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타이밍!

  사랑에 대한 정의 하나. ‘사랑은 타이밍이다.’ 이 말에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들에 대한 위로도 담겨있다. 타이밍이 어긋나서 인연이 될 사람을 놓치거나 연인들이 헤어지는 내용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결실을 맺은 사랑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더 애틋하다. 사랑하는 연인사이라도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어긋남이 주변을 더 안타깝게 한다. 이런 일들이 영화나 드라마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에도 사랑의 타이밍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친구들이 있다.

#1 친구 M은 2년 만에 여자친구가 생겼다. 내가 더 기뻐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어떤 사람이야?” 그녀는 4살 연상에 외국계 증권회사에 다니며 미인대회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는 공인된 미인이었다. 그런 여자친구를 두고 M은 군대에 갔다. 군대 가기 전 그는 걱정을 하며 내게 말했다. “제대하고 나면 여자친구는 서른이 넘고 나는 여전히 학생일 텐데.......기다려 줄지 걱정이다. 여자친구는 기다리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며칠 전 100일 휴가를 나온 친구와 만났다. 그녀와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가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2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친구 K. 그녀는 예쁘장한 외모에 착한 성격의 소유자다. 남자를 보는 눈이 지나치게 높다거나 성격이 특이한 것도 아니건만 이제껏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모처럼 “괜찮다”는 사람을 만났다며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그는 곧 1년 동안 어학연수를 떠난다는 것이다. 그도 K에게 마음이 있지만 차마 기다리라는 말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로 마음에 들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들.

#3 친구R의 언니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남자친구를 4년간 기다렸다. 사귀는 동안에 남자구가 시험을 준비했기 때문에 처음엔 곁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힘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남자친구의 낙방으로 이들은 점점 지쳐갔다. 남자친구는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그녀에게 자주 화를 냈다. 서로의 감정이 많이 상하고 사이는 틀어져 갔다. 하지만 고시생 남자친구가 더 힘들어질 까봐 헤어지는 것만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험에 합격하고 그 남자친구는 결혼상대로 만날 다른 여자를 만났다.

사랑할 수 있는 타이밍은 쉽게 오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느냐 못지않게 언제 만나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말 깊은 인연이 될 수 있는 사람인데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타이밍을 극복하고 사랑을 지키는 연인도 있다.

타이밍 맞추기

 #4 지금 호주에 어학연수 중인 친구 H. 가고 싶었던 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너무 기뻐했던 H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사귄지 1달 남짓 된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의 이상형에 가까웠고 마음도 잘 통했다. 그녀는 떠나기 일주일 전까지 남자친구에게 어학연수 간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남자친구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혹시나 그와 헤어지게 될까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살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남자친구가 살고 있다. H가 호주로 간 뒤 그도 뒤따라서 함께 어학연수를 간 것이다. 그가 어떻게 어학연수 준비를 해서 그렇게 빨리 그곳으로 가게 됐는지 난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들은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주변의 염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고 하듯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이 주변에 수도 없이 일어난다. 연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어긋난 타이밍으로 생긴 피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많은 이들이 연인을 놓치거나 기다리지 못한다. 하지만 어쩌면 타이밍은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변명일지도 모른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한 합리화는 아닐까. 쉬운 사랑은 없다고 한다. 완벽하게 타이밍이 맞아 사랑하는 것은 어째 심심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시 <사랑이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사랑이란 기다림이다. 사랑이란 슬픔이다. 사랑이란 고통이다. 사랑은 고통을 즐긴다.’ 기다림, 슬픔, 고통을 이겨내고 오랜 사랑을 하는 연인들도 있다. 그들의 노하우는 의지와 인내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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