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 표정의 국장

DEW는 이번 달부터 한 대학을 대표하는 미디어인 대학언론, 학보사의 편집국장 인터뷰 연재를 시작합니다. 학보사의 여론 수렴 방법과 발간되기까지의 과정, 학보사만의 한계점 등 각 학교 학보사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DEW는 학내언론의 이야기를 통해 대학언론의 발전 방향에 대해 짚고자 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학교 앞 가게들과 미용실 호객꾼, 각종 샘플들을 나누어 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지나 교문을 들어선다. 나무로 가득 찬 캠퍼스의 산뜻한 공기와 나를 뜨겁게 비추는 가을햇살. 그러나 무엇보다도 반가운 건 <이대학보>다. 1954년 2월 창간돼 58년간 학내외 소식을 보도·논평해왔다. <이대학보>는 이화여대생의 오랜 친구이다.

방학 동안은 출간되지 않지만, <이대학보>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주간으로 발간되는 터라 학기 중에는 목요일 마감까지 기사를 완성하기위해 개인적인 시간을 온전히 내놓아야한다. 그래서 방학 중에도 기획안을 짜고 회의를 거쳐 다음 학기를 준비한다. 속보는 방학기간에도 이대학보 웹페이지(http://inews.ewha.ac.kr)에 바로바로 올려 이화인에게 소식을 전한다.

학생의 신문

<이대학보>는 총장이 발행인으로 있는 총장 직속기관이다. 이런 이유로 학보를 둘러싸고 학보의 독립성과 학보를 향한 제약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듣곤 한다. 그러나 이런 염려에 대한 표정의 국장의 대답은 단호하다. “타대에서는 총장님이 직접 보시는 경우도 있고 안 좋은 사례들이 꽤 많지만, 저희는 매우 독립적이에요. 편집국장 위에 편집연구원들이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을 막거나 하지는 않아요”

<이대학보>는 취재부, 논설부, 학술부, 특집부, 문화부, 사진부, 인터넷기획부로 이루어져 있다. 1990년부터는 편집국에 차장제를 도입해 현 학보사의 기자체제를 확립했다. 편집국장-부장-차장-정기자-수습기자와 편집국장과 기자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편집연구원이 있다. 수습기자는 스트레이트기사쓰기부터 인터뷰기사쓰기까지 익히고 본격적인 취재를 배운다. 정신없이 수습기간을 마치면 정기자로 한주에 두 개 이상의 기사를 쓰게 된다.

학보는 학내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문제와 여성문제, 학교 주변의 지역사회에 관한 이슈도 다룬다. 학교 바깥의 문제라도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라면 기사화 한다. 사회 이슈에 대해서 학내의 여론은 어떤지 듣고,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이화인을 찾아 인터뷰, 투고와 사건기사 코멘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목소리를 담는다. “학생들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우리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해요”

올 여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반값등록금 이슈를 짚어보는 기사 <<반값등록금 이슈추적> 반값등록금 논란, 장학금 수혜 조건 논쟁까지>(2011년 6월 7일), 비장애남성 기준의 진료시스템을 거부하고, 사회약자들을 위한 진료시스템을 구축한 살림의료생협에 관한 기사 <여성을 위한 동네병원, 살림 의료생협을 찾다>(2011년 6월 7일), 서대문 경찰서의 형사체험을 통해 지역사회의 범죄현장과 형사들의 생활을 다룬 <잠들지 않는 서대문구의 밤, 그곳엔 언제나 그들이 있다>(2011년 5월 30일)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뉴스는 모두 기사화한다.

학보의 주인은 학생이다. 표정의 국장은 “학보는 대학신문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80년대의 대학신문들이 인기를 얻은 건 기성 언론들이 하지 못하는 역할들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대학신문만큼은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일간지와 같은 흐름을 피하고, 대학생들의 생각을 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다. “친구 얘기, 수업에서 나온 얘기,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학교 자유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도 유심히 봐요. 독자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가끔 메일을 보내주시거나 투고를 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다양한 곳에서, 가까이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학생기자’의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더 객관적으로

지난 2010년 3월 29일 <ECC 소파, 집먼지 진드기 최대 500만 마리 이상 검출>이라는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들은 많은 노력을 했다. 교내 소파가 더럽다는 주변 학생들의 의견은 종종 들어왔지만 의견을 사실로 확인하고 기사화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들은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가고, 생명과학과 교수님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해요. 소파를 실험실까지 들고 갈 수 없으니 2주정도 고민했죠. 결국 청소업체에 위탁해 공기당 몇 mg의 진드기가 존재하는지 확인했어요” 학업에 집중하기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기사를 쓰기 위해 발품을 판다. 까다롭고 철저한 학보 기자들의 성격 때문에 총학생회나 중앙운영위원회에서도 학보를 많이 인용한다. 선배기자들이 마감된 기사의 코멘트와 자료들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해 그 꼼꼼함을 더한다. 독자들의 신뢰와 참여도도 높다. 인쇄부수도 12,000~15,000부로 타대에 비교했을 때 굉장한 양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모두 학보를 본다’라는 농담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니다.

높은 신뢰도와 인쇄부수를 자랑하는 <이대학보>지만,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울 때 한계점을 느끼기도 한다. 학교의 입장을 학보라고 쉽게 듣지 못한다는 말이다. “학교 측에 정보를 요구했는데 답변을 지나치게 늦게 주거나 정보를 주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으니 기자의 입장은 난처해진다. 진심을 다해서 기사를 쓰고, 원칙을 더 잘 지키려 노력하지만 ‘학생’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경우도 숫하다. “학생이 뭘 하냐고, 학생기자라고 귀찮아하시는 분도 계세요. 인정해주지 않을 때 힘들어요. ‘대학’신문의 한계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학생 신분이지만 <이대학보> 기자들의 ‘원칙에 대한 신념’을 강하다. 학보기자실 칠판에는 큰 글씨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 쓰여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미국 저널리즘에 대한 성찰서이다. 책은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실에 대한 것이다’, ‘저널리즘이 가장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시민들이다’ 등 기자와 독자가 지켜야 하는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마음이 쉽게 지치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 원칙들을 보면서 다독여요. 뻔한 얘기지만 다른 매체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대학언론인 저희만큼은 지키려고 합니다”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회의감을 갖기도 하지만 아직 표정의 국장은 해보고 싶은 게 많다. “매일 고민하고 밤을 새도 기사에 대해 100% 만족한 적이 없어요. 남은 임기 한 학기동안 후회 없이 학보를 꾸려나가고 싶어요” 새 학기. <이대학보>는 대판에서 베를리너판으로 새롭게 바뀐다. 앞으로 더더욱 발전할 <이대학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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