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 김지나(21)씨는 올 하반기 SK 텔레콤에서 모집하는 대학생 봉사활동 프로그램 ‘써니(Sunny)'에 지원하려고 한다. 취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요즘엔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잖아요. 취직할 때 기업에서 봉사활동 경력도 많이 본다고 해서 도전해보려고요.”

취업을 위한 경력, 봉사활동

최근 대학가에는 봉사활동을 찾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좋은 학점,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인턴십 등은 기본이고 봉사활동 경험 또한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좋은 경력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1일 취업전문사이트 잡코리아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채용 시 사회봉사활동 경험을 우대하겠다는 기업이 1만 2611개(6.7%)에 이른다. 잡코리아의 정유민 상무는 “요즘엔 신입사원 선발 시에 공기업 뿐 아니라 많은 기업에서 봉사활동 경험을 보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점점 봉사활동 이 취업에 있어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도 여러 가지다. LG전자나 SK 텔레콤 등의 기업에서 주관하는 것과 공모전*이 있는가 하면 해외 봉사활동, 공부방이나 야학과 같이 다양한 단체들에서 모집하는 것 등도 있다. 이들 중 대학생들이 주로 문을 두드리는 곳은 대기업이다. ‘써니’ 봉사활동 경험이 있는 최정희(21, 대학생)씨는 “기왕 취업 때문에 하는 거라면 잘 알려진 대기업 쪽에서 찾게 돼요”라고 말한다. 올 해 SK 텔레콤에서 주관하는 ‘써니’ 봉사활동 프로그램에는 수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특히 이 프로그램들 가운데 보육원의 아동들을 1:1로 가르치는 ‘하이티쳐’에는 200명 모집에 1900명이 지원해 95: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써니’ 사무국 엔시스컴 기업사회공헌팀의 박연이 대리는 “참가자에게는 이력이 될 수 있고 스스로 느끼는 보람도 있기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지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봉사활동 경험은 참고사항일 뿐 공식적으로 SK 텔레콤 입사에 가산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중고 시달리는 야학들

반면 공부방이나 야학들에서는 대학생 교사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동부 밑거름 학교는 주부들에게 한자와 영어 등을 가르치는 야학이다. 몇 년 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대학생 교사가 20명 정도였다. 현재 교사들의 대부분은 직장인이며 대학생 교사는 단 3명뿐이다. 대학생 교사 이민섭(26)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주로 인지도가 높은 곳에서 봉사활동하기를 선호한다” 말했다. 동부 밑거름 학교의 이원섭 사무총장은 “대학교마다 모집 공고를 내도 예전보다 대학생들의 지원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생 교사 부족에 대해 아쉬워했다. 내년부터는 정부의 지원금도 끊기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육을 하는 단체에만 자금 지원을 해준다는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원금이 끊기는 데다 교사까지 부족해 야학 운영이 매우 어려운 현실입니다”라며 이원섭 사무총장은 토로한다. 다른 몇 학교는 문까지 닫는 상황에 처했다. 
 

양극화 현상, 그리고 봉사의 본질

대기업의 봉사활동 수요는 점점 늘고 도움이 절실한 야학들의 상황은 악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취업이라는 목적이 봉사활동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김지나씨는 “대학생만을 비난할 건 아니라고 봐요. 취업난 속에서 우리가 찾은 하나의 돌파구잖아요” 라고 말한다. 한편 이혜란(24)씨는 “학생들이 취업만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봉사활동을 취업 도구로 여기는 일부 대학생을 비판한다. 무엇을 위한 봉사인지, 그 기본 정신을 한번쯤 되돌아볼 때다.

* 봉사활동 공모전: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봉사계획과 내용 등을 상세히 세워 공모하면 주최 기업에서 봉사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