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교 생리 공결제 실시

‘나 그날이야.’ ‘마법에 걸렸어.’ 건강한 성인 여자라면 누구나 겪는 월경.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나 생리중이야’는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생리통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혼자 참아야 하는 고통이다. 모성 보호라는 이름으로 생리, 생리통을 지하에서 끌어내어 공론화 하려는 노력이 ‘월경 페스티벌’, ‘생리 공결제’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대학교 ‘생리 공결제’는 이제 시작

생리통에 의한 결석은 대부분 병결, 기타 결석으로 처리되어 왔다. 하지만 학생들의 출석을 점수화 했을 때 매달 생리통으로 학교를 못나온다면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많은 논란 끝에 2006년 1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의 시행을 통해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되고, 시험기간에 결석할 경우는 지난 시험 점수의 80%가 반영된다.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총학생회나 총여학생회를 통해 생리공결제 문제가 꾸준히 제기 되어왔다. 인권위원회는 올 1월 "여성의 건강권과 모성보호를 위해 적절한 사회적 배려를 하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라"며 생리공결제 시행을 권고했다. 이러한 인권위의 권고와 각 대학의 총여학생회의 건의를 바탕으로 중앙대는 다음 학기인 2006년 2학기부터 공식적으로 생리공결제를 실시한다.

중앙대를 제외한 일부 대학들에서도 빠르면 올해 9월부터 생리공결제를 도입한다. 이미 연세대와 경희대는 각각 2006년 1학기, 2005년 9월부터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경희대에서는 지난해 시범기간 동안 약 90명이 이 제도를 이용하였다. 2학기부터는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하기 위해 교칙을 바꾸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다. 올해 당선된 이화여대, 숙명여대, 서울대 총학생회 역시 생리공결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2006년 2학기로 중앙대가 정식으로 첫 생리공결제를 실시하고 앞으로 이 제도를 시행할 대학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취지는 찬성

많은 대학생들은 ‘모성을 위한 고통을 보호한다’는 생리공결제의 기본적인 취지에는 찬성한다. 얼마 전 생리공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연세대의 서보영(21)씨는 “그동안은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수업을 나오고 싶어도 못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라도 출석으로 인정된다니 다행이다. 오히려 제도의 실시가 늦은 감이 있다”며 이 제도의 시행을 찬성했다. 정의솔(22)씨 역시 “생리통이 심한 학생들은 수업을 듣지 못하고 출결점수마저 깎인다는 이중고를 겪는다. 이에 대한 보안책은 당연하다”고 적극 찬성했다. 또한 생리 공결제는 드러내놓고 말하기 꺼려졌던 ’생리‘를 일상 속으로 끌어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도 한다. 정의솔 씨는 “생리 공결제는 여성의 일상적인 일인 생리를 공개한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한다.

오남용의 우려

이와 반대로 생리공결제의 기본적인 취지가 무단결석을 출석을 바꾸려는 의도로 잘못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공결일수 월1회 제한’ 등 생리 공결제의 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제도의 악용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지상(22,서울대)씨는 “대부분 학생들이 생리 공결제의 모성 보호라는 의도 자체는 찬성한다”며 다만 제도상의 문제는 있을 수 있으니, 생리 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을 보안해서 악용 가능성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월경을 하는 것을 정확히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데에 있다. 비교적 확실한 방법으로 제안되었던 생리주기 확인도 자칫하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각 대학에서는 보통 월 1회로 결석을 제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중앙대는 결석을 무마하기 위해 생리 공결을 오용할 것을 대비해 제도의 사용을 월 1회씩 학기당 4회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경희대 역시 월 1회 학기당 3회로 제한해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악용의 소지는 남아있다. 송명은(21,이화여대)씨는 “생리통이 심하지 않는 학생도 많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다른 이유로 무단결석을 하고 생리를 이유로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고진석(22, 한양대)씨는 “오남용 문제 때문에 제도 자체의 더 큰 장점을 포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의 생리, 임신은 모성에 대한 여성의 권리로서 보호받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지금까지 여성 혼자 책임져야 할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어 왔다. 제도의 시행여부를 떠나서 생리 공결제에 관한 논의 자체는 모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시킬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오남용의 문제는 제도를 더 다듬으며 최소화 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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