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교육 철폐! 초등교육 정상화!'
지난 10월 27일, 서울세종문화 회관 앞에 전국 1,000명의 교대생들이 '교대학점제' 계획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광주, 춘천 등 전국각지에서 올라온 교대생들은 시위를 위해 하루전날 인천교대에 집결해 있다가 아침부터 교육부로 향했다. 대부분이 여학생인 교대생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온 전경들과 대치하며 교육부의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의 초등임용 방침에 강하게 항의했다.

교대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교대학점제'란 현재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교대에서 70학점을 추가로 이수할 경우에 초등임용고시 시험 자격을 주는 것이다. 교대생들의 반발을 예측했을 교육부에서 '교대학점제' 실행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초등교사수가 부족한가?

최근 교육부는 2003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수준인 35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담은 '7·20 교육여건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야심찬 정책은 초등학교 교사수가 부족한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 이 정책을 실현하려면 2002년, 2003년에 걸쳐 총 4771명의 초등교사가 더 필요하다.

1999년 교육부가 교원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해 4만 2천여명의 초등 교사가 정년퇴직과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났다. 모자라는 초등교원을 채우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 해 6천여명의 중등교원에게 단기간 보수 교육을 시킨 후 교과전담제 교사로 채용하는 미봉책을 썼다. 당시 교육부는 한시적 정책이라며 교대생들에게 해명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교대 학점제'라는 땜질식 교원 정책을 내놓았다. 전국 교육대학생대표자협회(이하 교대협) 김구현 의장(광주교대4)은 '시민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대학점제'에 대해 "한마디로 근시안적 교원 수급책이라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라며 이를 졸속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초등교육 전문성을 무시하지 말라"

교대생들은 정부가 '교원학점제'를 발표한 것에 대해 교대의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항의한다. 1년동안 70학점을 이수한 사람을 초등교사로 인정하겠다는 발상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교대협 산하 공주교육대학교 총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초등교육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할 기본교육으로서 지식 전달보다는 아동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도록 조력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라며 전문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들은 초등교육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각각에 맞는 교수방법을 연구해 본 사람만이 초등학교 강단에 서야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ID jungkiju씨도 "교사가 되기 위해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기간이 필요합니다"라며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을 안타까워했다.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주장하는 교대생에 대해 자신들만에 완전고용을 위한 집단 이기주의라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김자영(가명)씨(교대 2년)이라고 밝힌 이는 "우리의 투쟁은 밥줄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전문성이 무시당하는 상황에서 '초등교육에 대한 자존심을 내건 싸움'입니다" 라고 항변했다.

미래를 담보로 한 임용고시 거부

교대협을 중심으로 전국의 교대생들은 임용고시 거부 결의를 다지고 있다. 교대협 게시판에 글을 남긴 진상형씨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교육적 상황에서 소신있는 교사가 될 수 있을까요? "라며 임용고시 거부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현재 전국 11개 교대 4학년 학생들은 임용고사 거부 찬반투표에서 80.6%의 찬성으로 임용고사 거부를 결의한 상태다. 11월 1일부터 5일간 실시되는 임용고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몇 명의 학생이 임용고시를 거부할지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시험포기라는 실질적인 문제에 봉착한 4학년들은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교대 4학년생들의 임용고시 거부가 이루어지면 1~3학년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간다.  1~3학년도 유급을 감수하거나, 내년에 적체된 인원과 함께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교대생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도 중·고등학교 강단에 서지 못한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들은 '교대학점제'를 통해 선생님이 되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들은 사범대학을 졸업했지만 초등학교의 특기적성강사나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98년부터 지난 3년간 사대를 졸업하거나 교직과정을 이수한 후 중등교사 자격증을 딴 7만5668명 가운데 5만9086명이 임용되지 못했다.

중등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초등학교에서 특기적성 강사로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경란씨는 "많은 중초교사임용 준비생들이 언론의 잘못된 보도와 학원가에 떠도는 소문에 갈팡질팡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특기적성강사나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많은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교대 학점제'가 임용되지 못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위한 구제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순적 임용정책을 덮어 보겠다는 또 하나의 고육지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결국 초등교사가 되려고 하는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들도 주먹구구식 교원정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사범대 학생회는 지난 23일 중·초임용안 반대 성명서를 통해서 교육부에 모순적 교원양성임용정책 반대와 장기적 교원수급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대측과 사범대의 밥그릇 싸움처럼 보일 수 있는 지금의 사태를 바로 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취지다.

거리로 나온 예비교사

교대생들 뿐만 아니라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연가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교조와 교총 등 교원 단체들도 '교대학점제' 실시를 반대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교대협과 함께 교육청 앞 1인 시위, 단독·연대 집회 실시, 토론회 참석 등 다양한 형태의 투쟁을 계획중이다.

학생 정원을 35명으로 축소하겠다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정책은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단면이다. 교육부는 교육현안 전반의 졸속정책에 대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실을 비우고 나온 교사와 예비교사들은 그들의 투쟁이 하루 속히 끝나기를 바란다.

홍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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