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avage Grace

 

야만적인 우아함, 'Savage Grace'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모순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기괴하다는 점에서 한 번,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점에서 또 한 번 충격을 준다. 그간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던 부와 명예를 갖추게 된 한 여자는 대신에 세상에 치이고 타락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지속적으로 영향받아온 한 남자는 그 자신과 여자를 모두 절벽 끝으로 몰아넣고 만다. 그렇게 한 가족이 통째로 몰락해 버린다.

주인공 바바라는 최초로 합성수지를 발명한 레오 베이클랜드의 손자이자 베이라이트사의 상속인인 브룩스와 결혼하여 부와 명예를 얻는다. 이 집안의 사정을 모르는 자라면 당연히 바바라의 꿈만 같은 인생을 부러워 할 것이다. 그러나 소위 상류층 사람들은 그녀를 그들과 동등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조롱당하고, 남편의 무관심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직접 보면서 자라온 바바라의 아들, 토니에게까지 그 상처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영화에는 마약, 근친상간, 존속살해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요소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끝에 나오는 실화라는 자막이 더욱 충격을 안겨주었는지도 모른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는 바바라와 토니 위주로 흘러간다. 하지만 바바라와 토니의 인생이 어그러지는 시작점에는 브룩스가 있다. 바바라가 상류계층 사람들에게 무시당할 때, 브룩스는 늘 그녀를 외면했다. 그리고 브룩스는 토니가 위태로울 때 보낸 편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토니의 여자친구인 비앙카와 함께 바바라와 토니를 버리고 떠났다. 이를 계기로 모자간의 이상한 관계가 시작됐다. 바바라와 토니가 잘못된 방식으로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토니는 죽은 개의 목걸이에 집착하고 자신이 한 행동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인다. 그는 급기야 우발적으로 바바라를 살해한다. 그렇게 영화는 끝나지만 실제 주인공은 정신 장애 범죄자 시설에 수감되어 1980년에 석방되었고, 이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영화 제목에서 알려주듯이, 'Savage Grace'는 잔인하거나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을 자극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그런 장면들까지도 우아하게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다. 바바라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상류 계층으로서의 품위를 끝까지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한 연출이 오히려 이야기의 비극성을 더 크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바바라의 삶은 완벽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들과 비이성적인 관계를 맺어 위로받으려 했다. 게다가 끝내 아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그녀는 누구보다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토니 역시 그녀와 같이 상처받은 존재였기 때문에 그녀를 위로해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를 다독여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바로 브룩스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가 바바라의 곁을 홀연히 떠나가는 모습, 바로 그 장면으로부터 이 영화의 비극적인 결말은 예상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우아함으로 치장된 야만의 끝에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부와 명예로는 채워질 수 없는 두 모자의 지독한 외로움이 존재했다. 고독한 그들의 마음을 채우기 위한 모든 비이성적인 행위는 어쩌면 야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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