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의원 “총선 불출마 결심”>, <’밥그릇’ 국회, ‘민생’은 뒷전>, <박범계, 이평수 우리당 경선 탈락>. 신문에선 연일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행보를 전하고 있다. 유권자의 나이를 만 19세로 줄이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질 총선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선재상(26, 대학생)씨는 “총선 후보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 매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각 정당이나 대표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후보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총선? 관심없어요.” 이옥환(22, 대학생)씨는 신문에서 정치면은 읽지도 않고 넘긴다. 예쁜 배우가 나오지 않는 뻔한 내용의 드라마에 불과하다고. 사실, 이러한 정치 무관심 또는 정치 혐오는 오늘날 대부분 대학생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다.

‘젊은’ 보수로 바꾸겠습니다

이 ‘대부분’에 속하지 않는 대학생도 있다. 문성환(28, 대학생)씨는 한나라당 2,30대 사이버 당원 모임인 ‘젊은 해밀’의 서울 지역 대표 6명 중 한 명이다. 작년 8월 한나라당 CJ(Cyber Jockey)에 가입하면서 정당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단다. 그는 젊은 보수를 지향한다. 안정된 기반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진짜 보수라며, 보수가 부패와 동일시 되어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보수에 대한 대안이 따로 없는 지금, 한나라당 자체 내에서 바꿔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학 4학년인 문성환씨는 다음 학기 휴학을 계획하고 있다. “박빙의 승부를 가르는 접선지에서 직접 뛰어보고 싶습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나 한나라당 사이버 당원 커뮤니티인 ‘푸른나라’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등 그에게 있어 정치는 생활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잖아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지난 2월 14, 15일에는 대전 동학산에서 ‘젊은 해밀’의 지역 대표 첫 모임을 가졌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회의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잦아질 것이다. 오는 6일에는 ‘생활 정캄와 ‘신보수주의’를 주제로 워크샵도 열 예정이란다.

차별과 억압이 없는 사회를 위해

사회당 당원 활동을 하고 있는 김대현(27, 대학생)씨는 99년 청년진보당에 가입했다. 전라도가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죽어갔지만 정작 범죄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사회가 이해되질 않았단다. 대학을 들어와 철거민들이 사는 곳을 방문한 이후로 사회를 바꿔야겠단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당은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진보정당이다. “차별과 억압이 없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그는 올해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학내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총선을 대비해 당의 지향에 맞는 정책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김대현씨에게는 일상에서 부딪치는 모든 일들이 곧 정치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몸으로 뛰고 직접 행동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 실존의 문제란다. 정당 활동을 통한 물질적 보상 같은 이익이 없더라도 행복한 일이라고 말한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를 혐오, 기피하는 대학생들에게 그는 말한다. “기존의 정치인들에게 절망을 갖게 됐다면 당신이 주체가 되십시오. 당신이 희망이 되어 당신이 바라는 정치를 보여 주십시오.”

우리가 주인 되는 정치

학생 당원들의 활동이 활발한 곳은 아무래도 민주노동당이다. 민노당 전국학생위원회 위원장 김지은(27)씨가 정치에 관심을 가진 건 97년, 민노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국민승리 21의 유세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중소 도시, 시골의 유권자 할머니, 할아버지, 공장 노동자들이 정치로부터 자신이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단다. ‘내 삶이 바뀌는 정치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그들의 말에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생각했다. 김지은씨는 그 대안을 대학에서 찾았다. 가장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대학 사회의 가능성을 믿는단다. “노사모나 효순이 미선이 촛불 시위를 보면서 대학생들의 잠재력을 확인했어요. 정치를 일부러 외면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보수적 정치권에선 자신들의 뜻을 마음껏 펼칠 공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죠.”

그는 대학생의 계층적 요구를 반영하고 목소리 낼 수 있는 대학생 비례대표 후보를 내세울 생각이다. 교육의 질 하락, 청년실업과 같이 대학생 계층이 가지는 특화된 어려움이 대두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이를 위해 전국 대학생 10만 이상 지지를 목표로 잡고 대학생 계층 5대 정치, 정책 요구안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이 되고 공천이 아니라 당원들의 총투표를 통해서 후보를 뽑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라고 김지은씨는 믿는다. “성북동 판잣집 동네가 철거될 때 ‘우와~ 우리 나라도 선진국이 됐구나’ 좋아했어요. 하지만  환경미화라고 생각했던 판잣집 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그게 밀리면서 그 사람들의 살 곳이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 걸 하나씩 알아가면서 제 자신이 변화되는 게 참 기쁘고 고마워요.”

아(我)정치

지난 2004년 1월, 안지훈(26, 대학원생)씨는 열린우리당 학생위원회(준)을 만들었다. 2년간 개혁당 서울시 학생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당내 학생위원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30여 개의 대학에서 주체식을 세우고 3월 활동 계획에 대해 논의를 진행중이다. 무엇보다 20대의 정치 참여를 위해 20대 국민 경선제를 통한 비례대표를 준비하고 대학생을 위한 정책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등록금 투쟁과 같은 대학 내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대학운영특별법’을 만드는 것, 그래서 대학 운영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란다.

안지훈씨는 양심병역거부, 국보법 폐지, 전쟁 반대 등 각종 사안에 대한 생각은 민노당과 비슷하지만 실제 개혁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열린우리당이란 생각이 들었다. 의회권력투쟁을 할 수 있는 다수당이 필요했다고. “3월엔 정치 참여를 홍보하기 위한 플래시 몹도 벌일 생각입니다.” 울리히 벡이 말하는 아(我)정치를 실현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정치, 우리가 꼭꼭 씹어요~

정당이 아닌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절대적 숫자로 따지자면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이 더 많다. 지난 2월 20일, 명동에선 참여연대 대학생 회원들의 캠페인이 있었다.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동안 학생들은 껌을 나눠 주며 부패 정치를 신랄하게 씹자고 호소했다. 유태영(20, 대학생)씨는 현재 총선시민연대 대학생 행동단 낮새밤쥐(낮말은새가듣고밤말은쥐가듣는다)에서 활동하고 있다. 뚜렷한 색깔이 없는 당에서 활동하는 대신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는 길을 택했다고. 낙천, 낙선 운동에 대해 호의적 시선에서부터 비난까지 반응이 다양하지만 시민 사회의 성장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지난 대선 때 노사모 활동으로 대학생은 사회 운동과 활발한 정치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3월, 곧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젊은 대학생들의 내 삶을 바꾸는 정치, 일상으로서의 정치 활동을 기대해 본다.


 
송혜영 기자 <teaz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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