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니건스의 도시락 버스
지난 달 7일 오후 다섯시, 숙명여대 본관 앞 사거리에 알록달록한 글씨와 그림, 마치 장난감 같은 초록색 버스가 등장했다. 30분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숙명여대 밴드 Destihy 단원들은 버스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 버스는 바로 외식업체 베니건스의 음식들을 싣고 온 도시락버스다. Destiny는 베니건스가 현재 진행중인 이벤트 ‘오, 베니건스 도시락 버스’에 당첨돼 음식들을 배달 받았다. 베니건스는 현재 한 포탈사이트에 개설된 베니건스 까페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단체에 매주 공짜 도시락을 전달해주고 있다. 숙대 Destiny 외에도 성신여대 법학과 새내기, 한양대 힙합동아리 SD가 이 도시락 버스를 제공 받았다. “값비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공짜로 먹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까페에는 당첨자들의 만족스런 소감들로 가득하다.

동아리가 원하는 것, 기업이 책임집니다.

고려대학교 마술 동아리 미스디렉션의 동아리방은 지난 달 새롭게 리모델링 됐다. 현재 효성이 진행하고 있는 'Change Your Campus'라는 대학 지원 캠페인에 당첨된 덕분이다. “칙칙했던 동방이 화사하게 변하고, 전신 거울이 생겨 연습하기에도 더 좋아요” 동아리 단원 김경원(20)씨는 바뀐 동아리방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 효성의 대학 문화 지원 캠페인(위) 하이트의 FunFun 이벤트(아래)

대학생 지원 이벤트는 주류, 음료업계가 발 빠르게 앞장 서 왔다. 하이트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93년부터 시작해왔다. 매년 OT, MT, 축제 때마다 회사 상품을 대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왔다. 하이트는 지난 3월, ‘2006 하이트 Fun T 이벤트’에 응모한 학생회 동아리 중 심사를 거쳐 신입생 OT, MT의 인원 수송 및 콘도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또 지난달까지 동아리 사진이벤트에 당선된 동아리에 맥주10박스 등 많은 경품을 제공했다. 베이커리 전문점인 미고 이대점은 매학기마다 동아리 지원예산을 따로 책정한다. 행사 팜플렛 등에 미고를 소개해 주는 조건으로 이화여대 동아리에 지원금을 주는 것이다.

학교의 지원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대학의 학생회, 과, 동아리들이 외부에 도움을 신청해 지원을 받으려 한다. 하이트 행사를 진행한 대학내일 프로모션팀의 홍성애씨는 요즘 다양한 기업에서 대학동아리 지원 이벤트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며 “하이트 이벤트에 전국적으로 만 명이상이 신청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효성 홍보팀의 손승현 씨는 이번 리모델링 이벤트에 “4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1차 응모에 약 70여개의 대학단체들이 응모했다”며 생각보다 낙후된 대학 과방과 동아리 방이 많았다고 했다.

외부 기업으로부터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학교에서 각 과나 동아리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효성 이벤트 2번째 당첨 대상인 경기대 외식조리학과의 경종찬 씨는 “조리실습실이 워낙 오래되고 더러워서 청소를 해도 깨끗해지지 않아 학교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 학교 측에서는 미루기만 했단다. 리모델링이 완료된 고려대 마술동아리 미스디렉션의 사정도 이와 같았다. 동아리연합회를 통해 학교에 수차례 리모델링 작업을 요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아리연합회는 매주 10건 이상 들어오는 동아리 지원에 관한 접수를 학생처 시설과에 전달한다. 동아리연합회 신재석씨(20)는 “접수가 들어오면 빠짐없이 학교측에 전달하지만, 실제로 개선되기 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대부분 잘 되지 않는다”며 학교측이 동아리 지원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대학생의 win win 전략

대학생들은 현재는 학생의 신분이지만, 곧 사회에 나가게 될 잠재 구매층이다. 기업들은 미래의 예비고객들을 잡고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이트 맥주 기업문화실의 최용훈 씨는 “성인이 된 대학생들은 모임 등을 통해 술을 접하게 되는데 이때 마신 술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곧 이들이 우리 맥주의 heavy user* 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속적으로 동아리 OT와 MT 때 대학생에게 공짜로 맥주를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효성의 리모델링 캠페인 당첨자 경종찬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효성이란 기업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과 회사들은 대학생들에게 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노력한다. 브랜드 홍보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즐겁게 해택을 받고 기업은 홍보 효과를 높이고. 모두에게 긍정적인 거 아닌가요?” 베니건스 이벤트 당첨자 이설아(20, 대학생)씨의 말이다. 그러나 미고의 점포관리팀 민윤수씨는 이대점 동아리 지원 행사에 대해 “학교앞에 있는 점포인만큼 학생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하는 행사다”라며  홍보효과보다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어했다. 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차희원 교수는 “기업의 대학생 지원 행사들은 기업 홍보효과를 높이고 대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win win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동아리 방을 고쳐준다는 등의 목적이 분명한 캠페인들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요청하세요

▲ 미고의 동아리 지원
어느 새 기업들은 장학금, 건물설립등 공식적인 지원뿐 아니라 대학생 단체 지원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에서 필요한 것을 제공받음으로써 해당기업에 대한 친근감을 높여 가고 있다. 낡은 동아리 방을 바꾸고 싶고, 신입생 환영회를 해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 고민인 대학생들! 기업의 지원 이벤트와 캠페인에 도움을 요청해 보는건 어떨까? 

*heavy user : 흔히 소수의 사람이나 계층이 어떤 제품을 많이 쓰는 일이 있는데, 이런 경우 그러한 층을 헤비유저(heavy user)라고 한다. 제품판매에 있어 이러한 층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자사 제품을 쓰도록 하는 것이 광고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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