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학보> 이주현 국장

매 학기, 대학생의 학교생활은 거의 비슷하다. 과제 제출 기간을 지키느라 바쁘고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기도 한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모든 것은 정지. 그렇게 두 번을 반복하고 나면 학기가 끝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또 다른 주기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내 대표 언론인인 학보의 기자들이다. 격주로 한 번씩 발행되는 <서강학보>는 개강을 앞둔 8월 말, 마감 일정에 바쁜 모습이었다. 그 중에는 누구보다 새롭게 시작하는 이가 있다. 다가오는 학기부터 국장직을 맡게 된 <서강학보>의 이주현 기자다.
 
<서강학보>를 소개합니다
 
1960년에 창간된 <서강학보>는 올해로 52년째 기사를 쓰고 있다. <서강학보>의 기자는 총 18명으로, 현재는 10학번과 11학번이 활동 중이다. 수습시간과 준기자, 정기자직을 거쳐 부장단에 오른다. 그 다음이 국장이다. 이주현 국장은 부장단 기간 없이 바로 국장이 된 케이스다. 2주에 한 번 발간되는 <서강학보>는 기자 한 명당 1~2개의 기사를 쓴다. 기사의 수는 부서 당 할당된 매수에 따라 달라진다. “4~5매 정도 할당되는 대학부의 기사 길이는 상대적으로 짧은 대신, 한 명당 2개의 기사를 쓰게 돼요. 반면 사회부나 문화부의 경우는 기사 하나 당 지면을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 명당 1개 정도의 기사를 쓰게 되구요.”
 
<서강학보>는 대학부, 사회부, 문화부, 학술부, 사진부 등 5개의 부서로 나뉜다. 그 중 대학부는 교내의 사안들을 보도한다. 나머지 부서는 각각 그들 성격에 맞는 아이템을 가지고 기사를 꾸린다. 실제로 <서강학보> 홈페이지(www.sgunews.com)를 보면 일반적인 학보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아이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흥미로운 기사들이 곳곳에 띈다. 이러한 아이템은 어떤 기준을 거쳐 선정되는 것일까. 이주현 국장은 명쾌하게 답했다. “아이템 선정에 딱히 기준을 두지는 않아요. 그저 방학 때마다 회의를 통해 한 학기의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죠.” 그렇다고 가볍고 쉬운 아이템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문화부는 흥미 위주의 공연이나 전시에만 치중하지 않고,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소개하도록 방향을 잡아놓는 식이다.
 
학보는 ‘소식지’다?

 

보통 ‘학보’하면 교내 소식을 전하는 ‘소식지’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주현 국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소식지는 잡지 같은 성격이 강하지만 저희는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대답대로라면 학보사도 어떠한 ‘성격’을 띠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한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갈등도 있었다(2011년 6월 8일 업데이트, ‘초심잃은 총학’, “‘샤우트’ 누구를 향한 외침인가”). 총학의 초기 공약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과, 학내보다는 학외 활동에 치중한다는 것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총학은 아주 객관적인 사실만 싣기를 원했으나, 학보의 입장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언론도 어느 정도 방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이렇게 덧붙인다. “그리고 여론 수렴을 하는 거죠. (<서강학보>는) 정론지 같은 성격이 더 강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주현 국장은 <서강학보>의 장점으로 여론의 높은 신뢰도를 들었다. “보통 여론 조사를 할 경우 현장설문조사와 서강대학교 커뮤니티인 ‘서강인넷’(www.sogangin.net)을 통한 조사를 합해 여론을 수렴해요.” 그렇지만 분석의 비중은 현장설문조사에 더욱 많이 두는 편이다. 커뮤니티는 웹의 특성상 표본 집단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주현 국장은 “보통 총학 같은 교내 정세를 많이 보는 분들이 커뮤니티를 주로 이용해요.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는 심층적인 의견이나 멘트를 주로 얻는 편이죠”라 설명했다. “적은 재적인원 덕분에 설문조사를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재적인원 수와 비슷한 수로 설문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때문에 타 학교에 비해 여론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언론의 출발은 독자로부터 비롯됩니다
 
학보는 한 학교를 대표하는 언론이다. 언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자의 애독과 활발한 참여다. 여론의 높은 신뢰도에 반해 <서강학보>의 구독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구독률을 포함한 학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서강학보> 내에서도 여론조사를 한 바 있다(2011년 5월 23일 자 업데이트. 주제기획기사 ‘대학 언론의 실태를 묻다’, ‘대학 신문의 실태를 묻다’). 재적수에 맞춰 7000부 정도 발행되는 학보는 3분의 2가 좀 안되게 나가지만 그래도 많이 남는 편이라 했다. 일반 신문들과 같이 때마다의 기사 제목과 사진에 따라 남는 부수의 변화도 크다고 했다.
 
구독률만큼 문제가 되는 것이 독자의 참여도다. “보통 기사 정정은 홈페이지를 활용해요. 그 외에도 꾸준히 기사를 업데이트 하고 있지만 학우들 중에는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이처럼 말하는 이주현 국장은 현재 계획하고 있는 대담에 있어서도 한계를 짚었다. <서강학보>가 준비하고 있는 이 대담은 오랜 공백 끝에 열리는 총학생회 평가 자리다. 그러나 이러한 대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작 대담 참여자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학보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하여
 
학보가 위기에 서 있는 것은 그 자체의 정체성 때문이 아닐까. ‘대학언론’으로서 학보가 지녀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이주현 국장은 이렇게 답한다. “대학언론은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은 거의 저널리즘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이에 그녀가 세운 대책은 ‘학술부’의 신설이다. “원래 학술적인 면은 투고를 받을 뿐, 학술부는 없던 부서였어요. 하지만 요즘은 기자도 학술칼럼을 쓰기 시작했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주현 국장은 학술부 강화가 목표라고 한다. 이번엔 보다 더 내부칼럼 위주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또한 그녀는 앞서 언급한 학보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전엔 홈페이지를 잘 활용하지 못했어요. 이제부터는 신문 발간 당일에 홈페이지도 업데이트하고, SNS를 이용한 홍보도 활발히 할 예정이에요.” SNS를 활용하면 학우들과의 소통이 조금 더 활발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더불어 당장 마땅한 대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높지 않은 구독률에 대해서도 차차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상적인 학보를 꿈꾸다
 
“언론은 단순히 팩트 만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 대신 정론만을 담고 여론을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지요.” 언론은 정확한 여론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학보에 일정한 색이 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 여부에 따라 당연히 취재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취재 전 기획회의를 통해 기사의 방향을 정해 둬요.” 그러다 보면 학보의 성격과도 부합할 거라고. 하지만 취재 방향에 맞춰 조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주현 국장은 말한다. “다른 학교의 학보 같은 경우 취재 방향에 맞춰 멘트를 좀 변경해서 넣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옳지 않죠. 어디까지나 정론을 반영하는 것이 이상적이에요.”
 
또한 그녀는 구독률을 위해 깊이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요즘은 거의 흥미 위주의 기사가 많아요. 구독률도 중요하지만 교지, 잡지와 차이를 두려면 심층적인 기사도 필요합니다. 물론 구독률과는 상충적일 수 있는 문제지만요.” 낮은 구독률과 학보의 품격.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는 요소다. 때문에 <서강학보>의 목표는 그 둘의 조화다. “관심사와 심층 아이템의 조화가 이뤄지면 괜찮지 않을까요.” 이 국장은 조심스럽지만 당차게 말했다.
 
9월, 첫걸음을 앞두고
 
새로이 출발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설레고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녀 역시 그러할 것이다. 실수하는 것을 부끄러워 말라지만 실수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책임감이 두 어깨를 짓누르고 맡은 일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첫 시작이 그러하듯 그녀 역시 희망에 부풀어 있다. 책임감이 큰 만큼 다짐하는 것들도 많다. 2011년 9월, 이주현 국장의 발걸음이 가볍고 힘차기를 바란다. 그녀가 이끌 <서강학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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