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0억>

 

어느 날, 돈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8명에게 운명처럼 10억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 초대권이 주어진다. 방송으로 내보내지는 이 서바이벌 게임은 바다, 사막, 밀림, 강으로 이어지는 육지 속의 무인도, 호주 퍼스(Perth)에서 마지막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방송진행자를 포함한 참가자 8명은 게임 주최자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나머지 한 명은 의식불명의 상태로 호주 경찰에게 구출된다. 심지어 이 잔인무도한 장면들은 유명 게임방송을 통해 모두 온라인으로 생중계 되었다. 이 주최자의 살인 동기는 무엇이고 이 장면을 전국에 생중계한 목적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사실 게임에 참가 하게 될 8명이 모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기억을 못했지만 게임 주최자는 참가자 모두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전, 게임 주최자의 아내는 지나가던 정신병자에게 구타당하여 억울하게 살해당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 중 범인을 말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한 사람은 아내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참가자 8명은 그 사건현장에 있었던 ‘방관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살해당한 것인지, 주최자가 자신을 증오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내용은 10억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이 아닌, ‘방관자 효과’로 인해 일어난 우리사회의 비극이다. 게임의 주최자는 단 한사람이라도 아내를 죽인 범인을 막았거나 신고했더라면 달라졌을 현실을 비관하며 그 분노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참가자 8명이 서서히 살해당하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면서 참가자 전원에게 자신이 느꼈던 ‘방관자 효과’의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해주며 복수를 완성했다. 고작 10억을 얻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우매한 인간들에게 자신의 아내가 버려졌다고 생각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주최자의 모습은 참 섬뜩하고도 안타깝다.

 

사실 방관자효과는 요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왕따를 보고도 모른척하거나 몸싸움이 일어났을 때 말리기보다 지켜보기만 하는 등의 경험은 대부분의 사람이 겪어 봤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방관자 효과의 그늘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관자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길에서 담배 피는 학생을 훈계하려다 폭행당해 숨진 할머니나 싸움을 말리려다 되려 모르는 사람에게 폭행을 당하는 시민 등 자신과 상관없는 사건에 휘말려서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 또한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방관자가 되어 타인의 위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그것이 도리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 올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방관자 효과가 나를 지키기는커녕 사회전체를 방관자 효과의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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