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본격적으로 사귄지 이제 곧 1000일. 주변 사람들은 내게  ‘넌 지겹지도 않니’ 혹은 ‘원래 사랑하는 감정은 100일 넘기기 힘들다는데’ 라고 말한다. 나는 그냥 배시시 웃어넘긴다. 남자친구가 아무리 좋다 해도 연애초기 감정을 3년 넘게 유지하기는 어렵다. 데이트하기 전 설레는 마음으로 꽃단장하기, 마음 졸이며 전화 기다리기, 일기장에 온통 그 아이와 있었던 일들로 가득 채우는 따위의 일들은 몇 달 지나지 않아 시들해졌다.

인스턴트식 사랑이 넘쳐나는 세상

요즘 사랑은 3분 요리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 듯 간편하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부담 없이 끼니 때우는 것처럼 그렇게 사랑을 즐긴다. 또 서로에게 질려 사랑이 식었을 때도 미련 없이 쿨하게 끝낸다. 금방 질려서 끝나버리는 사랑 후에 무엇이 남을까. 서로를 기억 할 수 있는 추억 한 조각이라도 마음속에 남아 있을까. 이런 짧은 사랑은 요즘 세대들이 금방 바뀌는 유행에, 빠르게 바뀌는 TV화면에, 쉽게 로그인 했다 로그아웃 할 수 있는 인터넷문화에 익숙해진 탓일 지도 모르겠다.

보다 성숙한 사랑을 위해서

사랑에 적신호가 켜질 때는 서로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을 때다. 바로 ‘권태기’다. 반복되는 만남과 데이트 코스, 늘 똑같은 대화와 멘트에 서로 질려버린다. 더 이상 데이트가 즐겁지 않다. 이때가 위기다. 인스턴트식 사랑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보다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할 것인가.  얼마나 현명하게 권태기를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권태기 극복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서로 마음을 열고 진실한 대화를 하는 것. 감정을 툭 터놓고 이야기하면 어느새 지겨운 감정이나 섭섭한 마음을 날려버릴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필수조건이다.
   
둘째,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는 것.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하라는 말이다.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 남아있어야 질리지 않는 만남을 유지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서 평소 보지 못했던 면을 발견하는 것은 서로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셋째,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 만들기. 그 것이 게임하기든, 인라인 타기든, 음악 감상하기든 둘이 함께 좋아하는 것을 해보는 것이다. 둘이서 목표를 정하고 같이 공부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권태기 극복 그 후

나는 남자친구와 크고 작은 권태기를 극복하면서 1000일이라는 시간을 함께해왔다. 헤어질까를 몇 번이나 생각해 봤지만, 이상하게도 헤어지려고 하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둘 다 관계회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한 여름의 폭풍이 지나가면 다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한 번의 권태기를 넘어가면 다시 사랑에 불이 붙기 마련이다. 여러 차례의 권태기 극복 후에 우리 사이는 더 가까워 졌고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아이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에 나는 어떤 권태기도 극복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면서 언제나 상대방이 사랑스러워 보이고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할 수는 없는 법. 사랑을 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정성스런 노력이 필요하다. 인스턴트 음식만 계속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쉽게 하는 사랑 후에 돌아오는 것은 허무함 뿐. 많은 연인들이 정성 듬뿍 담긴 뚝배기 같은 사랑을 맛보았으면 좋겠다.   

 

"질긴"사랑 중인 그녀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