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시대적인 산물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밀려나가기도 하고 밀려오기도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직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시대의 시류를 타고 자연스럽게 등장한 신종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세 사람을 만나보았다. 

내 벨소리 바꿔주세요!
 
핸드폰이 일반화되면서 핸드폰 벨소리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일년 전만 해도 단음이 주를 이뤘으나 멀티미디어 기능이 탑재된 핸드폰이 출시되면서 오케스트라 벨소리까지 등장하며 그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주목받고 있는 직업이 핸드폰 벨소리 작곡가이다.

"무조건 자기 핸드폰을 들이밀면서 벨소리 바꿔달라고 하던데요?" 핸드폰 벨소리 제작업체 ‘Click Bell 5457’에서 음악제작팀장을 맡고 있는 조소영(31)씨는 자신의 직업을 소개할 때마다 곤혹스럽다.

그는 매일 아침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신청곡들과 각종 음악 사이트에 수록된 인기곡들을 둘러보고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모아 하루 평균 3~4곡의 핸드폰 벨소리를 만든다. 음악을 듣고 멜로디를 기억했다가 건반에 옮겨 컴퓨터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대학 때 교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컴퓨터 음악을 따로 공부한 그는 이 일을 위해 반드시 음대를 나와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피아노를 잘 친다고 벨소리 제작을 잘 하는 것은 아니죠. 곡을 카피할 수 있는 청음 능력과 컴퓨터로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벨소리는 처음 5초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 5초 정도를 들어보고 고객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담아내야 하는 종류는 가요, 팝송, 영화·드라마 ·CF 음악에서부터 발랄하고 귀여운 곡, '사건 25시 주제곡' 같이 특이한 곡 등 다양하다. 일부 매니아 층을 위한 재즈나 일본 가요 등도 빠질 수 없다. 이러한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대중 매체를 접한다.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음악도 많이 듣고TV, 영화, 뮤직 비디오, CF등을 많이 봅니다."

지금까지 그가 제작한 곡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가 대표적인 곡으로 꼽는 '소풍가는 토토로'는 들었을 때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 토토로가 소풍 가는 느낌이 든다고 직접 이름까지 붙인 곡이다. "길을 지나가다 제가 작곡한 벨소리를 들을 때면 보람을 느끼죠. '저 사람은 무슨 벨소리를 쓰나' 귀기울이는 버릇까지 생겼어요."

커피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최근 들어 커피를 나가서 마실 수 있는 'take out 커피숍'이 늘고 있다. 이제 길에서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에 맞춰 각광받고 있는 직업이 바로 커피 바리스터이다.

커피 바리스터란 고객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커피를 전문적으로 뽑아내는 사람이다. 커피 맛은 원두의 종류, 생산지, 가공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난다. 커피의 추출 온도와 추출 시간, 스팀우유와 파우더를 비롯한 각종 첨가물들의 양도 변수로 작용한다.

"커피 바리스터는 전문직입니다." 외국에서는 톰 크루즈 등 헐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커피 전문져The Coffee Bean & Tea Leaf’의 홍대점에서 점장 겸 커피 바리스터로 일하고 있는 홍의택(31)씨의 말이다. 최상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해서 이상적인 메뉴얼을 개발하고 기억하는 것은 기본이고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2~300잔 정도의 커피를 만드는 그는 커피 바리스터가 단순히 커피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는 고객들에게 각각의 특징을 설명해 주고, 고객들이 대략적인 주문을 할 경우 그 요구에 가장 적합한 것을 추천해 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매니아가 아니고서는 구체적인 사항을 지시하긴 힘듭니다. 그런 분들에게 원하는 타입을 물어보고 그에 맞는 것을 권해드리죠." 결국 만족스러운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커피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고객 개개인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사이버 세상 속 패션 창조자

21세기 인터넷 시대가 만들어낸 신종 직업들도 눈길을 끈다. 커뮤니티 가드너, 콘텐츠 엠디, 웹자키 등이 그것이다. 사이버 공간이 확대되면서 그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그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기해하죠." (주)네오위즈 세이클럽 사업부 디자인팀의 김수연(26)씨는 '아바타 엠디(Making Director)'로 일하고 있다. 그의 직업이 아직은 생소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기 전에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바타는 인터넷에서 네티즌의 상징이자 분신이다. 요즘 네티즌 사이에서는 자신의 캐릭터인 아바타를 꾸미는 것이 유행이다. 김수연씨는 컴퓨터로 아바타에게 입힐 의상과 아이템을 만들고 아바타 전용 쇼핑몰에 이를 진열한다. 이에 더해 캐릭터를 기획하고 판매도 관리한다.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의 유행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한다. "패션 잡지를 보기도 하고 패션쇼나 백화점, 동대문 등을 돌아다니면서 트렌드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영화, 콘서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통로입니다."

항상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그는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기획한 옷들이 잘 팔리거나 '이런 의상이 나와서 좋아요'라는 사용자들의 반응을 볼 때면 즐겁기만 하다. "그래픽 관련 도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캐릭터 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선결조건입니다. 감각을 키우고 기술을 습득해 가는 것은 그 뒤 문제죠." 그는 새로운 기회의 공간인 사이버 세계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전한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종 직업들. 시류에 편승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성실한 자세로 꾸준한 자기 관리와 성장을 거듭해야만 긴 생명력을 가진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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