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

저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젊음이 넘치는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끝내고 연구실로 들어서는 그녀. 몸이 불편한 자신을 부축해 준 학생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동안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유방암에 이어 척추암이라는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다. 2년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희망 전도사,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다.
 
세상과의 징검다리, 글 그리고 책
 
2004년 9월, 장영희 교수는 척추암 선고를 받고 신문, 잡지 등에 연재하고 있던 4개의 칼럼 중 3개의 칼럼을 중단했다. 그러나 2004년 5월부터 조선일보에 실었던 <영미시 산책>만은 입원 후에도 계속 썼다. “<영미시 산책>은 대부분 병실에서 썼어요. 하루 종일 병원에만 있어 감금된 생활을 하는 것 같았던 제게 이 칼럼은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였죠.” 자신이 힘들었기에 칼럼을 통해 희망을 말했고 덕분에 독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독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2006년 4월에는 <영미시 산책> 중 사랑에 대한 시만 모아 <생일>이라는 책을 펴냈다. “요즘엔 사인회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답니다.”

편견이 아닌 관심으로
 
2005년 12월, 그녀는 김혜자, 강원래, 이지선, 박완서 등 23명의 저자들과 함께 <사는 게 맛있다>라는 책을 펴냈다. 푸르메 재단의 장애인 재활 치료 기금 마련을 돕기 위해서다. “요즘 영어마을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사실 이 사회에 더 필요한 것이 재활마을이에요.” 사고를 당해 재활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 만큼 재활마을은 절실하다고 한다.

“제도적으로는 장애인을 위한 혜택이 많이 늘고 있어요. 장애인을 위한 기금마련 운동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1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그녀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학교 입학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요즘은 대학교마다 장애인 특별전형이 생기는 등 교육의 기회가 늘어났다. 사회가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고. 그러나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편견은 그대로란다. “장애인 단체가 자리를 잡으려 할 때마다 마을 주민들이 심한 반대를 하더라고요. 똑같은 사람인데도 말이죠.” 세상이 거꾸로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제도가 좋아졌으니 언젠가는 사람들의 인식도 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언론에서 장애인이나 혼혈인에 대한 문제를 많이 다루는 것도 편견을 극복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 생각한단다. “언론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 수 있었겠어요? 장애인에 대한 방송이나 영화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해요.”

희망의 힘
 
활발한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장영희 교수. 지난 2년간 24차례에 걸친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 “항암치료를 받으려면 그날 백혈구 수치가 3000이 넘어야 해요. 그 수치가 안돼서 치료를 못 받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죠.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 것만으로도 축복으로 여기고 지냈어요.” 그녀는 자신의 인생 자체도 행운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비록 1살 때 1급 장애인이 되었지만 그녀 곁에는 언제나 그녀를 믿고 아껴주는 가족이 있었다.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신체적으로 조금 불편한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을 다 가졌거든요.”
 
오는 7월에는 희망에 관한 시를 모아 <축복>이란 책을 낼 예정이다. 언젠가는 책을 너무 읽지 않는 우리나라 중고생들을 위해 독서클럽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문학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요즘 세태를 바로 잡기 위해서다. “학생들을 선발해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언제 또 건강이 나빠질지 몰라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그녀에겐 쉴 틈이 없다.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이든 감사할 줄 알고 밝게 살아가는 장영희 교수. 그녀의 향기가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스며들어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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