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솟아오르는 국궁

최근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인 국궁(國弓)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국궁동아리 ‘쏜살’이 5년 전 창립된 데 이어 현재 연세대,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에서 국궁 동아리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국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은 <주몽>, <최종병기 활>, <역린> 등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인기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젊은이들이 국궁과 친근해진 덕이 크다. 지난해 가을부터 국궁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추자연 씨(20)는 “사극과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활을 쏘는 모습이 멋져 보여 국궁을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국내 최대 규모인 황학정 활터의 사두(射頭·활터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활터의 수장을 부르는 말)인 최남섭(63)씨는 “<역린>에서 현빈이 쏜 애기살의 위력에 반했다는 젊은이들도 많이 봤다”며 “처음에 어떤 목적을 가졌던 간에 활을 쏘면 쏠수록 심신을 수련하고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국궁 본연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최종병기 활>(ⓒ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신궁인 주인공이 활을 쏘며 적과 맞선다.
▲ <역린>(ⓒ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주인공이 애기살을 쏘는 한 장면. 애기살은 사거리가 길고 강력한 위력을 가진 활이다.


국궁 대중화의 어려움과 극복

조금씩 국궁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대중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궁 인구 확산의 큰 걸림돌로는 비교적 고가인 장비와 낮은 인지도가 꼽힌다. 국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활, 화살, 궁대(활집), 깍지(활을 쏠 때에 시위를 잡아당기기 위해 끼는 기구) 등 4가지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 장비라 할 수 있는 활의 경우만 살펴봐도 적어도 20만 원 이상인 터라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취미로 즐기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대학생들은 국궁을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이나 즐기는 고급취미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국궁을 배우고 있는 양석준(21)씨는 “개인 활을 살 때가 다가오면서 조금은 가격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견고함 때문에 특히 활의 경우 한번 구입하면 보통 10년은 쓸 수 있다.

▲ <표 1> 개량궁 가격비교

 

▲ 전국 활터 지도(출처: 한국스마트앱연구소, 앱 ‘명궁으로 가는 길, 국궁 습사기록’). 총 381개이다 (왼쪽). 서울, 경기, 인천 지역 활터 지도. 총 106개의 활터가 있다 (오른쪽).

홍보 부족으로 인한 낮은 인지도도 국궁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전국적으로 활터는 381개지만 이에 대한 정보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신송미 씨(20)는 자신의 집 근처에도 활터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한다. 그는 "활터의 존재를 일찍 알았다면 지금보다 좀 더 많이 국궁에 관심을 가졌을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했다.

활터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최 사두는 홍보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국궁은 우리의 전통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경쟁력이 충분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계속해서 국궁을 부흥시키려면 20대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최 사두는 적극적으로 대학생에게 국궁을 홍보할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대중화를 위한 노력

최근 들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등 국궁인들은 대중들에게 우리의 전통 활쏘기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수원 화성 연무대에는 2,000원을 내면 화살 10발을 쏘며 국궁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은 체험 학습을 온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많아서 국궁을 알릴 수 있는 좋은 현장이 된다. 연무대에서 처음으로 활을 쏴 보았다는 최지원 양(15)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기회가 있으면 또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화성 연무대를 운영하고 있는 수원문화재단에서는 ‘리틀정조체험학교’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3학년부터 6학년 사이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하루 종일 화성에서 국궁을 포함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도록 구성돼 있다. 5월 시작돼 10월까지 총 5번 열리는 프로그램이 이미 전부 매진됐다. 이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들은 청소년의 흥미를 끌어 국궁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회성 체험에서 그치지 않기 위한 국궁교실도 등장하고 있다. 사직동 주민 센터에서는 상반기, 하반기 한 번씩 국궁교실 참가자를 모집한다. 주민 센터 관계자는 “노래교실이나 요가교실과 다르게 2,30대의 관심이 높다”며 “주민 센터에서 운영하는 다른 수업들보다도 국궁 수업의 반응이 월등히 좋다”고 말한다.
 

활을 당길 때 아름다움

▲ 활을 내기 직전 최남섭 사두의 모습.

“조용히 기를 모아서 활을 내는 겁니다. 과정이 고요하고 모든 것이 맞아 들어가면 활이 과녁에 닿게 되죠”라고 최사두는 말한다. 활을 쏘는 순간 활에 가지는 애정과 의미는 경력과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소중하다.

아직 국궁이 젊은 층에게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는 국궁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이 있다. 국궁은 과거부터 우리와 함께 해 온 민족의 정신이다.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 속에 국궁은 고여 있는 호수가 아닌 겨레의 흐르는 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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