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며 일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 월요일 오후 6시 종로구 통의동 스타벅스 창가에 앉은 젊은 남녀 네 명은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의논했다. 그 옆에는 수수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 세 명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맞은편에선 커플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자신들의 사진을 찍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은 『수학 콘서트 플러스』 책을 읽었다.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던 머리가 희끗한 남성은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지 몸을 배배 꼬았다. 빈 테이블은 거의 없었다.

1999년 이화여대 앞 스타벅스 1호점은 신식 서구 문화의 상징이었다. 당시 커피전문점 커피는 일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밥값만큼 비싼 커피 가격 때문에 사치 소비라며 비판받기도 했다. 오늘날 한국 스타벅스 매장 수는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도시 중에선 서울이 1위다. 보건복지부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남녀는 주당 11.99회 커피를 마신다. 2014년 SK증권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커피전문점 시장은 5조 4천억 원 규모인 전체 커피 시장의 46.8%를 차지한다.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수많은 한국인의 식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강태묵(34)씨는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카페에 간다. 강 씨는 “그냥 이야기하면 밋밋하니까 같이 커피를 마신다. 분위기도 깔끔하고 대화하기 편하다”라고 말했다. 이승은(25)씨도 친구들과 카페를 약속장소로 정할 때가 많다. 이 씨는 “특히 술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과 만날 때 카페가 좋다”고 말했다.

혼자서 카페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카페 문화가 성숙하면서 코브러리족(Coffee+Library)· 코피스족(Coffee+Office)· 글루미족(Gloomy) 등 신조어도 생겼다. 카페를 도서관이나 사무실처럼 이용하거나 고독을 즐기는 경우다. 정현웅(24)씨는 카페에서 주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다. 그는 “독서실보다는 개방적이고 약간은 산만한 카페에서 집중이 더 잘 된다”며 “카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평화로운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커피를 통해 짧은 휴식과 각성을 얻거나 취향에 따라 맛과 향을 즐긴다. 이혜인(24)씨는 매일 오후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한다. 이 씨는 “커피가 주는 각성과 여유로움은 다른 음료로 대체할 수 없다”며 “커피 한 잔으로 기분 전환도 하고 하루의 활력도 얻는다”라고 말했다. 양길성(26)씨는 산미가 있고 무거운 커피를 좋아해 특정 브랜드의 커피전문점만을 찾는다. 그는 기계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는 점을 카페의 장점으로 꼽았다. 

카페에서 만난 이용객들과 기자의 지인들에게 ‘어느 날 카페가 없어지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서윤희(59)씨는 당황해하며 “글쎄요, 카페 문화에 많이 익숙해져서…”라고 답했다. 이혜인씨는 “여유를 소비하는 일상의 즐거움이 사라져 섭섭할 것 같다”라고 했다. 정현웅씨는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분위기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절망적이다”라고 답했다. 2016년 카페는 이미 한국인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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