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

인터뷰는 기자의 특권이다. 기자이기에 모르는 사람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인터뷰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초보 기자는 물론이고 숙련된 기자도 어느 정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인터뷰에 도전했을 때 겁이 나 인터넷에 ‘인터뷰’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 때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 씨를 알게 됐다. 김명수(58,남)씨는 국내 최다 인터뷰 횟수를 한국기록원에서 공식 인정받았으며 재작년 제1회 대한민국 기록문화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천 명 이상의 사람을 인터뷰했다.

김명수 기자는 대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를 거쳐 경향신문에서 십년간 편집기자로 근무했다. 그 후 경향닷컴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다 인물 전문 인터넷 신문 피플코리아(peoplekorea.com)를 운영했다. 현재 그는 피플코리아의  ‘클릭 이 사람’ 코너에서 인터뷰 기사를 연재하며 민영통신사 뉴시스의 전국부 편집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글을 10년간 써 본적 없는 기자

사실 김명수 씨는 10년간 기사를 써 본적 없는 편집기자였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김 씨는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취재기자 대신 편집기자를 택했다. 기자임에도 글쓰기와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 어느 날 전환기가 찾아왔다. 한창 닷컴 열풍이 불던 때 김 기자는 경향닷컴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 때 그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글을 쓰려 노력했으나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자신감이 문제였다.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했어요. 특히 긴 글을 쓰질 못했죠. 동료에게 물어보니 독자투고란에라도 글을 쓰라고 조언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자신감이 없어서) 두려웠죠.”

김 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바람’이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렸고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다. 이에 탄력 받은 그는 글 쓰는 양을 서서히 늘렸다. “하루에 글을  너무 많이 올려서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어 다른 사람인척 하면서 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편집기자 시절 경험은 글쓰기에 밑거름이 됐다. “편집기자를 오래하니까 여러 기자의 다양한 글을 보잖아요. 그래서 좋은 글을 많이 읽게 됐죠.” 짧은 시간 내에 핵심을 파악하고 제목을 뽑는 편집기자의 일 역시 내용을 취사선택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글 쓸 때 핵심을 잘 잡게 되죠. 실제로 저는 인터뷰 글을 쓸 때도 제목을 먼저 정합니다.” 그가 쓴 기사는 좋은 평을 받았고 그는 글쓰기에 빠졌다.

인터뷰는 휴먼 다큐멘터리

김 기자는 글쓰기와 함께 인터뷰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휴먼 다큐멘터리에요.” 토막글인 대부분의 기사와는 달리 인터뷰는 한 인간의 전체적인 모습을 아우른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사람을 취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취재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삼성을 알려면 뭘 알아야 할까요? 삼성의 시스템? 인력? 아니에요. 바로 이건희 회장이죠. 삼성을 움직이는 이건희 회장을 알아야 삼성을 알 수 있는 거예요.”

인터뷰와 글쓰기를 통해 김 씨는 긍정적으로 변했다. “사람들이 내 글을 보면서 힘을 얻는 것이 좋아요. 긍정이 긍정의 힘을 낳는다고, 성격도 더 적극적으로 변했죠.” 취재가 두려웠던 옛날과 달리 이제 그는 스스로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인터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김명수 씨는 평생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인터뷰 전문 신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2000년 피플코리아가 탄생했다. 경향닷컴 편집국장으로 일하면서 2년간 겸임하다 그는 2002년 회사를 그만두고 피플코리아에 매진했다.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네티즌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들을 주인공으로 모시겠습니다. 스타나 유명인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진짜 주인이라는 것을 알리고 소개하겠습니다.” 피플코리아 ‘클릭 이 사람’의 첫 인터뷰에 적힌 소개말 중 일부다. 김명수 씨는 유명인사 대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을 주로 인터뷰한다. 흔히 우리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1퍼센트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 씨는 99퍼센트의 보통 사람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말한다. “저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세상을 따지고 보면 1퍼센트의 사람들만이 기득권의 정점, 권력의 꼭대기에 설 수 있지요. 나머지 99퍼센트의 사람들은 보통사람이에요. 이들이 있기에 1퍼센트의 사람들도 존재할 수 있는 거죠. 저는 99퍼센트의 사람들이 세상을 이끄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들을 인터뷰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나름의 인터뷰이(interviewee) 선정 기준이 있다. “우선 세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확실히 인터뷰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고로 ㅇㅇ한 사람, 최다로 ㅇㅇ한 사람, 유일하게 ㅇㅇ한 사람과 같이 뚜렷하고 분명한 인터뷰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 특별한 이유를 찾아 인터뷰하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를 손꼽기 어렵다고 말했다.

질문을 하지 않는 인터뷰

김 기자는 인터뷰에 앞서 철저한 사전조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이에 대해 많이 파악하고 있으면 일단 마음이 편안해지죠.”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그는 늘 인터뷰이에게 아무 준비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같이 한 두 시간만 있으면 알아서 기사를 쓰니까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해요.” 그는 대부분의 인터뷰와 다르게 애초에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인터뷰이와 대화하고 느낀 점을 기사로 쓴다는 것이다. “그저 얘기하고 편안하게 차 한 잔 마시러 왔다고 생각하고 얘기하자고 해요. ‘나는 그저 당신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온 사람이다’라고 말이죠.” 이렇게 하다보면 인터뷰이도 심적으로 편안해져 마음을 열고 속에 있는 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성격이 다 달라요. 어느 한 방법을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죠. 미주알고주알 터놓는 사람도 있고 간결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도 있고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질문을 피해가면 나중에 기사 쓸거리가 없어요. 그래서 민감한 질문은 나중에 하고 기를 살려줄 때 살려주면서 균형감각을 잘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김명수의 인터뷰는 살아있다.

김명수 씨의 인터뷰 기사는 살아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에 그는 우선 직접 체험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씨는 택배일도 해보고 경비일도 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했었다. “마라톤이 힘들다는 내용으로 글을 쓸 때 직접 마라톤에 참가해보고 글을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꽤 커요. 직접 체험해서 쓴 글은 천하의 문장가도 이길 수 없어요.” 그래서 그는 인터뷰할 때 꼭 현장을 찾아가 직접 체험한다고 말했다. 그만의 독특한 인터뷰 글쓰기 방식도 김 씨의 인터뷰를 생동감 있게 만든다. 그는 글쓰기가 전업 작가와 같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누구라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저도 처음에는 글을 못 썼다고 했잖아요. 그 때 제가 결심했죠. ‘글이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보여주겠다.’ 장르를 뛰어넘어 다양하게 글을 썼어요.” 이에 탄생한 것이 질문-답변 형식을 깬 스토리텔링 인터뷰였다. 새로운 형식이 참신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현재 스토리텔링 인터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김 기자는 “인터뷰이가 내 인터뷰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느끼도록 글 쓰는 것이 자존심이자 목표”라고 했다. 인터뷰이도 독자도 인터뷰를 통해 무언가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뷰 기사 속 주인공은 매 회 다르더라도 독자들이 주인공을 보고 감동을 느껴야 해요. 인터뷰 속 주인공은 시류에 타락할 수도 있죠. 그러나 내 인터뷰 기사 속의 주인공은 언제나 빛날 수 있도록 글을 써요. 또 인터뷰이가 나중에 세월이 흘러서 ‘내가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라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분발할 수 있도록 글을 씁니다.”

인터뷰는 내 천직

김 씨는 현재 피플코리아의 ‘클릭 이 사람’의 인물 취재만 담당하고 있다. 현재 맡고 있는 뉴시스 편집위원의 일과 병행하기 어려워 피플코리아를 올해부터 법인화했다. 그러나 그는 “‘클릭 이사람’의 인물 취재는 죽을 때까지 끌고 갈 거예요. 인터뷰가 제 영원한 본업이에요”라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자라는 직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기자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배들에게 항상 전하고 싶은 말이에요. 기자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본인은 힘들고 고달파요. 일을 취미처럼 취미를 일처럼, 이런 정신이 필요한 직업이 바로 기자에요. 저는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는 일이 좋아요. 그래서 항상 현장으로 달려가죠. 이런 열정이 기자에게 필요해요.”

김명수 씨는 오늘도 현장으로 달려간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는 어디든 달려간다. 그 무엇도 죽을 때까지 인터뷰하며 살 거라는 그의 열정을 막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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