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이혼문제로 한 법률 사이트의 Q&A에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고민을 올렸어요. 어느 날 검색사이트에 제 아이디를 검색해보니 상담내용이 다 나오더라구요.” 이화여대 커뮤니티(www.ewhaian.com)에 한 학생이 올린 글이다. 국내외 검색 사이트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집주소, 인터넷 아이디 등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로 검색했을 때 자신의 비밀번호부터 산부인과나 항문외과 등의 매우 개인적인 병원 상담기록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근호(24, 대학생) 씨는 구글에서 사생활 유출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혹시나 해서 자신의 주민등록 번호를 검색해보았다. 그는 “제 주민등록번호는 없었지만 저와 생년월일이 같은 한 사람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물론 주소와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까지 상세히 나와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해당 정보가 담긴 사이트는 이미 폐쇄되어 페이지를 찾을 수 없었으나 검색된 문서 목록에는 제목과 함께 이런 내용이 버젓이 나오고 있었다.

구글에 비해 검색된 웹사이트는 적지만 네이버에서도 자신의 이름이나 아이디를 입력하면 웹 검색을 통해 자신의 소속과 연락처 등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 구직 중개소의 소개서나 상품 사용 후기 등에 적어 놓은 내용들이다.

검색 사이트의 노력과 한계

구글, 네이버 등의 각종 검색사이트의 검색 능력과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구글관계자는 “해당 사이트에서 막아놓은 정보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이트를 검색합니다”라고 말한다. 사생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냐는 질문에는 기술 담당자가 미국에 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대신 구글 사이트 내에 마련된 고객센터에 자신의 정보 삭제를 요청하면 1주일 내에 없앨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구글의 검색목록엔 제목이 그대로 남아있다. 웹사이트 검색이라 제목은 물론 약간의 내용까지도 그대로다.  검색 로봇* 이 저장해 놓은 검색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검색목록에서 영구히 지우기 위해서는 검색 로봇이 다음 그 사이트를 방문하여 검색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는 네이버는 구글에 비해 사생활 유출이 상대적으로 적다. 네이버 유보현 씨는 “직원들이 검색되는 내용을 일일이 검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필터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사이트 관계자들은 이용자들의 요청과 모니터링 시스템에 의해 지우고는 있지만 해당 사이트가 정보를 막아 놓는 것이 안전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정보를 막지 않은 해당 사이트의 잘못?

정작 가로수 닷컴(job.garosu.com) 측은 “사이트를 검색사이트로부터 막을 수 없다”며 사이트에서 자신의 정보를 지우는 게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진료기록이나 문의사항 등 사생활이 담긴 내용들은 직접 지우면 되지만 구직사이트의 경우에는 지울 수도 없고 난감하다. 인터넷 사이트로 과외 중개업을 하고 있는 과외 코리아(www.study4you.co.kr)의 회원 보호 정책에는 “현재로서 인터넷을 통한 데이터 전송이나 개인정보는 완벽히 안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라며 “회사가 개인정보보호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개인의 실수나 고의, 인터넷망의 잠재 위험성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공지하고 있다. 결국 사이트 이용자들은 정보 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내 정보는 내 스스로 지킨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만큼 개인 정보도 곧잘 얻을 수 있다. 양아정(대학생, 22)씨는 “검색사이트에서 누군가 나를 검색해 내 생활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진다고 생각하면 불안해요”라고 말했다. 검색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악의를 가지고 한 개인을 조사할 수도 있다.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유의선 교수는 “검색사이트와 해당 사이트의 고의적인 악의를 증명하지 않는 이상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사이트의 고의성보다는 기술의 문제로 보입니다”라며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이버 세계에서 자신의 정보를 지키기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단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생활이 담긴 정보는 되도록 인터넷에 등록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에는 과외사이트에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기 쉬운데 해당 사이트에 침입자 차단 시스템(fire wall)*이 있는지 확인한다. 침입자 차단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지 사이트 담당자에게 물어보거나 검색사이트에 해당 사이트를 입력해 본다. 대기업이나 연구소, 다음 까페나 싸이가 검색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이유는 침입자 차단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색사이트에서 자신의 정보를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놓도록 한다.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이제는 그 편리함의 악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찰해 볼 때다.  

*검색로봇 : 웹 페이지를 검색하는 프로그램.
*필터링 시스템 :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용어들은 물론,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한 번호는 검색대상에서 걸러지는 시스템.
*침입자 차단 시스템 : 컴퓨터의 정보 보안을 위해 정보통신망의 불법접근을 차단하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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