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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디지털 혁신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유수환 기자 | 승인 2016.10.13 03:42

신문사들이 위기라는 분석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미국의 퓨 연구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매년 미국 뉴스매체의 현 상황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낸다. 2016년 6월, '2016 뉴스 미디어 연차 보고서(State of the News Media 2016)'가 올라왔다. 퓨 연구 센터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만 작년대비 신문사들의 일일발행부수가 7% 감소했고, 광고 수입은 8% 줄어들었다. 반면 디지털 광고 수입은 20% 증가해 596억 달러(한화 약 67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인들은 더 이상 종이 신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

▲퓨 연구 센터에서 분석한 '2016 뉴스 미디어 연차 보고서' (자료=journalism.org)

미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한국 신문사들 역시 유료 구독 부수가 줄어들고 광고 수입이 감소하면서 많은 신문사들이 디지털 변화에 위기의식을 갖고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매체로 중앙일보를 꼽을 수 있다.

중앙일보는 디지털 진화 중

지난 9월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김영훈 중앙일보 디지털 담당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뉴스가 생산되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디지털, 모바일 시대로 들어서며 수 많은 채널,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그에 맞게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변했다. 중앙은 그렇다면 채널에 맞게, 소비자들의 패턴에 맞추어 뉴스룸 역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강연중인 김영훈 디지털 담당. (자료=삼성언론재단)

중앙일보는 소비자에 맞춰 뉴스룸을 ‘속도’로 구분하기로 했다. 실시간으로 빠른 뉴스를 생산하는 부서, 느리지만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분석해 뉴스를 만드는 부서로다. 그렇게 2016년 8월 1일, 중앙일보는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EYE24(아이24), ECHO(에코), Multimedia(멀티미디어), Data Journalism(데이터 저널리즘) 부서가 새로 탄생했다.

EYE24, 24시간 실시간 뉴스를 전달

중앙일보 'EYE24' 부서는 좀 더 빠르게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실시간 뉴스를 확인하고 기사화한다. 김경희 EYE24팀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녀는 '독자들에게 신속하게 실시간 뉴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갖고 일한다고 밝혔다.

EYE24는 기본적으로 디지털용 기사를 생산한다. 현장 취재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넘겨주면 신문보다 좀 더 빨리 디지털을 통해 소식을 알리는 일이 기본 업무다. "신문에서 다루기는 좀 가볍거나 부적절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도 EYE24에서 발굴해 기사화 합니다." 김기자는 통신사, 외신은 물론 SNS, 온라인 커뮤니티, 제보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서 취재 소스를 얻어온다고 전했다.

EYE24팀은 4개 조로 이루어져 하루에 3번 교대하며 24시간 쉼 없이 뉴스를 생산한다. 하루에 세 번, 아침 6시, 낮 2시, 밤 11시에 교대를 한다. 아침에 8시간, 오후에 9시간 철야 7시간 일하는 구조다. 신문 생태계에서 확실한 출퇴근 시간은 기존 신문기자들에겐 낯선 개념이다. "아마 중앙일보 정치부, 사회부 등을 통틀어서 출퇴근 개념이 명확한 유일한 부서일겁니다." 김경희 기자 역시 유일한 경우일 거라 강조했다. 명확한 출퇴근 시간이 있고, 뚜렷한 취재처가 없는 디지털 부서만으로도 중앙일보만의 디지털 생태계를 대하는 태도가 혁신적임을 느낄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을 탐색하는 '눈' 같은 EYE24팀의 기사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고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지지만 기획기사의 경우 신문지면에 실리기도 한다. '“술마시면 안되나”…노트7 홍채인식, 7가지 궁금증'기사는 2016년 8월 30일 디지털용으로 기획되고 만들어진 기사다. 리스티클(Listicle, 리스트와 기사를 합친 기사 형식) 형식으로 7가지 궁금증을 제시하며 갤럭시 노트7의 홍채인식 기술에 대해 알려준다. 전형적인 웹용, 모바일용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일보 '술마시면 안되나... 노트7 홍채인식 7가지 궁금증' 기사 (자료=중앙일보)

해당 기사는 다음 날인 8월 31일, 중앙일보 아침 신문 12면에 동일한 내용이지만 형식만 지면용으로 바뀌어 실렸다. 기사 제목은 '갤노트7 홍채 인식, 술 많이 마시면 안 된다는데…'로, 같은 내용을 디지털 판에서는 숫자를 제시해 리스트 형식으로 보여줬다면, 지면에서는 줄글 형식으로 전달됐다. EYE24팀은 이처럼 지면 기사보다 조금 더 앞서 빠르고 신속하게 디지털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디지털에 맞는 형식을 고민하며 기사를 생산한다.

▲중앙일보 '갤노트 7 홍채인식, 술 많이 마시면 안 된다는데' 기사 (자료=중앙일보)


ECHO,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이슈 전담
Multimedia, 세분화 된 팀으로 특성화된 디지털 콘텐츠 제작

 
또 다른 중앙일보의 새로운 부서인 'ECHO'팀은 온라인상의 수 많은 미디어 채널에서 사람들 사이에 인기있고 바이럴되는 이슈를 탐색하고 피드백 하는 일을 한다. 중앙일보 페이스북(Facebook) 계정, 카카오 플러스(Kakao Plus) 채널, 등의 SNS를 관리하며 중앙일보 기사들이 많이 읽히도록 하는 게 주요 업무다. "ECHO팀이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많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EYE24팀에 알려주면 EYE24가 기사를 쓰는 식으로 협업을 합니다." 김경희 기자가 EYE24와 ECHO의 차이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반면, Multimedia 부서는 좀더 세분화 돼있다. 비디오, 포토, 디자인, 그래픽으로 나뉜다. 비디오 팀의 경우 디지털 영역에서 주로 화제가 되는 유튜브 동영상, 해외에서 이슈 된 이야기들을 활용해 기사를 만든다. 멀티미디어 팀에서 기획한 대표적인 기사는 '쎈터뷰'라는 뉴스 코너다. 기자가 주제를 정해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해 기사화한다. '"추석선물 뭐하실 건가요?" "돈이없다"'기사는 추석을 앞두고 어떤 선물을 살 예정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시민들이 어떤 답을 하는지 취재한 현장감이 생생한 영상기사다. 간단하면서도 짧은 영상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류의 기사다.

▲중앙일보 '[쎈터뷰] 추석선물 뭐하실 건가요, 돈이 없다' 영상기사 (자료=중앙일보)

Data Journalism, 데이터 기반으로 고품질 뉴스 제작

'Data Journalism'팀은 말 그대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한다. 해당 팀에는 취재기자 5명이 소속되어있다. EYE24와 ECHO팀이 조금은 빠른 기사를 생산하는 부서였다면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팀은 느리지만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깊이 있게 취재한 기사를 다룬다. 데이터 저널리즘 속성상 한 작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에 8월부터 9월 초까지 완성된 기사는 '해안침식, 동해안이 무너진다'와 '막아도 끝없는 '성인 검색어 전쟁'' 두 건이었다.

▲중앙일보 '해안침식, 동해안이 무너진다' 기사(왼쪽)와 '막아도 끝없는 성인검색어 전쟁' 기사(오른쪽) (자료=중앙일보)

주목할 점은 두 기사 모두 기존에 생산되던 기사와는 차별화된 형태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기존의 온라인 기사들이 정형화된 텍스트와 사진만을 위주로 만들어졌던 것과는 다르다. 움직이는 제목과 배경화면, 기사 옆에 제공되는 동영상들, 거기에 데이터 인포그래픽까지 더해져 볼거리가 많고 화려하다.

▲기사이해를 도와주는 인포그래픽(왼쪽), 기사 옆에서 시각적인 설명을 더해주는 동영상(오른쪽) (자료=중앙일보)

기사를 보여주는 방식 또한 새롭다. 텍스트를 스크롤 다운해 읽어 내려가는 게 전부였던 기존의 웹 기사들과는 다르게 좌우에 있는 화살표를 클릭해 양 옆으로 움직이며 글을 읽고, 지도 혹은 그림 위의 아이콘을 누르며 정보를 얻는다.

▲화살표를 누르면 화면이 양 옆으로 이동한다(왼쪽) 지도 위 아이콘을 누르면 정보와 영상이 제공된다(오른쪽) (자료=중앙일보)

이들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대부분 긍정적이다. 중앙일보 아이디 'mega77'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기사는 항상 스크롤만 내려야 하는 줄 알았는데 신선하네요."라며 '막아도 끝없는 성인 검색어 전쟁' 기사 방식을 새롭다 평가했다. 아이디 'flyhan0921'을 사용하는 독자는 "독특한 기사네요. 재미있게 잘 봤어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한편, 기사의 형식이 새롭고 세련되기는 하지만 내용은 깊이가 약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중앙일보 아이디 'kangyk00' 독자는 해안침식 기사에 대해 "언제까지 원인분석, 모니터링만 운운할 것인가. 이미 30,40년 전부터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래서 무엇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당장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놔두고 다른 것(모래 데이터 확보)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논의의 깊이가 더 나아갔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기사를 보여주는 형식의 변화 시도가 새롭고, 눈길을 사로잡지만 내용에 대한 논의 또한 함께 풀어가야 하는 숙제임을 시사한다.

디지털 변화로 이룬 성과와 나아갈 길

"(디지털 혁신 후) 예전에 비해 홈페이지 페이지 뷰(Page View)가 두 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김경희 기자는 중앙일보의 새로운 변화들로 중앙일보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한다. "또 기존에는 현장 취재기자들이 신문 제작을 위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별도로 디지털 기사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에 이중부담이 있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부서들이 많아지면서 취재 기자들 역시 부담을 좀 덜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신문 지면 기사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신문 독자들을 위한 깊이 있는 취재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신규부서 개편 뿐 아니어도 중앙일보의 혁신적인 시도는 더 다양하고 많다. 논설 위원실에서 하는 페이스북 LIVE 방송, 택시기사 면허를 가진 기자가 손님을 태워 인터뷰한 내용으로 기사를 만드는 보이스 택싱, 홈페이지에 질문을 올리고 댓글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디지털 썰전 등 중앙일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불가피 하다는 데는 (회사 전반적으로)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좋든 싫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거죠.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가면서 연착륙하는 게 조직원들의 바람입니다." 김경희 기자는 기본적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제1회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김영훈 중앙일보 디지털 담당 역시 비슷한 맥락을 강조했다. "중앙의 혁신은 어떻게 디지털화하느냐가 아니라 '미디어가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중앙일보는 여전히 혁신 중이다.
 

유수환 기자  sophia34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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