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길을 후레쉬 하나 들고 가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인터넷 미디어를 만드는 다음의 석종훈 미디어본부장의 느낌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Daum)이 만든 미디어다음(http://media.daum.net)은 2003년 3월 처음 문을 열어 1년을 넘어서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가 제공하는 기사를 한곳에 모아놓았고 자체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기도 한다.

석 본부장은 경향신문 3년, 조선일보 11년의 기자생활을 거쳤다. IT 전문기자로 활동했고 실리콘밸리 뉴스도 만들었다. 다음에는 이재웅 사장의 권유로 입사했다. "이재웅 사장과는 기자와 취재원으로 알고 지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다양한 미디어적인 실험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공유하고 있었죠."

뉴스를 통한 소통과 연대의 욕구

네티즌의 이슈에 대한 관심, 뉴스를 통한 연대의식, 쌍방향성의 욕구가 미디어다음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2002년, 월드컵 실시간 기사를 실었을 때 TV 화면을 보면서도 네티즌들은 미디어다음 기사에 100자 의견을 남겼다. "혼자 집에서 봤으면 감동을 못 느꼈을 텐데, 뉴스에서 연대의식을 느끼는 경향이 있구나, 생각했죠." 이후 민감한 이슈에 대한 설문란을 개설했는데 삽시간에 수만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자기가 알고 있는 뉴스에 더 관심을 갖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려고 기사를 클릭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러한 생각이 100자 의견, 토론장, 온라인설문, 관련기사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보기 등의 코너로 발전했다.

"미디어다음의 논조를 만드는 것은 네티즌"

미디어다음의 화면 오른편에는 '가장 많이 본 기사'라는 코너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본 기사가 코너 상단에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미디어 다음의 논조는 내 생각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트를 보고 의견을 표현하는 네티즌들이 만드는 것이다"며 네티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지가 편집에 반영이 된다고 한다.

가벼운 흥미위주의 기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로 아니라고 답한다. 제공되는 기사는 다양하지만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또 그는 "정치 기사는 가치가 있는 것이고 흥미성 기사는 가치가 없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덧붙였다. '딱딱한 급훈 사라지고 재미있는 급훈이 늘어난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린 적이 있다.  100자 의견에 네티즌들이 알고 있는 재미있는 급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급훈에 대한 네티즌들의 이야기가 어려운 정치기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람들은 가벼운 기사도 보고싶어 합니다. 뉴스를 골치 아프게 보는 것이 아니라, 좀 재미있게 볼 수도 있잖아요."

자칫하면 소수의 의견이 묻히지는 않을까. 석 본부장도 그런 부작용에 대해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다른 매체보다 소수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탄핵의 경우만 보더라도 100자 의견란을 통해 찬성과 반대가 자유롭게 게시되고 있다고. "온라인미디어는 몇몇 사람이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일방향적 매체보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제기 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수평적이고 따뜻한 세상을 위한 미디어

다음의 미디어본부는 총 4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간지 출신 기자들도 포함되어 있는 취재파트, 개발파트, 전략파트, 그리고 기획편집파트가 있다. 본부장은 이들 모두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신문사의 편집장, 혹은 사장과 비슷한 일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신문사 편집장처럼 기사를 하나하나 체크하지는 않는다는 점. 기본적으로 기사 담당자의 생각을 존중한다. 기업의 수평문화가 녹아있는 편집 과정이다. "석종훈님!" 다음에서 직원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아르바이트생이 본부장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직위를 떠나 책상의 크기도 모두 똑같다.

보다 공정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자. 미디어다음의 식구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관이다. 욕설과 비방으로 우려의 눈총을 받는 인터넷 미디어를 생각해보면 미디어다음의 모토가 황당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석 본부장은 인터넷 미디어가 가지는 순기능을 더 신뢰한다. "실명제로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따뜻한 소식이나 만화에 달리는 리플, 얼마나 아름다워요."

미디어다음이 자체적으로 취재해서 제공하는 기사의 소재는 국선변호사, 전동휠체어, 단전단수현상 등이다. "사회적인 약자, 소외받는 계층 등 기존 언론에서 소외된 영역을 다루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영국에서 여대생이 순결을 1800만원에 팔았다는 소식이 미디어다음의 깜짝뉴스 코너에 떴다. "급히 이것을 빼라고 지시했어요. 재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것을 노출시켜서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자는 것인지......"

뉴스의 구성요소는 다양하다

앞으로의 변화가 궁금하다. "무엇보다 인터넷 미디어는 이제 탄생 초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구현된 것보다 훨씬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터넷 미디어의 미래를 휴대폰에 비유한다. "칩이 있어야 휴대폰을 만드는데, 지금 한 개의 기사는 전체 뉴스에서 칩에 불과합니다. 인터넷 미디어에서는 앞으로 설문, 100자평과 같은 독자 참여 공간이 유기적으로 엮어지면서 전체 뉴스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같은 이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광장'. 석종훈 본부장이 만들어 나가고 있는 공간이다.

 
 
     손기은 기자 <choori@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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