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썹과 수염, 빨간 코트와 바지, 불룩 나온 배, 커다랗고 빨간 자루, 루돌프와 썰매.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이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가 광고의 산물이라면?

원래 산타클로스는 1830년 경 『뉴욕 시집』의 어느 시에서 요정처럼 작은 존재로 등장했다. 코카콜라사는 자사 상표의 로고인  빨간 색과 하얀 색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금의 산타클로스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광고가 성공한 이후 코카콜라가 만들어 낸 빨간 옷의 산타는 그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이렇듯 『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청년사, 2001년 10월 출판)는 광고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 광고가 어떻게 우리의 시각을 바꾸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플로리다 대학교 영문학·광고학 교수인 저자 트위챌(James B. Twitchell)은 광고가 나왔던 당시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던 20가지의 광고를 선택하여 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시도했다.

"광고에서 도피할 수 있는 시간은 잠잘 때와 기도할 때 뿐"

광고는 일종의 배경음악처럼 우리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현대인은 TV나 라디오, 신문 같은 매체는 물론이고 거리에서, 지하철과 버스에서, 심지어 길거리에서까지 수없이 많은 광고와 마주친다. 광고는 우리의 삶 깊숙이 침투해 있어 이제는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20C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에게 입냄새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소독제 회사 사장이었던 제라드 램버트가 광고를 통해 입냄새는 무례하고 불결한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속이지 마십시오. 그것(구취)은 사랑을 파괴합니다." 이 카피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고 이제 미국인들은 자연스러운 체취를 없애기 위해 1년에 4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쓰고 있다. 광고는 제품을 알리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생활을 바꿔버린다.

반대로 광고는 우리의 삶을 반영하기도 한다. 한 향수 광고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커야한다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비슷한 키의 남녀 모델을 등장시킨다. 두 사람이 인사를 할 때 여자는 내려다보고 남자는 곁눈질을 한다. 뿐만 아니라 여자 모델은 남자 모델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는 광고였다. 광고는 변화된 여성의 지위를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

"평생 단 한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지상 최대의 쇼"와 같은 과장된 문구는 이제 우리의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1840년대에 서커스업자였던 P.T 바넘이  처음 사용하였을 당시에는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굉장히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최근 홈쇼핑에서도 이런 기법을 쉽게 볼 수 있다. "곧 매진입니다 얼른 신청하세요" , "단 20분 남았습니다" 광고는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말로 시청자들의 충동적 구매를 부추긴다. 사람들은 이 광고 문구가 과장된 것임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이러한 기법에 눈길을 준다.

끝없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주체는 누구인가

과장된 광고에 대해 일각에서는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하지만 저자는 광고의 미래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상업주의가 오히려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고 우리의 욕망을 반영해 주장한다. 저자에게 광고는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현수단인 것이다.

광고는 명실공히 하나의 문화이다.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데서 벗어나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저자는 광고사를 짚어볼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딱딱한 책만을 이용하기 보다 광고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우리 문화를 꿰뚫을 수 있다.

윤선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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