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을 연상케 하는 조명 아래 새들이 비상한다. 연한 날개로 타는 듯한 갈증을 견디고 마침내 오아시스를 찾는다. 안무가 우현영(36)의 작품 <사하라시스>는 사하라 사막과 오아시스를 결합한 신조어로 극한의 고난과 희망을 발레부터 현대무용, 한국무용까지 아우르는 *컨템퍼러리 댄스로 형상화하는 작품이다. 그녀만큼 이 춤이 상징하는 바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올해 10주년을 맞은 아시아 최초의 컨템퍼러리 재즈 무용단 POZ의 대표 우현영씨를 만나보았다.
 
*에샤페(Echappe) : 탈출

그녀는 4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예중, 예고 시절부터 계속 발레리나의 꿈을 키웠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 갑자기 체중이 불기 시작하더니 무려 60kg 에 이르렀다. “몸이 무거운 애들은 연습실 안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 있어야 했는데 난 항상 그곳 신세였어요. 선생님이 부르시면 ‘꿀’ 하고 대답해야 했죠.” 단식원에 가서 10kg를 빼 왔지만 그 때 뿐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로 고3 시절 내내 양호실에 있어야 했다. 연습을 할 수 없으니 자연히 대학도 모두 떨어졌다. 그리고 몸이 조금 회복됐을 즈음, 알고 지내던 선생님 한 분이 유럽의 춤을 느낄 수 있는 헝가리 연수를 추천했다. 그녀는 곧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헝가리에서 만난 스승의 말 한마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처음으로 접한 재즈 수업. 쭉 발레를 했었다는 그녀의 말에 재즈 선생님은 ‘왜 어울리지 않는 발레를 했느냐’며 진지하게 재즈를 해보라 권했다. “제게 발레가 맞는다고 생각했기에 굉장한 충격이었죠. 이제까지 해온 전부를 부정당했으니까요.” 당시에는 울기도 많이 울었다. 헝가리에서 연수를 마치고 춤 공부를 더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간 후에도 그 충고는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결국 그녀는 재즈를 전공하게 됐다.

*데벨로빼(Developpe) : 전개

컨템퍼러리 재즈는 대중과의 만남을 중시한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만남이라는 코드가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했기 때문이었을까, 처음 귀국했을 당시 사람들은 컨템퍼러리 재즈 양식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공연장을 안 빌려줬어요. 그 때 느꼈던 비참함을 일일이 설명하려면 끝도 없죠.” 하지만 현실과 유리된 무용이 아닌 누구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동작들에 차츰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이 모여 현재 삼천여명에 달하는 팬을 가지고 있다. 기획공연을 하자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녀는 역동적인 춤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아트단자’에 초청받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그녀의 춤에는 항상 한국적 정서와 동양적인 감각이 있다. 특히 작품 <바츠니아주닉>, <ZERO> 등에서는 한국 시련의 역사와 그것을 토대로 한 빛나는 미래를 나타냈다. 올해 POZ 창단 10주년 공연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제전>도 우리식으로 재해석했다. 봄의 제전과 비슷한 의식인 강릉단오제의 느낌도 살렸다. 이런 형태를 두고 처음 작품을 발표할 때는 ‘동양적인 것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했단다. 하지만 자신은 한국인이기에 동양적인 춤을 추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녀는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고 서로 사랑하라’는 무용단훈에서도 공경을 중시하는 동양 사상을 느낀다. 그녀의 춤에 등장하는 'KOREA'나 태극문양 등의 동작들도 한국 사람이기에 자연히 생긴 것이라 설명한다.

*샹주망(Changement) : 변화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데도 춤만은 이상하게 지겹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하루하루 삶이 사랑스럽고 즐겁다. 그녀의 춤은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한다. 우선 여자, 남자의 정해진 움직임이 없다.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를 끌어주고 들어 올리는 동작이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양성적인 힘이 자연스레 발산될 때의 매력이 굉장하단다. 그녀의 머리 변화도 눈길을 끈다. 최대한 표현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 컨템퍼러리 재즈댄스는 캐릭터에 맞춰 머리 스타일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97년 귀국 후 첫 번째 공연에서는 허리를 넘길 정도의 긴 머리였는데 99년 조지오웰의 <The Big Brother> 공연에서는 거의 삭발에 가까울 정도로 잘라버렸다. “군복 등의 보이쉬한 유니폼을 입었어야 했는데 긴 머리는 너무 아니더라고요.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지금은 또 다른 에너지의 표현을 위해 머리를 기른다. 의상도 공연에 맞는 디자이너들을 찾아다닌다. 공연마다 연출 의도와 맞는 명확한 색깔이 드러나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엘레바시옹(Elevation) : 도약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댄스 뮤지컬’을 만드는 거라 답한다. 관광객들에게 한국무용부터 현대무용까지를 아우르는 표현으로 우리나라 전부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단다. 지금 생각하는 소재는 기생이다. 고통스러웠던 과거지만 한편으로는 화려하기도 해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하기 때문이다. 오뉴월 햇살보다 뜨거운 그녀의 열정이 이번엔 어떤 새로운 무대를 낳을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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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바로잡기 위한 발레나 신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재즈도 운동 효과가 좋지만 시간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줄넘기가 최고의 운동이다.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늘려가세요. 유산소 운동은 한 세트 후에 쉬어야 한다는 것 잊지 말고.” 또 하체비만은 여자들이 걷기 싫어해서 생기는 거라며 많이 걸으라고 강조한다. 사이클도 적극 추천이다. “보통 사이클이 러닝머신보다 효과가 더 좋다는 걸 모르더라고요.” 어떤 운동을 하든 ‘너무 힘들어’라고 느낄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근육이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컨템퍼러리 댄스 : ‘당대의’, ‘동시대의’를 의미하는 ‘contemparary'. 이는 발레, 현대무용,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모두 포함한다.
*에샤페 : ‘탈출하는’이란 뜻. 두 발이 폐쇄된 위치에서 개방된 위치로 변하는 발레동작.
*데벨로빼 : ‘전개되는, 펼치는’이란 뜻. 다리를 끌어내려 천천히 공중을 향해 뻗은 후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발레동작.
*칼라브리아 아트단자 : 이탈리아 남부도시 트로페아에서 매년 7월에 열리는 무용 행사.
*샹주망 : ‘변화’라는 뜻. 양발의 자세가 변하기 전 장딴지가 함께 부딪히는 발레동작.
*엘레바시옹 : 도약, 그 자체를 의미하거나 도약할 때 높이 솟아오르는 능력을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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