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 중계가 한창이던 6월 12일. 디지털 텔레비전을 통해 축구경기를 보던 가정의 텔레비전 화면이 흔들리거나 물결무늬가 생기고 작동 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시청하던 몇몇 가정도 마찬가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 방송사와 방송위원회의 게시판은 시청자들의 불만으로 채워졌다. 사고의 원인은 같은 달 5일부터 시작된 지상파 방송사의 MMS(Multi Mode Service 다중모드방송) 시험방송. 생소한 이름의 이 방송은 도대체 무엇일까.
 
다채널 방송(MMS)시대 열리나

MMS는 Multi Mode Service 의 약자로 간단히 말하면 ‘다채널 방송’ 이다. 기존에 지상파 방송국이 사용하던 데이터 송출 방식보다 발전된 압축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채널을 전송한다. 지금까지는 '1080i 방식'*으로 HD방송을 제공해왔다. ‘1080’은 전체 주사선 수를 뜻한다. 'i'가 의미하는 것은 ‘인터레이스스캔’ 방식으로 1080개의 주사선을 540개씩 나눠서 뿌려주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MMS는 720p* 방식을 사용해 '프로그래시브스캔(p)' 컴퓨터 화면처럼 720개의 주사선을 한꺼번에 뿌리는 방법이다.
 
MMS를 둘러싼 논란은 해상도와 화질 저하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험 방송으로 인해 불안정한 축구 경기화면을 시청하게 된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자 얼마 후, 방송위원회는 시험방송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은 축소 방침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반대로 케이블 사업자들은 MMS에 대한 반대의견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닌, 실제로 MMS를 둘러싸고 있는 논란을 들여다보자.

MMS, 왜 필요해?

MMS에 대한 블로그나 카페의 글을 읽어보면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방송사들의 주장은 다르다. 공중파 방송사는 MMS 방송을 통해 디지털 방송기술을 발달시키고 시청자들에게 공익적인 다양한 채널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방송기술인연합회와 프로듀서연합회가 제출한 성명서에서 MMS가 국민을 위한 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방송이 디지털방식으로 바뀐 지 6년이 지났지만 디지털 수신기 보급률은 15%.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KBS 디지털 전환팀 이종주씨는 “MMS를 통해 다양한 컨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디지털 텔레비전 보급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죠” 라고 말한다. 이미 영국, 미국 등 방송 선진국들도 30여개의 채널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시험방송으로 인한 사고로 알 수 있듯 화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화질이 나빠짐에도 불구하고 채널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상업적 속셈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지상파 방송국은 1080i 방식과 720p 방식 모두 국제 규격으로 시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반인이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화질차이는 없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어떤 방식을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HD 방식으로 제작된 디지털 방송물은 MMS 환경에서도 화질차이가 없지만 SD방식*으로 만들어진 제작물은 화질이 나빠질 수도 있다. 디지털 방송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주당 25시간 이상은 HD 방식으로 만든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방송은 모두 SD방식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는 SD방식이 더 많이 쓰이는 실정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MMS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많은 채널을 무료로 제공하여 케이블 방송사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방송위가 접수한 케이블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 처리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 방송사의 잦은 요금 인상과 무분별한 채널 변경 등으로 시청자들이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 방송사의 MMS방송 반대가 이러한 여론을 회피하려는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이종주씨는 “MMS 시행 후 케이블 방송의 마니아들이 지상파 방송으로 몰리는 등의 결과는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다채널 유료방송 케이블 vs 지상파

다양한 채널로 마니아를 공략하는 유료 케이블 방송은 MMS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2일 케이블 TV 협회의 주최로 열렸던 ‘한국 케이블 TV 방송 협회(KCTA) 전시회 및 콘퍼런스 2006’에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TV 멀티모드서비스(MMS)에 대한 문제제기가 다시 한 번 이루어졌다. 이들의 주장은 MMS가 도입되면 매체 간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 케이블 광고시장이 협소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국이 MMS 서비스를 도입하면 뉴미디어 산업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한국 케이블 TV 방송 협회(KCTA) 홍보팀 김용배씨는 이미 외국에서 MMS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지상파 방송국의 주장에 대해 “미국은 이미 케이블방송의 광고비가 지상파 방송을 넘어섰고, 영국에서는 MMS 방송 사업에 뉴미디어 사업자들도 함께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MMS 방송에 대한 허가가 너무 쉽게 이루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케이블 방송사는 전파가 공공재임을 근거로 MMS방송 시행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상파 방송이 채널을 추가한다고 해서 더 많은 컨텐츠가 나올거라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낮방송 시작된 후,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의 재방송 비율이 더욱 늘어났죠.” 김용배 씨는 케이블이 외국 프로그램 판권을 사오거나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 등 지상파 방송국에 비해 훨씬 더 큰 비용이 들지만 지상파 계열사의 순이익률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덧붙인다.      
 
MMS, 시청자들을 위해 거듭나기

시청자들에겐 MMS 방송이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부분이 복잡하고 어려워 MMS 방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고 시행한다니까 뭔가 숨기는 게 있나 싶기도 하고...” 주부 김정화(40)씨의 말이다. 시청자들이 누려야할 MMS 방송에 대한 논란에 정작 시청자들의 의견은 빠져있다는 점이 분명 문제다. MMS 방송에 관한 민원을 받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보다 큰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서 추진되는 MMS. 시청자를 위한 방송기술로 거듭나기 위해서 각 방송사들의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1080i방식 -초당 17.5 메가비트
*720p방식 -초당 13메가비트
*SD방식 -디지털TV의 한 형태. 디지털TV는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TV수상기로, '고선명 HD(High Definition)TV'와 '표준화질 SD(Standard Definition)TV'로 나뉜다. SDTV는 480개의 주사선을 지원하는 HDTV보다 낮은 해상도를 갖는 디지털 TV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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