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영화 티켓을 예매하려고 했는데 못했어요. 신용카드가 없어서..” 신용카드가 없는 대학생 이지선(22)씨의 말이다.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인터넷으로 예매할 경우 신용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직접 가서 미리 표를 사 놓는 방법 밖에 없다.영화관 뿐 아니라 대부분 예매 시스템에서는 신용카드가 가장 주된 수단이다.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고속철도도 자동 발매기에서는 신용카드 사용만 가능하다. 예매한 표라도 자동 발매기에서 발권을 받으려면 신용카드가 있어야 한다.

영화 예매 못해

이래저래 신용카드 없는 사람만 불만이 쌓인다. 대학생 이경은(21)씨는 “신용카드 없어서 영화 표 예매는 엄마 카드로 해요. 예매할 때마다 불편해서 제 카드 하나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현금 직불 카드나 핸드폰 결제 수단이 있으면 이용하고 싶단다.

“6월 중에 홈페이지 시스템을 바꾸면서 예매 시스템도 바꿔나갈 예정입니다. 학생 소비자들이 이용 가능한 지불 수단으로요.” CGV마케팅 팀장 장부성씨는 소비자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많은 신촌 지역의 아트레온 영화관 측은 수수료를 문제로 꼽는다. 휴대폰 결제와 계좌이체 시스템은 영화관 측에서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크다. 또 휴대폰 결제는 정산이 2~3개월로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영화사와 수익을 분배하는 영화관으로서는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예매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이유도 든다. 아트레온 기획실 팀장 강성문씨는 “다른 영화관에서 소비자가 무통장으로 입금했다가 미 입금으로 확인돼서 예매가 취소된 적이 있어요” 라고 말했다.

무통장 입금을 도입한 영화관들도 있다. 광화문 씨네코아는 무통장 입금으로 예매가 가능하다. 대학생 황우형(22)씨는 “무통장 입금이 가능한 영화관을 찾다가 여기에서 예매했어요. 가까운 영화관에도 가능했으면 그 곳에서 봤을텐데..”라고 말했다. 신용카드가 없는 대학생 김지원씨(22)는 신용카드 외에 후불제 같은 지불 수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속철도 자동발매기 이용 못해

고속철도는 서울서 대학을 다니는 지방 학생들의 이용도 많다. 지난 4월 식목일 연휴를 맞아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승객이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서울역은 매우 혼잡한 상태였다. 기차 시간이 임박해 기차역에 도착한 승객들이 창구에서 표를 받기에는 줄이 너무 길었다. 서울역 안에는 자동 발매기를 이용하라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자동 발매기는 신용카드만 사용 가능해 표를 예매한 승객이라도 신용카드가 없으면 표를 받을 수가 없었다. 고속철도 전산팀의 조상화(30)씨는 4월 2일 금요일이 극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용객이 많이 몰릴 일이 잘 없거든요. 예매 가능일도 최소 8일로 축소된 상태라 현장 발매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금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제갈정(31)씨는 자동 발매기가 신용카드 사용만 가능한지 몰라 낭패를 봤다. “지금 방금 알았어요. 기차 출발 시간 10분 전인데……” 라며 당황해 했다. 제갈정씨가 발을 구르며 창구의 긴 줄을 쳐다보고 있는 중에도 자동 발매기는 한산했다.

KTX 전산팀 측에서는 자동 발매기 지불 수단에서 직불 카드는 바로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표를 바꾸거나 환불을 요청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신용카드는 사실상 결제는 나중에 이루어지므로 승객이 표를 바꾸거나 환불해도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 최종적으로 청구하는 것은 한 달이 지나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불 카드의 경우 환불을 위해 또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KTX 전산팀 측에서는 이를 카드사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KTX 표는 금액이 높아서 만 원 짜리 지폐를 한 장씩 자동 발매기에 넣을 경우 시간이 오래 걸려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산팀의 조상화(30)씨는 “앞으로 모바일 결제도 시행할 예정입니다. 결제 수단이 다양할수록 좋다는 것은 저희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도 예매하고 싶다

“다른 지불 방법은 왜 안 되는 겁니까.” 기자의 질문에 영화관 측에서도 철도청 측에서도 ‘시스템상의 문제’라며 ‘앞으로 다양화 할 예정’이라고만 대답했다. 영화관이 신용카드 예매 시스템을 도입한 한 것은 꽤 오래 된 일이다. 관객들이 겪고 있는 불편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시스템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는 한 소비자는 알 길 없다. ‘시스템 상의 문제’라고만 말해서는 소비자 불편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예매 때문에 신용카드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각종 예매 시스템의 소비자에 대한 무관심이 대학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쥐어주게 되는 꼴은 아닌지 우려된다.


 
김나래 기자 <winkw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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