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이 위기라고 합니다. 대학 내일, 헤럴드캠퍼스 등 대학생들을 타겟으로 한 무가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학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열독률은 떨어져만 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현재의 대학 언론은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요?

DEW는 ‘위기의 대학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란 주제로 지난 7월 22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세미나실에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대학 학보, 교지, 웹진 편집장들이 고루 모였습니다.

참석자 - 서울대 웹진 스누나우 박병선 기자, 이화여대 웹진 DEW 우진영 편집장,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위정호 편집장, 성균관대 학보 성대신문 배연진 편집장, 고려대 교지 고대문화 권오균 편집장, 숭실대 교지 숭실교지 강소영 편집장, 사회자 DEW 허영은 부편집장

사회자 -  대학언론이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십니까.

숭실교지 (이하 숭) - 대학언론,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위상이 떨어지고 말고의 문제보다 인력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학생의 의견을 포착하고 표출하려하더라도 언론사에는 인원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사람이 없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매체의 정체성은 희박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웹진 DEW(이하 듀) - 학생들이 공지사항. 학내 중요한 학사정보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학보는 시험시간표를 챙겨 볼 수 있는 기능만 할 뿐, 기사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저희 학교 학보의 경우도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지만 학생들의 관심은 높지 않습니다.

스누나우 (이하 스) - 화제가 되는 문제가 생기기전까지는 학생들이 관심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다더라 하면 나랑은 상관없자나 하고 지나칩니다. 학생들의 관심도가 낮기 때문에 학교문제를 기사로 다루는데 있어서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성대신문 (이하 성) - 저는 오히려 학교 신문이 학생들에게 학교 내 환경과 사건에 대한 ‘아젠타 세팅’ 기능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보는 학교 문제들에 대한 비판 기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문제들이 해결되기도 합니다. 독자들은 학내 언론에 이러한 적극적인 면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문화 (이하 고) - 저도 물론 대학언론의 위기.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내적인 요인이죠. 하지만 우리가 치밀하게 분석하거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학우들의 관심을 적게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얼마 전 동덕여대에서 총장에 대한 공격적인 사설을 싣고 신문사가 폐쇄됐었죠. 학생들은 학보를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예전엔 학교에 대한 비판을 잘하면 권위가 섰는데 이젠 학생들이 개인화 되면서 학내 언론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죠,

사 - 학생들이 함께 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학생들이 함께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 - 신문이 학교의 행사만을 알리는 게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동아리 행사 등 학생들의 이야기를 실어주는 것이 출발점이 되겠죠. 신문에서 자신과 같은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면 학생들은 신문에 더욱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숭 - 요즘은 실익 때문에 학생들이 언론매체를 접하는 것 같아요. 개개인의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기사와 학생들에게 토론의 장을 열어줄 수 있는 기사가 항상 똑같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 교지도 학내사안을 깊게 파고들어서 공론을 만들고 싶지만 그 만큼 피드백이 되지 않고 있어요.

연 - 저희는 신문사에서 하는 사업들이 있습니다. 사업들은 학생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과 공론 장을 만드는 장 이렇게 두개로 나누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웹진 연두에서 강의평가를 하면 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도토리를 주고 있어요.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했어요. 이런 활동으로 데이터베이스가 확보가 되면 더 많은 학생들이 저희 매체에 방문하게 되겠죠.

숭 -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학교 매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은 대학이 학문의 장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대학도 역시 마케팅을 하고 있죠. 대학언론도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잘 포착해서 적용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사 - 무가지와의 경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 - 학교 측에서 일정한 돈을 주지 않으면 버틸 수 있는 대학언론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학보와 대학 내 무가지들이 가격을 매겨 경쟁 한다면 대학 내 언론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숭- 대학언론과 무가지가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은 구독자가 같다는 점 때문이겠죠.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상업화 쪽과 상업화가 아닌 쪽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실익을 줄 상업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고 - 학생들은 시대상황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학생들은 이념보다 경제적인 것, 취업 등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에 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 언론도 이런 쪽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할지 모릅니다.

사 - 대학언론이 나아가야할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듀 - 지금은 웹진도 많고 대학언론도 다양합니다. 우리는 독자가 누구인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맞춤 독자, 맞춤 기사를 써내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연 - 독자들이 바뀌고 있는데 왜 우리는 모르고 있었는지... 대학언론들이 타성에 젖어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대학언론은 지금 반성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학생들의 관심사를 다루어야 합니다. 신문을 읽게 만드는 것이겠죠.

숭 -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해졌습니다. 학점 청춘 포기하고 쟁점 사안에 뛰어들 학생은 요즘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죠. 기사를 생산할 때 취업, 경제 문제 등의 관심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고 -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중하게 하는 사회에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대학언론은 누구와도 분리되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언론끼리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 힘을 실을 수 있도록 말이죠.
 
성 - 대학언론이 가장 고민해야할 것은 독자수보다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기사에 충실하다면 학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 -각 대학 매체의 존재 이유 찾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존재 이유는 매체의 존속문제와 연결된 것이므로 절실한 문제죠. 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구독자수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장들 모두 대학언론의 위기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학보와 교지를 보는 학생 수, 웹진을 보러오는 방문자수의 감소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다른 대학 내 무가지들과는 차별화된 대학언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믿고 있었다. 토론은 대학언론이 가진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분명 대학 언론은 예전만큼 학생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 언론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도약하기 위한 노력들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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