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라는 단어의 뜻은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뇌물’의 개념이 아니다. ‘얼마 되지 않는 적은 선물’이란 뜻으로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어느새 ‘촌지’는 부정적인 단어가 돼버렸다. 돈 봉투와 비싼 선물이 선생님과 학부모 모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학교 촌지 근절법안에 대한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육계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적당한 수준을 넘어서는 촌지 관행을 해결하고자 내 놓은 ‘학교 촌지 근절법(가칭)’에 대해 알아보자.   

‘촌지’ 건네는 학부모 실형

한나라당 비례대표 진수희 의원은 학부모에게 심리적, 경제적으로 부담을 안겨주고 다수의 성실한 교사들을 매도하는 촌지 실태를 바로잡고자 ‘학교 촌지 근절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진 의원 자신도 자녀의 교사에게 돈과 과도한 선물을 건넨 적이 있다는 고백과 함께 72% 학부모들이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학교 촌지 근절법의 가장 큰 특징은 촌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다. 이 법에 따르면 촌지를 받은 교사는 그 액수의 50배를 과태료로 물어야 하고 촌지를 건넨 학부모에게는 실형이 내려진다. 이 법안은 공직선거법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품을 건넨 사람이 받은 사람보다 더 큰 처벌을 받게 되는 것. 진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학부모에게만 실형을 내리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진의원은 의견을 참고해 보완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는 학부모

진 의원의 발의안이 뉴스를 통해 알려진 뒤, 진수희 의원의 홈페이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 홈페이지에는 촌지 근절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었다. 진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학교 촌지 근절법’에 대해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 문항과 의견을 받는 장이 마련되어 있다. 현재 찬성하는 의견이 70%. 많은 학부모들이 촌지에 대한 경험과 함께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되었던 촌지를 추방하자는 이 법안이 더 빨리 나왔어야 한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또한 이 법에 찬성의사를 밝히며 법안의 발의를 위해 청원서를 제출했다.

교육현장을 제대로 아는가 ― 교사

이 법안에 대한 교사와 교육계의 반응은 또 다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얼마 전 반향을 일으켰던 ‘무릎 꿇은 교사’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모든 교사가 촌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법안내용과 관련 보도물을 지적하며 교육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또 촌지 근절 법안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믿는 사람들도 있다. 촌지 관련 법안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의 실천 문제라고 말한다. 교육계에서는 오히려 이런 법안으로 사제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염려를 표했다. 한국교총은 이미 교육부에서 촌지를 받은 것이 적발된 교사의 재임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이 지난해 국무회의 통과했다며 반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두를 위해

올해 스승의 날에는 전국의 초중고교 60%가 휴교를 선택했다. 어른들의 잘못된 촌지 문화 덕분에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사제지간을 돈독히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놓쳤다. 궁극적으로 학생과 선생님 모두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학교 촌지 근절법’이 기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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