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1학년 때 편집장이었던 송혜영 전 편집장은 제게 “늦었지만 편집장 된 거 축하해”라며 축하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어서 주고받았던 말들을 떠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축하해야 할 일인지, 위로해야 할일지 모르겠지만” “앗 정말 1000% 공감해요” 그렇습니다. 편집장이 된다는 것은 축하해야 할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위로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듀 회의가 있는 날입니다. 회의 시작 1시간 전부터 제 휴대폰은 바빠집니다. 아파서 못 온다는, 가방을 놓고 와서 다시 갔다 온다는, 차가 막혀서 늦어진다는 듀이들의 문자가 쏟아집니다. 21명이란 인원이 매주 두 세 번씩 다 같이 모이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방학입니다. 대학의 방학은 거의 3달 가까이 될 정도로 깁니다. 대학생들은 저마다의 알찬 방학 계획을 세울 것입니다. 듀이들은 방학 계획을 세우는 것이 늘 조심스럽습니다.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학에는 매년 오프라인으로 발간하는 페이퍼진 작업도 해야 합니다. DEW의 방학 일정이 편집장이 그려놓은 밑그림대로 진행되어주면 오죽이나 좋겠냐만은, 뜻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6명의 듀이들이 번갈아서 여행을 가고 되돌아옵니다. 아직 듀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신입들 몇 명은 각자 다른 일정을 짜놓았습니다. 머리가 아파옵니다. 

DEW는 학부생들 사이에 ‘빡세고 힘든, 무서운’ 동아리로 통합니다. ‘DEW는 일주일에 2번 하는 회의를 한 달에 2번 이상 빠지면 기사를 올릴 수 없고 기사를 2번 올리지 못하면 탈퇴해야 한다’ ‘자기 생활의 많은 부분을 DEW를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DEW는 친목을 도모하기보다는 일을 해야 하는 동아리이다’ 2년 전 저를 포함한 신입들이 처음 모였을 때 당시 선배 편집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입니다. 그래도 동아리인데 첫 모임부터 이렇게 딱딱한 분위기일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후로 엄격한 지각, 출석 규정을 지키며 DEW의 분위기에 적응해 왔습니다.

편집장, 편집진이 된 동기들은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선배 편집진의 행동들이 이해가 갑니다. 조직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차츰 알게 되었습니다. DEW도 하나의 매체 하나의 언론입니다. 겉으로는 많은 기자들이 있어 여러 개의 기사를 올리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물론 많은 수의 인원 모두가 성실한 자세로 임한다면 그야말로 이상적인 조직일 것입니다. 그러나 “각자 개인 행동하는 몸집만 큰 다수보다는. 알찬 소수가 더 좋은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라는 김유리 전 편집장의 말처럼 많은 인원은 사실 부담스럽습니다.

회의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빠지는 것과, 올 수 있는 상황임에도 오지 않는 경우를 가려내는 것. 방학 때 기존 듀이가 여행을 가는 것과 신입이 다른 일정을 잡는 것. 어느 선, 어느 정도까지가 조직 전체에게 바람직한 것인지 기준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기준이 올바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편집장도 한 개인이기에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기자들이 밉고, 잘 따라와 주는 기자들을 예뻐하게 되는 것을 애써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평기자였을 때의 저의 행동들과 그때의 마음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어쩌다보면 회의에 참석 못하게 될 경우도 있고 기사가 정말 안 써질 때도 있었습니다. 결코 DEW에 대해 소홀히 하고자 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21명의 듀이들의 마음도 그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회의에서 먼저 빠져나가는 거만큼 더 열심히 할게요” “절대로 듀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여행 갔다와서 563(dew 동아리방)에서 매일 살게” 모든 듀이들에게 DEW는 이렇듯 소중합니다.

자주 얼굴 찡그리고 쏘아붙이는 말을 해서 미안합니다. 모두에게 욕심이 나서 그렇습니다. 많은 인원일수록 더 잘하는 DEW가 되어 봅시다. 옛 듀이 소개에 있는 선배의 모놀로그가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DEW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기대하지 말고, 내가 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자.’ 월드컵 구호처럼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