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의 나라는 인재와의 몇 마디 대화를 통해 신제품 개발 기획을 하고, ‘스마일 어게인’의 하진(이동건)은 천부적인 후각을 지녔다는 이유로 바로 조향사로 발탁된다. 그러면서 ‘김삼순’을 따라 한 듯 여주인공을 남자에게 배신당한 30대 노처녀로 설정하고(불꽃놀이), 여주인공을 ‘복자’라고 부르는 것(미스터 굿바이)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뿐이다.

대중은 여전히 실장님과 평범한 여성의 사랑을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은 이제 그 이야기를 현실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사실적인 묘사를 함께 원한다. 충실한 사전조사 없이 간접광고(PPL) 업체에 따라 주인공의 직업이 바뀌는 드라마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강명석씨가 한국일보에 연재하는 칼럼 ‘강명석의 TV홀릭’의 최근 기사 ‘돌아온 ‘실장님’들’의 일부분이다. 사람들은 그의 글은 예리하고 분석적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금요일 저녁 홍대 앞, 그가 자주 찾는다는 회전초밥 가게에서 강명석씨를 만났다.


강명석 군, 대중문화 평론가 되다

▲ 강명석씨가 고등학생 때 낸 책, '서태지를 읽으면 문화가 보인다'

강명석씨는 고등학생이던 1995년, <서태지를 읽으면 문화가 보인다>는 책을 냈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대표적인 온라인 팬클럽 ‘하이텔 또래네’ 게시판에 올렸던 그의 글을 엮어 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는 지금까지 대중문화 평론가로서 글쓰기를 계속해오고 있다. 원래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회사원이 되고 싶었어요. 글을 쓰는 것은 취미생활로 하고.” 고정적이지 못한 수입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그는 글 쓰는 직업,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 분야의 일은 상위 1%외의 나머지 99%는 먹고 살지 못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 좋게’ 대학생 때도, 잠시 직장생활을 할 때도 대중문화 평론가의 일을 계속 할 수 있었고 결국 직업이 되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매우 만족해요. 물론 제 능력이 꾸준히 좋아지도록 노력해야죠.”

강명석씨는 현재 한국일보 객원기자, 매거진t 기획위원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싣고 있다. 그의 말대로 1%만이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을 꽤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강명석씨는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를 잘 탔다며 “제 글은 매체에 실을 수 있는 딱 그 수준일 뿐이죠”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는 어떤 위치에 도달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 할 뿐이다.

소중한 안식처, 트리플 크라운

강명석씨는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2001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트리플 크라운은 영화, 음악, 드라마 등으로 나누어진 게시판에 강명석씨가 직접 다양한 글을 올리는 공간이다. 음악 게시판에는 가수 인터뷰나 음반 리뷰, 드라마 게시판에는 배우 인터뷰나 드라마 분석이 있는 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강명석씨의 글을 담아간다. 그는 물론, 커뮤니티 회원들도 활발히 리뷰를 올린다. 트리플 크라운은 강명석씨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곳은 강명석씨에게 존재 자체로 소중한 곳이다. “제겐 또 하나의 집이죠. 가능하면 그곳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요.” 자신이 쓰는 글 중에 트리플 크라운에 올리는 글들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트리플 크라운에 쓰는 글은 제가 매체에 기고하는 글과는 달리 훨씬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글들이에요.” 여기서 그가 썼던 글 중 매체에 실렸던 것의 확장판이나 편집되지 않은 솔직한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창작자, 독자 모두를 존중하는 글쓰기

그는 기본적으로 창작자와 작품을 존중한다. “누군가가 창작한 작품이 있기 때문에 제가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일까. 그의 글을 읽어 본 사람들은 대중문화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강명석씨의 글은 이해하기 쉽다는 매력이 있다. 글을 단순하게 쓰는 것이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단다. “아무리 복잡한 작품이라도 독자가 제 리뷰를 본 후에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고 싶어요.”

대중문화 평론가 강명석. 그가 단지 운이 좋고 시기를 잘 탔기 때문에 인정받는 것일까? 글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하고 겸손하지만, 글을 쓰는 자신에게는 엄격했기에 현재에 이르렀을 것이다. 대중문화를 단순히 즐기는 데 그치고 싶지 않다면 예리한 분석과 따뜻한 시각이 공존하는 그의 글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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