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이후 언론에서는 경쟁적으로 여론조사를 벌였다. 깨끗한 선거, 여성 정치인의 활약 등 17대 국회를 만드는 과정엔 이미 개혁의 물결이 일었다. 탄핵 정국 속에 치러진 이번 총선에선 탄핵 반대 촛불 시위와 맞물려 2,30대 청년들의 파워가 부각됐다. 돈 안드는 선거 운동은 유세 수단을 인터넷으로 집중시켰고 대학생들의 한 표 한 표가 중요해졌다. 20대 대학생들은 새로운 국회를 만드는 이번 총선에 얼마나 참여하고 어떤 생각으로 한 표를 던졌을까. 서울소재 7개 대학생 929명(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들만의 총선'을 분석해 본다.

요즘 대학생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17대 총선에서 설문 조사 대상자의 20대 대학생들의 투표율은 65.3%로 전체 20대 유권자의 투표율 37.1%(미디어리서치조사)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전체 투표율 60.6%(중앙선관위발표)를 조금 웃도는 수치다.

‘평소 지지하던 정당이 있었습니까?’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6%가 '그렇다', 47.4%가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5.2%차이지만 과반수이상의 대학생들이 평소 지지정당을 갖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의 높은 투표율, 과반수 이상의 대학생들이 평소 지지정당을 두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요즘 대학생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잘못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투표율에서는 4.1%에 불과했던 남녀차이(남-66.8%, 여-62.7%)가 지지정당의 유무에서는 크게 벌어졌다. 남성의 58.7%, 여성의 42%가 지지정당이 있다고 답해, 남성이 여성보다 12.7%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로‘하려는 의사는 있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라는 의견이 전체 응답의 39.1%를 차지했다. 지지할 만한 인물/정당 이 없어서'가 18.9%,‘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가 13%로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18.9%)으로는‘부재자신고를 하지 않아서’라는 의견이 많이 나와 부재자들을 적극적으로 투표하도록 유인해야 할 홍보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대학생 75%, 열린우리당 , 민주노동당 지지

이번 17대 총선에 한국 선거 역사상 처음 도입된 정당투표에서 어느 당을 선택했는지 물었더니 열린우리당41.4%, 민주노동당33.6%, 한나라당16.6%, 새천년민주당3.3%, 기타정당4.9% 순의 결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지지율을 합한 수치가 75%로 집계돼 대학생들이 정치에 있어서 진보적 성향을 띰을 알 수 있다. 특히 전국지지율 12%(중앙선관위발표)를 얻었던 민주노동당은 대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 조사에서는 그보다 20%이상 높은 33.6%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두터운 노년 지지층을 기반으로 실제 선거에서 35.8%(중앙선관위발표)의 높은 지지를 얻었던 한나라당은 17%를 밑돌았다.

총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많았던 3월 이후 지지정당이 바뀌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7.2%로 바뀌지 않았다는 72.8%의 응답자보다 훨씬 적었다. 지지정당을 바꿨다고 답한 응답자들은‘탄핵(59.2%)’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으며, ‘자신과 당의 정책 지향점 불일치(17.5%)’, ‘지지당 수뇌부의 변화(10.7%).’,‘지지당의 비리(6.3%)’, ‘주변의 권유 또는 설득(2.4%)’차례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별도로 투표를 했다고 응답한 607명 가운데 74.5%가 대통령 탄핵안 가결 사건이 자신의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20대, 인터넷으로 세상을 접한다.

총선 후보자와 정당을 평가할 때 가장 유용했던 도구로 응답자의 40.03%가 인터넷을 꼽았다. 신문은 14.16%에 그쳤다는 결과에 한국일보 이준희 기자는 "인터넷은 20대에게 친숙한 매체죠. 다른 세대와는 달리 신문보다 인터넷을 선호합니다" 라고 말했다. 20대 젊은이들은 신문이 고정된 틀에 박혀 특정 계층을 지지하고 있어 대학생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는 것.

 

인터넷 사이트 중에는 <다음>, <네이버>, <야후>, <오마이뉴스> 등의 포털사이트가 59.30%를 차지해 20대 대학생 유권자들의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포털사이트는 각 신문사의 뉴스를 종합적으로 서비스하고 유권자끼리 100자 의견, 토론장, 포스터 패러디 등을 통한 정치적 의사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이용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이용했다는 응답이 5.24% 에 그친 점에 대해 이재권 선관위 홍보 담당자는 홈페이지 구성이 이용에 불편하고, 사회적 현안에 대한 후보자들의 의견이나 과거의 활동 경력과 같이 실질적으로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왜곡된 자료는 NO, NO

" TV뉴스는 너무 편파적이에요. 그나마 정책 토론이 볼만하더군요."

윤태영(21,대학생)씨는 말했다. 텔레비전 방송 중 어떤 것이 투표에 가장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토론 프로그램이 59.30%로 압도적이었다. TV뉴스는 편집이나 앵커, 기자의 멘트로 은연중에 치우친 시각을 드러내 토론 프로그램보다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

홍보물 중에서 가장 유용했던 수단에 대해 설문 대상자의 72.15%가 후보자정보공개자료(중앙선관위 출처)라고 답해 유권자들이 후보자 개인 홍보물(27.84%)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언론이 실시하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투표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0~20%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이 607명 중 384명으로 설문 대상자의 63.25% 였다.

4.15 총선, 그 역사적 의미- 진보정당 진출의 교두보

20대는 17대 총선의 가장 큰 의미로 '진보 정당의 진출의 교두보'(46.39%)를 꼽았다. 높은 진보 정당의 지지율에 이어 다시 한번 대학생들이 진보적 정치를 희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탄핵 가결에 대한 심판'(24.65%), '깨끗한 선거'(11.73%)가 그 뒤를 이었다.

17대 총선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 소추가 선거 직전에 벌어졌고 거센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 진보 정당이 43년만에 원내 진출했으며, 39명의 여성들이 국회에 들어섰다. 무엇보다 정치 테두리에만 있던 20대 대학생의 가슴에도 불을 지피고 그들 스스로 중앙 광장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20대 대학생이 생각하는 진보(進步)정치를 위해 젊은 감각은 오늘 또 한 걸음 내딛는다.


 
정세진 수습기자 <sj0241@yahoo.co.kr>

박근영 수습기자 <zaijian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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