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면접 지도 1주일에 30만원

취업준비생 박모(31.남)씨는 지난해 서류전형에서만 20군데 넘게 낙방했다. 운 좋게 면접을 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기업에 합격한 선배가 취업 컨설팅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박 씨는 지난해 11월 신촌의 한 취업 컨설팅업체를 찾았다. 업체는 그에게 맞춤 직무를 알려주는 직무상담을 추천했다. 대표와의 상담 비용은 30분에 9만 원이었다. 그는 “비용은 비쌌지만 답답했던 속이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며 컨설팅에 만족해 했다.
 
대학 입시를 통해 학원에 다니는 것처럼 ‘취준생’들이 일종의 ‘취업 학원’에 몰리고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면접∙토론 등 채용 과정 전반을 대비하는 취업 컨설팅업체다. 주로 대학가인 신촌과 학원들이 모여 있는 강남에 많다. 취업 준비를 앞둔 4학년 학생부터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한 ‘장수생’까지 이들 업체의 문을 두드린다. 신촌에 위치한 A업체에서 컨설팅 상담을 받은 대학 4학년 김모(24, 남)씨는 “막상 취업을 준비하려니 앞길이 막막해 이 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강남역에 있는 B업체는 “소위 스카이(SKY)라는 명문대를 가기 위해 학원을 다니듯 대기업을 다니려면 취업 아카데미가 필수”라며 매년 취업이 힘들어질수록 찾는 학생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의 취업 관련 카페에서도 취업 컨설팅에 관해 묻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교육과정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YBM이나 인크루트 같은 기업까지 취업 컨설팅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아예 입시학원 종합반처럼 운영하는 곳도 있다. B업체는 ‘대기업 정규 취업반’을 매달 개강하는데, 자소서 작성, 실전토론 면접, 모의 면접 등의 과목을 열었다. 3시간 수업을 주 3회, 3개월 과정으로 들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수강하면 단기간에 밀도 있게 대기업 채용을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위한 단과반도 있다. 심지어 취업 준비의 일환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A업체는 ‘액티비티 수업’의 일종이라며 동아리를 소개했다. 원하는 학생은 여성 야구 동아리, 모창 동아리, 마라톤 동아리에 들어갈 수 있다.
 
비용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B업체에서 3개월 수업을 듣고 일대일 상담을 10회 받는 패키지는 228만 원이다. 이 업체의 자기소개서와 면접 단과반은 각각 1주일에 30만 원이다. 일대일 상담을 하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역삼동에 있는 C업체는 일대일로만 컨설팅을 진행한다. 비용은 1시간에 20만 원이다.
 
‘취업할 때까지 무제한 관리’를 내세우는 업체도 있다. 가입 후 첫 3개월은 40만 원, 4개월째부터 월 20만 원을 낸다. 취업에 성공하면 이후에 12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업체들은 “한 달이라도 취업을 앞당기면 몇 백만 원을 아끼는 셈”이라고 말한다.
 
사정이 절박한 취업준비생들은 취업문을 뚫을 수만 있다면 거액도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1년 동안 면접에서만 세 차례 떨어진 이 모(26.여)씨는 “스펙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어 점수야 올릴 수 있다지만 면접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며 고액의 일대일 컨설팅을 받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비용을 지불할 생각이다.
 
2013년 공연기획사에 취직한 이모(30, 여)씨는 “대략 1회에 20만 원 정도였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의 유학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취업 컨설팅업체에서 예상질문을 만들고 면접을 카메라 앞에서 녹화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문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업체들의 자격을 검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취업컨설팅 업체에는 별다른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취업 컨설턴트 자격증이 있지만 필수는 아니다. 업체들은 대부분 강사들이 대기업 근무 이력을 갖고 있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컨설팅 업체 홈페이지의 강사 프로필을 살펴보면 실제 채용이나 인사 경력과는 무관한 직무였던 경우도 많다. 별도의 공간도 없이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나 카페만 개설해 운영하는 업체들도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상담을 받고 실제 컨설팅은 카페나 스터디 공간을 통해 이뤄지는 식이다.
 
취업 컨설팅과 성격이 유사한 대입 컨설팅 업체는 교육청의 감독을 받는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학원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 컨설팅 업체는 대개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는다. 서초구의 D업체는 “학원이 아닌 컨설팅 업체로 등록돼 있다며 이는 업체마다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원정책팀의 김태우 주무관은 “취업 컨설팅 업체는 생소한 분야라 학원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