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송혜영 편집장

3월 29일,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에게 7년의 중형이 선고되었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북한의 지령을 받고 친북 저술활동을 해 국가 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라고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송교수가 북한으로부터 금품을 받아오면서도 자신을 ‘경계인’으로 포장하고 ‘내재적 접근법’을 통해 북한을 찬양함으로써 국내외 친북 세력에게 이론적인 무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독일 언론들은 학문과 양심의 자유가 국가보안법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이번 판결은 자유 법치국가 한국의 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7,80년대 사상의 자유를 막은 금서의 역사는 끝나지 않고 국가 보안법이나 완화된 사상 전향제라 할 수 있는 준법서약제와 보안관찰처분이란 제도로 여전히 남아 있다. 송교수가 위반했고 독일 언론이 비판한 국가 보안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백과사전의 정의를 보면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실현하는 장치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사상의 자유가 확보되어 있는 국가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를 실현한다는 말은 모순이다.

이는 우리나라 헌법에서 북한을 이중의 잣대로 보는 모순된 시각에서부터 출발한다. 국가보안법에서 북한은 엄격히 반국가단체로 규정된다(헌법 제3조). 하지만 남북한교류와 협력에 관한 법률에서 북한은 평화적 통일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헌법 제4조, 제66조 2항). 어느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송교수는 반정부적인 쿠데타 선동인물이거나 평화 통일에 막대한 공로를 기여한 인물로 평가될 수 있다.

금서를 지정하고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던 신군부 정권 시절, 언론은 정권에 규합해 입을 다물었다. 언론이 제 역할만 했더라도 그렇게 많은 대학생들이 지하에서 책을 읽어야 하지도, 아무도 모르게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국가보안법은 냉전과 독재를 위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도 이 땅의 불행한 현대사를 그 날개로 온동 뒤덮고 있는 거대한 괴조와 같은 것이라 비판했다. 국가보안법은 양심과 학문의 자유를 거스르는 전근대적인 유물이다.

시대착오적인 법과 사회 앞에 분명히 그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 땅의 언론이 20년 전처럼 죽진 않았다고. 현대판 분서갱유에 분노하고 대항했던 20년 전의 대학생처럼, 20년 후의 대학생에게 또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말한다.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거스르는 국가 보안법은 잘못됐고 송교수의 판결도 재심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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