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송천 쉼터’ 생활지도사 박영덕씨

우리 사회 곳곳에 버젓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그간 숨겨져 있었던 ‘마약특별구역’. 지난 봄 개봉한 영화 <사생결단>은 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을 거둔 이 영화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는 물론, ‘물*’, ‘짝대기*’ 등 거침없는 마약 관련용어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박고운(21, 학생)씨는 “심각하다는 말만 들었지, 우리나라 마약 실태가 이렇게 심각한줄 몰랐다”고 말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두운 곳에는 늘 약물이 존재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부)(http://www.drugfree.or.kr)에서는 마약류 의존자들을 위한 ‘송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송천 쉼터의 생활지도사 박영덕(43)씨를 만나보았다.

그들을 위해 쉼터가 하는 일은

▲ 송천쉼터 생활지도사 박영덕(43)씨
송천 쉼터는 마퇴부가 2002년 5월에 당산 청사로 위치를 옮기면서 처음 문을 열었다. 쉼터에는 마약을 끊고자 하는 12~16명의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쉼터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재활교육을 받으며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한다. “대개 6개월 정도 생활하면서 3개월은 음악치료, 집단상담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 후엔 자격증을 따는 등 직업 재활을 받습니다.” 쉼터에는 20대 이상의 성인 남성이 입소할 수 있다. 박영덕씨는 “우리나라는 아직 외국만큼 쉼터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아 여성이나 청소년들까지 받아들이기에는 힘이 든다”라며 아쉬움을 표한다. 대신 개인으로 운영되는 쉼터가 몇몇 더 있어, 그 곳에서 여성,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쉼터에서 직업 재활을 마치고 나간 이들 중 다시 들어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마약을)짧게 하신 분들도 있지만, 몇 십 년의 삶을 약에 의존해 살아오신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6개월, 1년 약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주 끊었다고 보기는 어렵죠.” 박영덕씨는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규칙적 그리고 자발적

마퇴부 홈페이지에 있는 송천 쉼터 란에는 쉼터 입소 안내가 나와 있다. ‘약물 의존적 행동을 수정하려는 강한 의지와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자.’ 쉼터는 입소한 회원들에게 자발적인 의지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강조한다. 약물을 하던 때의 습관과 행동 중 한 가지만이라도 다시 접하게 되면 애써 자제해 온 그간의 생활이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해진 중독자들은 입소 후, 쉼터의 틀에 짜여 진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포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송천 쉼터의 프로그램 중에는 NA교육이란 것이 있다. “NA는 Narcotics Anonymous의 약자로서 ‘익명의 약물 중독자들’ 이라는 뜻이에요.” NA교육은 약물을 끊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져야 할 올바른 정신’에 대한 소견을 이야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발적 모임이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들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고쳐나가려는 모임인거죠.” 박영덕씨는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마약류에 의존하던 생활에서 벗어나려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뜻한 가족과 사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

송천 쉼터에는 한 달에 한번 씩 실시하는 가족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약물 중독이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쉼터의 회원 자신이 알도록 하고, 중독으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을 나눠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쉼터에 계신 분들 뿐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하면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요즘은 잘 진행이 되지 않고 있어요.” 처음에는 자식이나 남편, 혹은 아내가 약을 끊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지 않은 가족들이 송천 쉼터를 찾았지만, 지속적이지는 못하다. 약물 중독자로 인해 가족들의 생활이 힘들고 다급할 때만 쉼터를 찾고, 조금 나아졌다 싶으면 생계 등의 이유로 함께 치료받기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덕씨는 “이는 송천 쉼터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박영덕씨도 다른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20년간 마약을 했다고 한다. 2002년 송천 쉼터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쉼터에서 생활 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사회에 나가 다른 일을 하기 보다는 이곳에 남아서 회원들을 돕기로 결정했다. “직접 겪어봤으니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죠.” 송천 쉼터는 자체적으로 교회를 만들었다. 마약에 대한 편견 때문에, 약물 중독자들이 어디 가서 속 시원히 말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저도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팀장님이 목사님으로 활동하고 계시고요.”

사람들이 대개 마약을 접하게 되는 계기는 ‘호기심’ 때문이라 한다. 문제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약을 끊기가 너무 어렵기에 마약 즉, ‘마(魔)의 약’이라는 것이다.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마약이에요. 우리는 약물 중독자가 약을 끊을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하는데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편견, 그게 약물 중독자나 그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거죠.” 박영덕씨는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약’이 나쁜 거라고 말했다. 때문에 우리가 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마약류 의존자들이 다시 온전하게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말이다.


* 물 : 마약, 필로폰
* 짝대기 : 필로폰 주사 1회 투약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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