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을 시킬까 자장면을 시킬까 ~

  중국집에 가면은 헷갈린다. 헷갈려

 짬뽕을 시키면 자장면이 먹고 싶고 ~

  자장면을 시키면 짬뽕이 먹고 싶네.”

인생을 한길로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다못해 중국집에서 메뉴를 정하는 것도 헷갈리는 세상이다. 자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자장면을 먹는다 해도 보통을 먹을지, 곱배기를 먹을지가 고민이다. 철가방 프로젝트의 ‘짬뽕과 자장면’이라는 노래 가사는 사소한 인간사의 헷갈림을 말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은 대개 이런 식이다. 가볍고 단순하지만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다.

2000년, 6명의 멤버로 구성된 철가방 프로젝트는 첫 앨범을 냈다. 작년 9월에는 그들의 두 번째 앨범이 나왔다. 단 두 장의 앨범을 냈지만 공연은 100회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3월 20일에는 그룹 ‘사랑과 평화’와 함께 콘서트도 했다. 3년 간 철가방 프로젝트 활동의 중심에는 이남이(56)씨가 있다.

돈가스 때문에

이남이씨는 ‘신중현과 벌떼들’, ‘사랑과 평화’의 밴드생활을 거치며 20대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왔다. 그 긴 여정의 시작은 우습게도 돈가스였다. “중학교 1학년 때 밴드부인 친구 녀석이 밴드부는 연습 끝나고 돈가스를 준다고 하더라구. 돈가스를 먹기 위해서 밴드부에 들어갔지. 그 시절에 돈가스가 얼마나 귀했겠어.(웃음)” 중학생 소년 같은 웃음을 지으며 이남이씨는 말한다.

젊은 시절 내내 음악에만 열중하던 이남이씨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35살에 결혼했다. 결혼하고 5년 동안은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40대에 다시 ‘울고 싶어라’로 활동을 재개했다. 92년부터 7년간은 산에서 살았다. 산에서 속세로 돌아온 이남이씨는 2000년에 ‘철가방 프로젝트’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음악에 인생을 바치진 않았다. 30대와 40대에 모두 음악을 떠났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옛날부터 음악만큼이나 수도생활을 좋아했지. 현실을 떠나고 싶을 때는 떠나서 마음 공부를 했어. 하지만 그게 음악과 별개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음악은 내 마음을 비추어 만드는 것이니까 말야.” 음악에 비추어 본 그의 마음은 풍요로워 보인다.

불규칙적인 수입으로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을 듯하다. 돈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난 음악을 하면서 돈을 생각하지 않았어. 우리 시대에 음악이 돈이 되지도 않았고. 사실 결혼하고 농사를 지었던 건 음악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어려웠기 때문이야. 농사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 평생 음악만을 좇아온 아버지에 대해 불만은 없었냐는 질문에 딸 이단비(23)씨는 말한다. “우리 아빠는 노래하는 게 직업이니까 딱히 불만은 없었어요. 아빠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니까.”

아버지처럼 살고 싶었어

장난기 가득한 웃음부터 거침없는 성격, 시원한 목소리까지 아버지를 쏙 닮은 이단비씨는 철가방 프로젝트의 보컬이다. 그녀의 음악생활이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자신이 음악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무언(無言)으로 알고 있었다는 단비씨.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삶은 고생스럽다.” 자기는 좋아서 해도 자식 고생시키기는 싫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얘가 음악을 너무 좋아하길래 의지를 시험해보기로 했지. 진짜로 니가 하고 싶다면 장학금 한 번 타와 봐라. 그럼 시켜주겠다고 약속했지. 그런데 장학금을 타왔더라고.” 평소에 공부 잘하는 딸이 아니었기에 딸의 의지를 믿어보기로 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보통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남이씨의 신조다.

아버지의 신조에 따라 이단비씨는 노래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 공부도 하고 있다. 다음 철가방 앨범에는 자신이 만든 음악도 넣을 계획이다. “우리 팀 멤버들은 모두 작사 작곡을 하기 때문에 두 세곡씩이라도 자기의 개성이 담긴 음악을 넣으려고 해요.”

한 지붕 여섯 가족,  ‘철가방 프로젝트’

20대인 단비씨부터 50대인 이남이씨까지 철가방 멤버들의 나이대는 폭넓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에게 매니아적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와 취향은 관계없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만들면 되는 거지.”

멤버간의 갈등은 없냐는 질문에 이남이씨는 “알아서 다 기어(웃음)” 라며 농을 던진다. “나이가 비슷하면 의견 충돌이 많은데 차이가 많이 나니까 오히려 그럴 일이 별로 없어.” 음반을 만들고 공연 연습을 하느라 며칠 밤을 같이 새면서 멤버들은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 “솔직히 작업할 때는 힘들죠. 하지만 완성된 음악을 같이 듣고 공연준비를 하면서 행복하다는 걸 느껴요.” 단비씨의 말이다. 이남이씨는 행복한 표정의 딸에게 말한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 그 대신 노력해야지.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무쟈~게 노력해야 된다구.”


 
 이진아 기자 <84groov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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