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1,647개 초중고교에 설치된 CCTV는 총 21,890대다. 총 대수만 보면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화소에 주목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화소(畵素), 즉 해상도를 결정하는 화면의 구성단위의 차이는 사람의 얼굴 식별 정도를 결정짓는다. 보안 전문가들은 “최소 100만 화소 이상이어야 얼굴 식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서울시 초중고교 CCTV의 10대 중 8대는 100만 화소 미만이다. 
 이런 정도의 화질로 납치나 성폭력 등의 사건이 벌어질 경우 교내에 침입한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관내에 여자 중·고교가 있는 서울 동대문구 한 파출소의 경찰관은 CCTV에 찍힌 사람 얼굴만으로는 식별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화질이 떨어지는 구형 모델의 경우 “화면 속 인물을 봤을 때, 평소 알던 사람만이 알아보는 정도의 기능을 한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서울의 초·중·고교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CCTV의 화질이 너무 낮아서 범죄 예방과 학생 안전에 무용지물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10대 중 8대는 100만 화소 미만 ‘저화질’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초·중·고교에 설치된 CCTV 2만 1,890대 가운데 86%인 1만 8,937대가 100만 화소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CCTV 10대 중 8대는 사람 얼굴을 제대로 식별하기 어려운 저화질이다. 학교별로는 고등학교(90%), 중학교(87%), 초등학교(82%) 순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이제는 시중에서 거의 판매되지 않는 27만 화소 이하를 포함해 사람의 얼굴을 거의 알아볼 수 없는 40만 화소 이하의 구식 모델이 여전히 적지 않게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 CCTV의 19%, 중학교의 23%, 고등학교의 22%가 여기에 해당된다. (<표1> 참조) 40만 화소 CCTV가 지난 2006년 시장에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10대 중 2대가 노후 모델인 셈이다. 이미 2010년에 100만 화소 CCTV가, 2013년에는 200만 화소의 고화질이 출시됐다.

학교별

저화소 비율

CCTV 화소

40만 이하

40만 이상

50만 이상

100만 이상

초등학교

81.8%

1,426

4,450

319

1,376

중학교

86.8%

1,552

3,565

652

870

고등학교

90.4%

1,600

4,416

618

697

특수학교

97.1%

66

255

18

10

합계

86.5%

4,644

12,686

1,607

2,953

 ▲ <표1> 서울 각급 학교 CCTV 설치 현황

  저화질 CCTV의 해상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서울 강서구의 KT 텔레캅 사무실에서 간단한 비교 실험을 해 봤다. 비교의 대상은 구형 40만 화소와 가장 최근에 출시된 카메라인 200만 화소로 택했다.
 먼저 CCTV와 5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사람의 모습을 촬영한 결과, 40만 화소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화면이 어두침침해서 인상착의를 묘사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얼핏 보면 검은 모자에 썬글래스를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사진1>) 반면 같은 위치에서 200만 화소 카메라로 촬영해 봤더니, 얼굴 형태나 머리 모양, 옷의 색깔과 종류가 훨씬 또렷하게 드러났다.(<사진2>) 

  
 

▲ 화질 비교 사진(CCTV와의 거리: 5미터. 왼쪽 40만 화소, 오른쪽 200만 화소)

거리를 좁혀 카메라와 2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사람의 얼굴을 촬영했더니, 40만 화소에서는 빛의 방향에 따라 그늘이 진 쪽은 완전히 검은색으로 가려졌다. 밝게 보이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이목구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몽타주를 작성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사진3>) 하지만 200만 화소 카메라는 인상착의는 물론 얼굴 표정까지 잡아냈다.(<사진4>)

▲ 화질 비교 사진(CCTV와의 거리: 2미터. 왼쪽 40만 화소, 오른쪽 200만 화소)


 카메라 바로 아래인 1미터 거리에서는 입체감의 차이가 발견됐다. 실제 상황에서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똑같은 물체를 놓고도 40만 화소 카메라에서는 헬멧을 쓴 경비요원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200만 화소로 보면 경비요원 모습을 한 판넬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진5>,<사진6> 비교)

 

 ▲ 화질 비교 사진(CCTV와의 거리: 1미터. 왼쪽 40만 화소, 오른쪽 200만 화소) 

◇ 성동·광진구는 98%가 저화질.. 구별 편차도 커
 고등학교는 저화질 CCTV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도 문제였지만, 서울 시내 자치구들 간에 격차도 컸다.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서울 시내 고등학교 CCTV 현황’에 따르면, 100만 화소 미만의 CCTV 설치 비율은 성동·광진구가 97.8%로 가장 높았고, 은평·서대문·마포구가 뒤를 이었다(95.5%). 이 지역들은 거의 다 저화질인 셈이다. 반면, 강남·서초구는 75.6%로 비교적 낮았고, 남부교육지원청 관할인 구로·금천·영등포구는 63.6%로 가장 낮았다. 이는 2010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영등포구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부교육지원청의 담당자는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학교는 고화소 CCTV비율이 높을 수 있다”고 했다. 

순서

소속(교육지원청)

저화소 비율

CCTV 화소(%)

40만 이하

40만 이상

50만 이상

100만 이상

1

성동광진

97.8%

105

147

15

6

2

서부(은평,서대문,마포구)

95.4%

84

191

38

15

3

강동송파

92.3%

260

296

136

57

4

강서(강서, 양천구)

89.9%

86

275

60

47

5

북부(노원, 도봉구)

88.0%

100

362

25

66

6

중부(종로, 중구, 용산구)

82.3%

20

244

29

63

7

동부(중랑, 동대문구)

81.4%

0

172

13

42

8

동작관악

78.8%

43

107

25

47

9

성북(성북, 강북구)

76.8%

70

114

9

58

10

강남(강남, 서초구)

75.5%

160

271

4

141

11

남부(구로, 금천, 영등포구)

63.6%

62

139

44

140

▲<표2> 서울시내 고등학교 CCTV 설치 현황

◇ “정문, 후문, 운동장 등 3곳 교체에 1천만 원”
 문제는 비용이다. 2013년 홍은초등학교는 CCTV 2대와 관련 장비를 교체하는데 896만원이 들었다. 100만 화소 이상 CCTV의 가격은 해마다 내려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인건비,  부대시설 교체까지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런 수준이다. 그래서 일선 학교에서는 교문 근처 주요 지점부터 우선적으로 고화질 CCTV로 교체한다. CCTV 설비업체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정문 등 안전이 취약한 2곳에만 설치하더라도 500만원의 예산이 든다”고 했다. 정문, 후문, 운동장, 쓰레기소각장 등의 구형 카메라를 신형으로 교체할 경우 적어도 1,000만원은 든다는 이야기다.
 서울시교육청은 100만 화소 이상 CCTV 비율을 20% 정도로 높이기 위해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청에서는 수요 조사를 별도로 하지는 않는다. 일선 학교의 요청이 있으면 그것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식이다. 이는 저화질 CCTV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성동구쪽의 사정에서도 나타난다. 구청의 담당 주무관은 “학교 측에서 CCTV 교체 요청을 적게 해 나온 결과”라며 책임을 일선 학교로 돌렸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