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보수단체 집회에서 사회자 송만기씨가 권양숙 여사에 대해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전후 내용을 생략해 편집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MBC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냐는 비난을 받았다. 탄핵보도와 총선보도도 언론사마다 제각각 내용이 달랐다. 언론을 비판하는 언론,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 비평이 절실한 때다. 4. 15 총선 선거 전날, 경향신문 미디어 면을 맡고 있는 김상철 기자(34)를 만났다.

그가 만드는 경향신문 미디어 면

주 2회 수요일과 토요일에 실리는 경향신문 미디어 면의 기사는 모두 그의 몫이다.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다거나 언론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를 비판할 공간이 필요하죠." 그가 생각하는 미디어 면의 역할이다. 독자들에게 언론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독자들이 예전보다 언론 비판에 적극적이에요. 그러나 실제로 언론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부족한 경우가 많거든요."

김상철 기자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신문방송학과를 다녔지만, 대학 시절에는 기자가 될 생각이 없었다. 졸업 무렵에 우연히 신문에 실린 기자협회 모집 광고를 보게 됐다. "성적 증명서를 안 본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아, 이렇게 좋은 곳이 있나 했죠." 단번에 250 : 1의 경쟁률을 뚫었다. 95년 10월부터 7년간 기자협회에서 일하고 작년 6월에 경향신문에 입사했다. "좋게 말하면 스카웃된 거죠. 하하." 당시 경향신문 미디어 면을 담당하고 있던 이재국 기자에게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제가 들어오고 나서 이재국 기자는 전국언론노조 상근자로 1년간 파견근무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혼자서 하고 있죠."

그가 경향신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언론개혁, 즉 언론의 권력화 견제, 여론 독과점 구조개선, 법과 제도적인 정비 같은 사안에 대해 개혁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경향신문은 이런 제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었죠." 자신의 생각과 다른 기사를 써야하거나, 의견을 굽힐 필요가 없다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현명한 가치판단을 하고 싶어요."

김상철 기자는 기자협회 시절부터 계속 미디어에 대한 기사를 써왔다. "9년째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노하우가 많이 쌓였어요. 기사 쓰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정작 그를 가장 힘 빠지게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언론이다. "언론계는 참 더디게 바뀌는 곳이에요." 5년 전에 썼던 기사와 지금 쓰는 기사의 내용이 별 차이가 없을 때도 있다. 비판 받아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언론이 참 답답하단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비판도 계속되는 거죠."

공정한 시각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 않을까. 의외로 그는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립성이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론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진실을 보도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그는 독자들이 현안을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독자들이 현명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그의 역할이라고. "무색무취의 중계만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 기사를 다른 쪽에서 보고 편향된 시각이라고 하면 저도 할말은 없습니다."

신문은 분명히 자기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기본적인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신문들이 차별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색을 가진 신문들이 공존해야 합니다. 정말 중립적인 색을 지키겠다는 신문도 그 중에 있을 수 있는 거고." 편파 보도에 대해 한창 논란이 많은 것도 언론계가 달라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단다. “기존 명제들을 깨나가는 진통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각자가 자기의 색깔을 찾아갈 때까지 신문 시장이 온전히 남아 있을까 불안하기도 해요."

"고민과 체험이 진짜 사람을 만들죠."

대학시절에 별다른 꿈은 없었다. 대신 학생운동에 열심이었다. "90년에 3당이 합당해 민자당을 창당했고, 91년에 강경대를 시작으로 일련의 '분신정국'이 있었어요. 그때는 학교 안가고 길거리에서 살았죠."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그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정답이 안 나오는 철학적 문제를 붙들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는 '진짜' 사람을 만드는 것은 고민과 체험이라며 "대학생들이 다양한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고 말한다.

김 기자는 취업 걱정으로 한 길만을 고집하는 후배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좀 다른 길도 걸어보고, 궁시렁거리기도 하고, 맞서기도 해 봐야죠." 그는 학생운동 외에도 많은 일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열심히 소설도 써 봤고 총선 선거운동도 해 봤다. 정기적으로 탁아소에도 다녔고, 휴학하고 백수 노릇도 마음껏 했다. 하고 싶은 건 다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뜻을 손에 쥐고 있으면 기회는 돌아온다고 그는 믿는다. 대학 시절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지금 대학을 다시 다녀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기 때문이란다.

"항상 뜨겁게 살 거예요."

"위를 올려다보는 대신에 항상 아래를 살펴보고 싶어요. 제가 지향하는 곳만 바라보고 살지는 않을 거예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잊지 않고 찾아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단다.  김상철 기자는 스스로를 "아직 할 것도 많고 채울 것도 많은 사람" 이라고 평했다. "저 아직 식지 않았어요. 나이 들어도 뜨겁게 살고 싶어요. 주책 맞다는 소리를 듣더라도요. 하하."

 
 
김유리 기자<kimyuri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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