이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복수응시가 가능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대학·전문가 및 일선교사가 참여하는 ‘대학진학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종합진로지도 컨설팅시스템도 개발하고자 한다.

한나라당은 2008년부터 대입전형을 대학에 일임하는 완전자율화 정책을 실시해 대학별로 자율적이고 다양한 평가기준에 의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능에서 선택과목의 수를 확대하고 복수 응시기회를 제공해 학생의 선택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능은 2회 이상 실시하되 희망자에 한해 중복응시가 가능하게 한다.

두 당이 수능시험제도는 유지하면서 개선을 시도한 것과 달리 민노당은 수능의 폐지를 주장한다. 대신 졸업자격고사를 실시하고 대학 진학에 내신평가 반영비율을 대폭 확대하여 일정 정도 학업 성취를 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국?공립대 통합 선발제도를 실시해, 현재 국?공립대 입학정원 모두를 합친 73,000여명을 하나의 전형으로 선발하고 지역별로 학교를 추첨 배정하여 대학서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시급한 2005년 수능은 정규 교과과정 내에서 100% 출제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충실히 평가받도록 한다. 또 관련 전공교수가 아닌 현장교사가 수능을 출제하게 하고, 대학입시에 내신 실질 반영 비중을 50% 이상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정책 대결 통한 교육개혁

세 당이 모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책엔 비슷한 점이 많은 반면 민주노동당이 내세운 정책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특히 중도보수인 한나라당과 완전히 상반되는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일부 눈에 띈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해왔다. 장기적인 시안으로 우리 나라 교육 문제의 핵심을 짚는 일관된 정책이 요구된다. 4년 후 17대 국회의 교육정책 성적표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정현경 기자<kimrse@hanmail.net>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