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역에서 내려 한 10분을 걸어가니'The British Council'이라고 쓰여 있는 노란 파스텔 색깔의 건물이 보였다. 층계를 올라 투명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곳은 시끌벅적한 시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고요했다. 처음 가는 사람으로는 조금 들어가기가 망설여질 만큼이나 조용했다.

주한영국문화원(The British Council)은 영국의 교육과 문화를 한국에 알리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영국교육, 영어교육, 과학기술, 영화, 애니메이션, 콘서트, 예술 전시회, 법, 자원 봉사자 프로그램 등 여러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에 영국이라는 나라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향상된 환경을 위해 지금의 중구 태평로 1가 중후빌딩으로 이사를 했고 4월에는 근대적이고 첨단시설을 갖춘 영국센터(The British Centre)가 엘리자베스 여왕에 의하여 개관되었다.

빌딩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왼편에 보이는 곳이 영국센터이다. 이곳에는 '소(小)영국'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영국에 관한 모든 것이 있다. 20평쯤 되는 영국센터의 자랑 '원 스톱 숍(One Stop Shop)'. 이 곳은 영국의 교육부터 시험, 관광, 비즈니스 등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고 해결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자료담당실의 이건학씨에 따르면 이용자의 대다수는 유학정보를 얻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때문에 주한영국문화원은 한국인들이 영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고 그 기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영국센터 왼편에는 두꺼운 폴더들이 빽빽이 꽂혀있는 책꽂이가 있다. 이 코너는 'Study In Britain'으로 각각의 폴더에는 영국학교의 명칭이 써있고 그 안에는 학교에 대한 자료가 있다. 또한 이 곳은 유학상담, 유학 세미나 및 박람회 개최 그리고 영국학교 관계자들과 인터뷰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영국문화원에서 1년에 한번 개최하는 국내 유일의 대규모 영국유학 박람회는 영국의 모든 교육 기관의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제별로 영국유학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해 주는 자리로 영국 유학을 주비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3시에는 영국문화원 소강당에서 세미나가 진행된다. 11월 10일에는 아트 디자인 코스, 17일에는 영국의 MBA, 그리고 24일에는 영국영어연수에 대한 세미나가 있다. 

하지만 막대한 양의 정보가 있어도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영국유학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래서 영국문화원은 매년 영국 외무성 장학금을 지급한다. 장학생은 서류 심사 후 면접으로 뽑으며 장학생으로 뽑힌 사람에게는 학비 혹은 생활비 또는 일부 보조금이 지급된다. 대상은 한국인 중 학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으로 영국에서 석사, 박사, 박사 후 과정을 하려는 사람이다. 단, 현재 영국에서 수학중인 학생은 대체로 제외가 된다. 2000년에서 2001년 영국외무성 장학금은 지원서 배포가 9월 15일 부터 이미 시작 된 상태이고 접수 기간은 10월에서 11월 30일까지이다.

유학센터 앞에는 인터넷 및 CD -ROM 서치를 할 수 있는 시설과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비디오 그리고 리스닝(listening)을 연습할 수 있는 오디오 시설이 갖추여져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이곳으로 '출근'을 하는 문지나(23)씨는 친구의 소개로 이곳을 이용하게 됐는데 주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고 한다. 영국센터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전부터 최신 흥행작까지 약 1,500여편의 비디오를 소장하고 있다. 또한 매주 금요일 3시30분 그리고 토요일 2시에는 오디토리움에서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기도 한다.

영국센터의 한쪽 구석에는 약700권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책의 종류는 굳이 한 분야에만 국한 돼 있지 않고 사회과학에서부터 예술까지 다양하다. 여기서는 각기 다른 색깔의 테이프를 붙여 책마다 난이도를 표시해 놓는다. 녹색은 입문, 개나리 색은 초급, 빨간 색은 중급을 나타낸다. 이용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영국의 최신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영국의 잡지, 신문, TV 뉴스도 제공하고 있다. 곳곳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언제든지 원하는 책 또는 잡지를 뽑아서 읽을 수 있다.

한 번의 방문으로 영국으로 가는 길을 준비할 수 있는 영국센터를 빠져 나와 2층으로 올라가면 어학센터(Teaching Centre)가 있다. 영국문화원 어학센터의 강점은 자격증을 소지한 경험 많은 영국인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여 정통 영국식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어학센터는 일반회화 외에도 듣기 말하기 집중반, 영작문반, 시사토론반, 비지니스영어반, 미디어영어반,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영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같은 영연방국가 등지로 유학 또는 이민을 가는 사람들을 위해 영국정부가 주관하는 영어능력 공인 시험)시험준비반, 초등학교 어린이 영어교실 등 다양한 특별코스들이 있다.

영국문화원은 회원이 아니어도 많은 시설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일년에 3만원이면 비디오 시청과 대출, 영어학습 오디오 테이프 이용, CD-ROM과 인터넷 검색 이용, Simplified Readers 대출, 주한영국문화원 소식지 무료 우송 등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단, 어학센터에 등록한 사람들은 해당학기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회원 카드가 무료로 발급된다.

자료실 담당을 하고 있는 이건학씨는 하루에 약 500명 정도가 영국문화원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유학정보나 영화감상을 하기 위해 온 대학생들이지만 곳곳에서 흰머리가 보이는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인다. 다양한 사람들이 영국을 알기 위해 찾아드는 곳. 영국문화원은 서울 안의 영국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최지희 기자<dewed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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