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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인터뷰 ② 일문일답 인터뷰, 세상을 바꾸는 건 대포가 아니라 바늘
정수연·김지혜 기자 | 승인 2017.05.04 23:55
▲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디테일에 강하다. 시청 집무실에는 청년주택, 사회적기업, 환경 등 온갖 분야의 자료를 담은 서류철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박 시장이 직접 수집, 정리한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의 꼼꼼함은 서울시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박 시장은 “대규모 사업이 아니라 디테일한 정책이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이 항상 뜨겁진 않았다. 오는 6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청년수당 정책이 서울시 여러 정책 중 시민들로부터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지지율이 점점 떨어져 결국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4월 18일, 박 시장을 1시간 동안 만나 서울시 청년정책과 행정가로서 박 시장의 자세, 앞으로의 행보에 관해 물었다. 

-시민들이 청년수당 정책에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청년수당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만을 위한 정책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 사람들은 ‘아, 서울 잘났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청년수당은 취업이 절박한 청년들을 지원하기 때문에 포퓰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 정책이다. 청년들이 구직하느라 바쁜데, 50만원이 생기면 그만큼 아르바이트를 덜 할 수 있다. 이번에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20개 지자체에서 청년 지원책을 내놨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들어서면 청년수당은 전국화될 것 같다.”

지난 6일, 열명 중 3명 정도만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을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폴앤리서치’와 권상희 성균관대 교수가 서울시의회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 청년수당 등 청년 지원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38.4%에 불과했다. 

-서울시 청년정책을 평가하자면 몇 점인가.

“다른 사람이 매겨야지. 서울시가 의지와 열정은 8~90점 받아야 한다. 물론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데 있어 재정 등의 한계가 있다. 총평하자면 50점이다. 더 잘하겠다. 서울시 청년정책은 모두 청년들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청년네트워크를 통해 청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했다. 은평구 사회혁신파크에 청년 창업단체들이 대략 4~500개 들어와 있다.”

-그런데 왜 시민들은 몰라줬을까. 지지율이 계속 떨어졌다. 

“사람들은 행정가로서 잘하는 것과 정치인으로서 잘하는 것을 달리 생각한다. 행정가와 정치인은 이미지가 다르다.  정치인은 크게 결단하고, 누구에게 저항도 하는 등 정치적 행동을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를 위해 디자인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정치적인 모습으로 봐주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크게 결단하는 모습 보여주려고 한다.”

-행정가는 정치인이어선 안 된다는 생각도 있다.

“정치의 기본은 행정이다. 정치인에겐 큰 위기 속에서 결단하는 모습도 있어야지만, 정치인의 역할은 대부분 행정이다. 정치인들 계속 대통령 만들어보니까 어떻게 됐나. 만족하는 사람 있었는가. 행정가형의 정치인이 필요한 시대인데, 이를 아직 잘 몰라주는 것 같다.

메르스 사태 이후 내가 정치적으로만 생각했다면 청년수당에 관해 대통령하고 엄청나게 싸웠어야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투쟁을 했다면 아마 내가 반(反)박근혜의 선봉에 선 최고의 지도자나 정치인이 됐을 것이다. 물론 나도 싸우긴 했다. 그래도 중앙정부하고 협의해 돈 10억이라도 더 끌어오는 것이 서울시민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행정가의 자세다. 예산 10억이라도 더 끌어오겠다는 사람과, 그런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투쟁해서 지지율 올리려는 사람… 어느 쪽이 더 좋겠나.”

-정치인인 동시에 행정가인 사람도 필요하다.

“메르스 사태 때는 내가 정치인으로서 행보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메르스 환자가 어느 병원에 왔다 갔는지, 그 병원의 소재지와 이름을 안 알린다? 말이 안 되는 거다. 사람들은 메르스 때 내 행동을 굉장히 정치인다운 모습으로 본 것 같다.

정치인이 정말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나갔는가. 박근혜, 이명박 뽑았는데 어땠나. 사실 노무현 대통령도 정치인으로서는 위대했지만, 행정으로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오늘날 가장 큰 문제인 불평등이 가장 심각해졌다.

-박 시장은 타이틀이 많다. 훗날 어떤 타이틀로 남고 싶나. 

“소셜 디자이너다. 세상을 새롭게 디자인해 바꾸는 사회 혁신가로서의 소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원래는 소셜 아키텍트(social architect)로 하려고 했지만 너무 거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운동 할 때 ‘세상을 바꾸려면 대포를 쏘지 마라’는 말을 했다. 대포는 정밀타격이 어렵기에 헛맞는 경우가 많다. 대신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바늘로 콕콕 찔러야 한다. 작지만 정교한 플랜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

강남에 가면 택배기사나 대리운전자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80평 규모의 쉼터가 있다.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는, 휴머니즘에 기초한 행정이 지금껏 없었다. 이런 정책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일은 참 재밌다.”

-디테일이 사회를 바꾼다는 건가.

“디테일이 실제로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 정작 대규모 정책은 헛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공약이 말이 되는가. 결국 실현 안 됐다. 7.4.7공약보다는 내 경제정책이 훨씬 정밀하다. 서울을 아시아 패션 수도로 만든다든지 애니메이션 서울을 조성한다든지.”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정말 많다. 작은 정책들을 묶어서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내가 잘하지 못했다.”

-서울시장으로서 요즘 무엇에 집중하나.

“어제(17일) 잠깐 장교동 한화빌딩에 갔다. 서울시가 쉴 곳 없는 택배 노동자들을 위해 이동노동자 쉼터를 만들었는데, 잘 되고 있나 한 번 다녀왔다.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이 작동이 안 됐다. 또 청년 실업률도 문제다. 청년수당 정책만이 아니라 본격적인 일자리를 갖기 전까지 일종의 디딤돌을 만들어주는 ‘뉴딜일자리’도 관심사다.” 

-대선후보에게 10대 제안과 66개 대책을 건넸다. 이 중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

“불평등 해소다. 99대 1의 사회를 보다 평등하게 바꿔야 한다. 불평등 해소는 99%의 행복을 증진하는 일이면서 상위 1%를 위한 일이다. 사람들이 먹고살 만하고 즐길 수도 있어야 경제도 일어나는데, 불평등 때문에 경제 활성화가 안 된다. 

대한민국 복지는 OECD 꼴찌 수준이다. 청년들이 아르바이트하다 보면 결국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연애, 해외여행, 독서… 다 젊을 때 누려야 할 권리인데 청년들이 이를 잘 못 누린다. 40조를 쏟아부은 4대강 사업 같은 일 안 하면 대학생에게 전부 등록금 면제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 기념으로 아파트 한 채씩 사줄 수 있다.”

-그건 포퓰리즘아닌가.

“아니다. 청년들이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희망이 없다. 어떤 나라 국민은 세금을 내는 대신 등록금은 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부모들은 세금도 자식 등록금도 내지 않나.”

-박 시장은 ‘과로사가 꿈이다’란 말도 있던데.

“요즘 반성하고 있다. 나는 좋은데 주변 사람들이 힘들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거의 빈사지경, 병원에 다 실려 갈 상황일 때도 있었다. 서울시 공무원이 약 4만 7천 명인데, 4만 7천 대 1로 싸워도 내가 이긴다. 공무원들을 너무 괴롭히면 다음 선거에서 내가 안 될 가능성도 있지 않나. 요새는 수첩도 안 갖고 다니고, 굉장히 놀고 있는 셈이다.”

『박원순이 걷는 길』이란 책에 따르면 유학 시절 박 시장의 부인이 남편을 위해 자료 복사를 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박원순에게 속도 제어 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놀고 있는 셈’이라는 박 시장은 그러나 인터뷰를 하며 수많은 청년정책을 언급했다. 청년 수당, 역세권 청년주택, 사회혁신파크, 무중력지대, 캠퍼스타운 등 10분 동안 언급된 정책만 다섯 가지가 넘었다. 서울시의 모든 청년 정책은 ‘2020 서울형 청년보장(Seoul Youth Guarantee)’이란 정책 패키지 차원에서 시행된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선 승리 이전 박원순은 시민운동가였다. 그러나 박 시장은 한 단체에 오래 머물진 않았다. 참여재단(1994)-아름다운재단(2000)-아름다운 가게(2002)-희망제작소(2006)-서울시장(2011)까지 신기하게도 5년 주기로 자리를 옮겼다. 임기 5년 차인 박 시장의 행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5년마다 진로를 바꿨던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미리 얘기하면 재미없다. 서울시에서 온갖 실험들을 다 해봤다. 다만 다른 시장이 와버리면 정책과 실험들이 전부 무효로 돌아갈 수도 있다. 내가 시장을 한 번 더 해서 정책을 확실히 고착시킬지 아니면 내가 또 다른 정치적 역정으로 나아갈지…”

박 시장의 임기는 2018년 6월 30일까지다. 임기 후의 진로를 재차 묻는 말에 박 시장은 “5년 후에는 제가 대선에 나가는 게 좋을까, 여러분들이 손 한 번 들어봐요”라고 되물었다. 


 

▲ 스토리오브서울 기자단과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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