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의 동맹으로 삼국을 통일을 이끌어낸 신라시대 김춘추, 거란과의 담판으로 80만 대군을 물러가게 한 고려시대 서희, 헤이그 밀사로 파견된 이준, 이상설, 이위준 선생, 작년 9월에 방영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의 재희(전도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직업이 모두 외교관이라는 점이다. 자국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와 세계를 이어주는 외교관. 한 해 선발인원은 20명, 다 합해도 780명밖에 안 되는 소수의 직업이다. 누구나 한번은 꿈꿔 봤을 멋진 직업, 그들의 직업 세계를 찾아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 홍보과에서 일하는 이주원씨(29)를 만났다.

타국에 파견된 자국의 대통령, 외교관

▲ 외교통상부 문화 외교국 홍보과 이주원씨
‘외교관’이라 하면 무도회와 같은 파티에 참석하여 우아한 복장으로 외국인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이주원 씨는 “외교관에게 그러한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대외활동은 공관장이나 차석 분들의 활동입니다”라며 평소 주재지역에 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일, 이를 본부에 보고하는 일, 본부의 지시에 따라 우리의 입장을 주재국에 관철시키는 일, 심지어 무기 구입까지 일반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외교관의 일들을 설명한다.

이주원 씨가 지금 맡고 있는 일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외교관의 업무와는 다르다. 그는 문화외교국 홍보과에서 우리나라를 해외에 홍보하는 일을 맡고 있다. 문화 외교국 홍보과에서는 스포츠, 청소년 교류, 관광, 재외공관 미술전시장화 사업, 지자체 국제교류 지원, 한국 홍보물 지원, 관광 교류, 해외의 한국드라마 및 영화 상영 지원 등 얼핏 보면 문화관광부의 일과 비슷하다. 이주원 씨는 “우리 드라마 및 영화를 이미 한류가 불고 있는 동남아 국가는 물론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 지역까지 소개하고 있어요”라며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국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단다. 본부 홍보과에서는 이러한 행사의 예산지원 및 지역별로 적절한 영화작품을 선정하여 배급사측 동의를 얻어 필름을 송부하는 일까지 한다. “영화작품을 선정하고 배급사측 상영동의를 구하는 일을 하다보면 외교관이라기보다 영화산업 관계자가 된 듯한 기분이죠.”

이주원 씨는 현재 시보공무원이다. 외무고시에 합격하게 되면 우선, 외교안보연구원에서 16주 간의 기본 교육을 이수하게 된다. 연수를 마치고서 약 1년 간 시보기간을 갖는다. 외교관도 1년간 시보공무원이라 불리는 일명 수습 과정을 거친다. “시보공무원은 보수 등 대우에 있어서는 정규 공무원과는 별 차이가 없어요. 다만 시보공무원은 외교통상부 소속이 아니라 행정자치부(공무원채용시험 관장기관) 소속이죠” 라며 시보기간이 만료되면 외교통상부 소속의 정규 사무관으로 임용된단다.

▲ 외교통상부 내 역대 외교부장관 사진
시보기간을 마치고 1년 간 본부에서 일을 더 하고나면 해외연수의 기회가 주어진다. 영어연수는 2년, 제2외국어 연수는 3년으로 국비로 다녀올 수 있다. 해외 연수 기간에는 해외의 대학원 과정에 파견되어 단순한 언어기술 습득에만 국한되지 않고 통상, 국제법, 국제 정치 등 전문적인 지식을 배운다. 연수 후에는 각 외국의 공관에 파견되어 2등 서기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해외근무는 한 공관에서 대개 2~3년간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는 연속해서 본부에 들어오지 않고 두, 세 차례 다른 공관으로 옮겨 근무할 수 있어요.” 파견되는 나라는 외교관 자신의 의사와 인사담당관실의 심사에 의해 결정된단다.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 한 지역에만 편향되지 않고 선진국(소위 온탕으로 불리는 근무조건이 좋은 주미, 유럽지역)과 후진국(소위 냉탕으로 불리는 생활이 어려운 험지 아프리카, 중동지역) 번갈아가며 파견된다.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관들은 대사관이나 영사관으로 파견된다. 대사관의 외교관은 상대 국가의 중앙정부를 상대로 본국 정보의 입장을 대표한다. 영사관의 영사는 본국 중앙정부에서 상대 국가의 지방에 파견한 외교관이다. 자국민 보호나 경제통상업무 등에 종사한다. 해외에 있는 자기나라 국민의 혼인신고, 출생신고 등도 받고 여권발급이나 비자발급을 해주면 민원접수도 한다. “한 나라에 대사관은 수도에 오직 하나 밖에 없지만, 영사관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처럼 지방에 여러 개 존재할 수 있어요.”

해외 업무 겸 휴가 보내기

외교관의 출근 시간은 9시다. “매일 신문에 실린 외교부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야하는 공보팀은 새벽 4-5시 출근이 잦아요. 그 외에는 대부분 9시에 출근하죠.” 공식적인 퇴근시간은 6시다. 하지만 일에 비해 인원이 부족해 주 퇴근시간은 7시 30분이란다.

외교관들의 휴가는 1년 동안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4일까지 주어진다. 한 부서에서 한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그 직원의 일은 다른 동료들이 나눠 맡아야 한다. 휴가 후 쌓여 있을 일들을 생각하면서 장기 휴가는 엄두도 못 낸다고. “해외출장이 곧 휴가에요. 사무실을 벗어나 그나마 바깥바람을 쐬고 오는 거죠”라며 웃는다.

외교관의 보수 등 대우는 다른 행정부처의 일반직 공무원과 동일하다. 다만 해외 근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재외공관에서 근무할 때는 주택임차료와 재외근무수당, 특수지 수당 등이 추가 지급된다.

정신적으로 힘든 해외에서의 삶

해외를 누비며 많은 이들의 동경을 받는 외교관. 반면에 고민거리도 많다고. 특히 가족 문제가 대표적이다. 여자 외교관의 경우에는 남편과 자식과 헤어져 사는 이산가족이 생기기 마련. 가족과 함께 움직인다고 해도 3년 단위로 여기저기 이동하다 보니 자녀들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확립과 새로운 사회에서의 적응이 힘들단다. 외양은 한국인이지만 자랐던 곳의 의식구조를 따른다. “부모님의 뜻을 이은 2세 외교관들도 있지만, 그보다 한국사회에 돌아와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꽤 많다고 해요.”

외국 생활을 하다보니 파견된 나라의 풍토병*도 큰 문제다. 국지적 분쟁이 많은 제 3세계의 경우 외교문제가 아닌 외교관의 생존을 위협하는 곳도 많단다. “나라 살림이 어려웠던 5,60년대에는 선진국에서 활동하는 외교관이 매력적인 직업이었지만 요즘은 한국보다 못 사는 사라가 더 많은 터라 한국만큼 좋은 나라도 없다고 해요.”

애국심이 불끈불끈 솟는 외교관

외교관 선발에는 특채와 공채가 있다. 특채는 특수 외국어 전공자나 외교부가 필요로 하는 특수한 지식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수시 선발이다. 대부분은 외무고시라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총 3차에 걸쳐 치러지는 외무고시는 1차는 객관식, 2차는 주관식, 3차는 면접으로 이루어진다. 게다가 한 해 약 20명 안팎 밖에 뽑지 않는 외시는 상당한 외국어 실력을 요한다. 입사 후에도 일손이 부족하여 출장 간 동료의 업무까지 담당해야 한다. 이주원 씨는 “힘들어도 애국심이 솟아나는 것이 외교관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외교통상부에서는 수시로 인턴도 모집하고 있으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세계 중심에 서고 싶다면 도전해보길!

*풍토병 : 어느 일정한 지방에 한정되어 예전부터 많이 발생하고 퍼져 있는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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