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발전과 교단의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내용의 교장공모제가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 달 9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이하 교육혁신위)에서 교장공모제안건을 담은 '교원승진제 개선 합의 시안'이 부결됐다. 교장공모제에 반대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곧바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와 반대로 일부 교육혁신위원들은 부결 결정에 반발, 12일 사퇴의사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같은 날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올 9월부터 교장공모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교장공모제에 관한 내용은 언뜻 봐도 복잡해 보인다. 이는 교육계의 갈등과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서로 원하는 교장공모제도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계의 갈등을 야기한 교장공모제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교장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교장이 될 수 있다

교장공모제는 현행 연공서열* 중심이 아닌 능력위주의 승진제도로 개선하여 교직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교장 공모제의 기본적인 골자는 교장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교장 채용 공모에 응하도록 해 교장이 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장자격증을 소유한 사람만이 교장을 할 수 있던 것과는 다르다. 문제는 교육부, 교육혁신위, 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표방하는 교장 공모제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장공모제는 교육계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교장 공모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승진방법과 교장임용방식에 관한 논란 때문이다. 현재 교원이 승진을 하기위해서는 ‘승진 점수’를 쌓아야 하는데, 이는 근무 실적 및 태도의 점수라 교육 내용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일부 교사들이 승진 점수 관리에 집착하느라 학생지도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어, 현재 승진방법의 부정적인 면이 나타나고 있다. 나윤이씨(20, 대학생)는 “고등학교 때 어느 국사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자신의 석사논문 맞춤법 검사를 아이들에게 시킨 적이 있어요. 수업을 아예 안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죠”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현재 교장을 채용하는 방법의 문제는 실질적인 임용심사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심사보다는 연수를 마친 사람이 교장에 임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승진 점수가 높은 사람이 연수를 받을 수 있으며, 180시간 이상의 연수를 마친 사람이 교장으로 뽑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실상 교육공모제 반대 입장

올 9월부터 교육부에서 시행할 교장 공모제는 수박 겉핥기식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지만, 교장공모제에 찬성하는 압도적인 여론 때문에 몇몇 학교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현재 교장자격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학교는 시범학교 총 51개교 중 특성화 학교* 4곳에 불과하다. CEO나 대학교수 등 외부인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개방형 교장 공모제는 2009년까지 20개의 특성화 학교에만 확대될 예정이다. 나머지 학교에서는 모두 기존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교육혁신위에서 부결된 교장공모제는 교육부의 교장공모제와는 이름만 같을 뿐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교육부의 공모제는 특성화학교에서 외부 인사를 교장으로 채용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교육혁신위의 공모제는 교감제와 근평제*를 폐지하는 등 승진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려 한다. 또한 교육부의 공모제에선 특성화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가 교장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반면에 교육혁신위의 경우 초·중·고교 교육경력 10년 이상인 교사는 누구나 교장 직에 공모할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상 기존의 교장 자격증제 폐지를 주장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교감직 폐지와 교장 권한의 약화로 승진제도를 폐지한다. 그러나 외부인사의 경우는 전교조나 교총과 같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12일 교육혁신위의 ‘교원승진제 개선 합의 시안’ 합의안 부결과정에 항의해 교원특위* 위원 7명이 사퇴를 했다. 하지만 닷새만인 16일 교육혁신위는 본회의를 열어 교원특위가 활동을 재개하지 못할 경우 다음달 7일까지 교장공모제와 교원승진제에 대해 개선시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혁신위는 어떻게든 교장공모제를 실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교조와 교총의 반응

전교조는 교육부에서 실행하는 교장공모제에 반대 입장을 표하며, 철야 농성 중이다. 교육혁신위의 교장공모제에 찬성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는 교장의 직위를 교사들이 돌아가며 일정 임기동안 교장을 맡는 보직의 개념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교장 보직을 떠나면 교사로서 다시 교단에 서는 것이다. 지금의 수직적인 자격 제도를 벗어나 수평적으로 교사와 교장을 오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한편 교장공모제에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인 교총은 교장공모제에 반대하는 10만 명의 서명을 얻었다. 교총은 현재의 정책을 유지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교장공모제는 교직의 전문성과 교단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교장공모제가 바르게 나아가기 위해

우리 교육현장의 많은 문제점들은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교장공모제를 둘러싼 갈등이 단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의 장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교장공모제가 하루빨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연공서열 : 근무 기간이나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지위가 높아지고 봉급이 많아지는 체계

* 교장자격증 : 사범대 졸업 후에는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주어지고 임용고사 합격 후에는 1급 정교사 자격증이 주어진다. 연구실적과 가산점등 승진 점수를 계산해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교감 연수가 끝나면 교감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교장 자격증은 교감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교감자격증을 받은 과정과 같이 승진점수와 180시간 이상의 연수로 검증을 해 자격증을 가질 수 있다.

* 특성화학교 : 학교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특기를 개발할 수 있는 특기적성 위주의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재량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 근평제 : 더 높은 자리의 교사가 평가를 하는 인사관리제도

* 교원특위 : 교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 교원들의 승진과 연수 관련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혁신위원회 아래에 있는 별도의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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