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오도란트 속 환경호르몬, 유해? 무해?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서는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에 대해 “ 프탈레이트에 노출되었을 경우, 여성은 자궁의 손상이나 호르몬 교란으로 인해 생식력이 저하될 수 있고, 남성 역시 정자의 DNA가 손상되거나 정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또한 태아사망, 신생아 기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라고 밝혔다. 그러나 데오도란트 제조업체 U사에 의하면 “프탈레이트가 생식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주장은 WHO에서 공식화된 것이 아니다” 라며 또한 “화장품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을 금하고 있는 DBP*, DEHP*가 아니라 유럽연합에서도 사용을 허가하고 있는 DEP*이기 때문에 인체에는 무해하다”라고 설명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제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플라스틱 제품은 물론 물과 공기에도 있다고 한다. 오히려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양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말이다. 데오도란트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는 극소량이며, 또 함유량을 떠나 검출된 프탈레이트 자체도 “전혀 문제 없다”는 업체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수치기준의 부재’

문제를 처음 제기한 여성환경연대나, 정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제조업체들의 입장은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바로 “명확한 수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여성환경연대의 김선미 씨는 “구체적인 허용 기준 수치가 없기 때문에 제품을 다시 수거하여 재검사를 하더라도 작년 검사결과와 비교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역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무해하다고 주장해도 그것을 반박할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식약청 화장품부서 관련자는 “세계적인 수치 기준도 없고, 국내 연구를 통해 자체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 이라고 말했다. 기준이 없으니 규제할 수도 없다고. 제조업체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을 줄이려는 자체적인 노력을 한다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않다고 해서 법적으로 규제를 강요 받을 근거가 없다.
데오도란트 논란 이전에도 프탈레이트에 관한 문제는 다른 제품에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용기는 물론, 프탈레이트는 화장품 향료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이들을 사용하는 화장품에서 특히 더 논란이 되어왔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데오도란트 문제로까지 크게 불거진 근본적인 이유는, 예전에도 지금도 ‘수치기준의 부재’ 때문이다.

수치기준 마련 시급

전 세계적인 환경호르몬 규제기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결국 판단은 소비자들 개개인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 과학 교사 김대수 씨(명일여고)는 “허용 기준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유해물질이 들어있다고 해서 특정 제품 사용을 금지할 수는 없다. 인체 허용 기준 등을 법적으로 규정하면 상업 제품의 규제와 단속도 용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데오도란트는 이제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무리 무해하다고 해도, 환경호르몬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물질이다. 규제 마련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꾸준하고 적극적인 요구가 필요하다.

*프탈레이트 :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제.
*DBP : dibutyl phthalate 디부틸 프탈레이트,
*DEHP : di(2-ethylhexyl) phthalate 디에칠헥실 프탈레이트
*DEP : diethyl phthalate 디에칠 프탈레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