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 계획과 미국의 북한 탈북자 망명 신청 허용 등 한반도발(發) 뉴스가 외신들의 중요 뉴스로 다루어지고 있다. 북한 문제는 무기만 없을 뿐, 여러 나라의 외교와 언론이 총 동원돼 ‘소리없는 전쟁’이란 말까지 나온다.  

한강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는 5월의 여의도 MBC 사옥. 19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북한 문제를 직접 다뤄온 MBC 북한전문기자 김현경씨와 얘기를 나눠봤다.

통일전망대, 북한을 보는 창 

▲ 김현경 MBC 북한전문기자
김현경기자는 1986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북한을 처음 접한 것은 1989년 ‘통일전망대’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면서였다. 십 몇 년이 지난 현재도 매주 화요일 밤 12시 20분부터 30분 동안 진행되는 ‘통일전망대’의 사회는 김현경 기자의 몫이다.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기자의 말에 “재미있죠? 그런데 왜 시청률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에선 자부심과 안타까움이 함께 배어나온다.

통일전망대는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없는 북한의 패션, 북한 여성의 미용법과 같은 일상을 다루는데 초점을 맞춘다. 처음에는 북한에서 구한 영상물이나 직접 촬영한 내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서 될 수 있으면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영상과 함께 설명을 덧붙인다. “시청자들이 북한 방송에서 북한 사회의 모습을 찾아야 하는데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요즘은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돕고 있어요.”

우리가 보는 북한의 모습은 진실일까

북한전문기자는 다른 기자보다 어려움이 많다. 뉴스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정보’의 부족 때문이다. “일반 기자라면 직접 현장에 가 취재를 하고 긴 영상 중에 필요한 것을 적절히 고르면 되죠. 그러나 북한 관련 방송은 사진 한 컷에서 모든 걸 뽑아내야 해요.” ‘통일전망대’ 역시 얼마 전까지는 정부의 심의를 거친 영상만을 방송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와 사실성이 떨어졌다. “김대중 정부 때 북한방송청취에 대한 법률이 완화되어 북한 방송을 방송국에서 자율적으로 수신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드라마까지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요즘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자료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자료가 없어서 막막한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직접 방송을 수신한다고 해서 그 모습이 북한의 진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현경 기자는 “그렇다면 북한에 가서 직접 북한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면 그건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한다. “분명, 북한의 언론은 도구로서의 언론이예요. 하지만 그걸 보는 사람이 북한 사람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어요.” 아무리 선전, 선동을 한다고 해도 현지의 모습에서 엄청나게 벗어날 수는 없는 거라고. 

북한전문기자가 생각하는 북한, 그리고 대북정책

▲ 북한전문방송 MBC '통일전망대'
김현경 기자는 1995년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겨 북한전문기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첫 금강산 관광, 역사상 처음으로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의 현장에도 항상 그녀가 있었다. 통일부만 10년 넘게 출입했다. 속칭 ‘북한통’인 그녀가 생각하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떨까?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이 없다는 거예요.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외교 안보라는 것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일관성과 원칙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서 실천해가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그냥 그 순간에만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의견이었다.

남북 정상이 만난 지 6년이 흘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도, 남북간의 획기적인 변화도 없었다. 김현경 기자는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기원전후로 나눌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라 말한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서 통일의 길로 나가자는 합의를 하고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동의한 것 자체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속조치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봐요. 우리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중인데, 정상끼리 만난거잖아요.”  

20대의 모습에서 희망을

공산당이라면 무조건 뿔 달린 도깨비인 줄 알았다는 김현경 기자. 이와는 다르게 북한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요즘 20대의 모습에서 통일에 대한 희망을 본다. “요즘 대학생들은 북한 문제를 잘 모르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편견 없이 북한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이겠죠.” 정치인들과 기성세대는 남북문제를 항상 이념문제로 보면서 선거에 이용하며 정치와 연결시키지만 20대는 이념문제에 초월해 남북관계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것이다.

현재 김현경 기자는 취재일선에서 물러나 통일전망대의 진행에 집중하고 있다. 정책 브리핑도 들어보고 싶고 현장도 가고 싶지만 여건이 안돼 가끔은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서있는 곳이 역사의 어느 좌표점인지 기억하는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어요?”라는 말에선 남북관계의 치열한 현장을 함께해온 그녀의 모습이 생생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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