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 사건 이후 각 신문사들은 특파원을 파견하여 보도하고 외국 통신사의 기사를 받아  쓰는 등 보도 경쟁에 열을 올렸다. 이 같은 경쟁 속에서 많은 기자들이 추측성 서술어를 남발하고, 신뢰도가 낮은 취재원을 쓰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9월 12일 테러 발생 이후 10월 10일까지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미국 테러 사건과 미국의 아프간 공격 관련 기사의 보도 경향을 보면 그 문제점이 좀 더 명확해 진다. 

미 테러 사건에 관련된 기사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군사 전문가'라는 단어를 기억할 것이다. 각 신문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군사 전문가라는 그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한국 언론 재단의 홈페이지 카인즈 기사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9월 12일부터 10월 10일까지의 조선, 중앙, 동아 일보 기사를 군사 전문가라는 단어로 검색했다. 그 결과 45개의 기사가 검색됐다. 미국 테러 사건과 관련해 모두 38개의 기사에 군사 전문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취재원의 불명확성

세 신문 가운데 군사전문가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동아일보는 21개의 기사에 총 25번 군사 전문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한 기사에서 군사 전문가가 4번이나 사용되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라는 취재원이 이렇게 자주 사용됐지만 구체적인 취재원의 정보는 함께 보도되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의 이름은 물론 국적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기사에서는 군사 전문가는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과연 군사 전문가들이 한 말인지 알 수 없다.

미 테러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많이 쓴 동아일보 한기흥 특파원에게 기사 속 군사전문가가 누구인지 질문을 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군사전문가(military experts)는 군사전략 등을 전공한 학자, 국방부 전직 관료, 전현직 군인 등을 통칭한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말했고 보편적으로 알려진 내용이라면 굳이 누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소개할 필요가 없지요. 이런 경우는 언론에선 그냥 전문가로 표현합니다." 그는 기사에서 전문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전문가라고 칭하는 것은 언론의 관행이라며 해명했다.

그들이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중앙일보의 경우도 조사 기간동안 14개의 기사에 군사전문가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그 횟수는 17번이었다. 중앙일보의 기사도 군사 전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전혀 없었다. 또한 군사를 빼고 '전문가'라고 칭한 경우는 4번 있었으며 '그들은, 그는'처럼 주어로 사용된 경우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조선일보는 군사전문가라는 단어 선택에 신중함을 보였다. 중앙 ,동아 일보의 기사들과는 달리 군사전문가라는 단어로 검색했을 때 4개의 기사가 나왔다. 군사 전문가를 구체적으로 지칭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군사전문가라는 단어를 남발하지 않았다. 대신 '미시간주 경찰 보고서는', '국방부 관리들의 말에 따르면' 등 좀 더 구체적인 취재원을 밝혔다. 
 
조선, 중앙, 동아 일보의 기사에 등장하는 군사전문가는 주로 기사 마지막 부분에서 기사의 신뢰도를 높여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추측성 보도가 남발하는 테러 관련 기사에서 신뢰할 만한 취재원은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군사 전문가를 독자들은 신뢰할 수 없다. 

우리 언론이 풀어야 할 과제

이재경 교수(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는 "언론계의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취재원 익명처리가 남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번 테러 사건을 통해 본 각 신문 기사들의 군사전문가 멘트 사용에 대해서도 그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한다.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취재원들이 누군지도 모른다면 도리어 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는 "앞으로 취재원에 대한 논의는 우리 언론에서 자주 일 것"이라며 취재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계속되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으로 인해 앞으로 관련 기사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민감한 국제 정세를 보도하는 기자들의 좀 더 신중한 태도를 기대해 본다.

김지영기자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