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개월. 이제 두번째 앨범을 내는 록 밴드의 트랜스 픽션의 1집 후 2집을 내기까지의 공백 기간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가수들이 등장하고 또 금방 잊혀져가는 가요계에 배짱 있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트랜스픽션. 2집 앨범을 내고 타이틀곡 ‘Time to Say Goodbye' 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들을 일산의 한 공개방송 현장에서 만났다.

“트랜스픽션 노래 정말 좋아하는데, 도대체 언제 나오나요?”, “혹시 해체한 건 아닌가요?”
포털 사이트에서 트랜스픽션을 검색하자 2집 앨범이 나오기 전 그들의 근황을 묻는 질문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해랑(보컬) 손동욱(베이스) 전호진(리드기타) 오천기(드럼) 1978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지난 2002년 10월 타이틀곡 ‘내게 돌아와’등이 담긴 데뷔앨범을 발표했다. 1집 앨범은 탄탄한 연주력과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해랑의 독특한 창법으로 록밴드로서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1집의 성공, 그 후 3년 6개월

▲ 전호진(기타), 오천기(드럼), 해랑(보컬), 손동욱(베이스)
해랑과 동욱, 호진과 천기는 각각 중학교 동창이었다. 홍대 클럽에서 이렇게 둘씩 서로 다른 두 밴드에서 활동했었다. 2000년, 이들은 자주 상대편의 무대를 보게 되었고 서로에게 이끌려 한 팀이 되었다. “음악 성격이 다른 두 팀이 합쳐진 만큼, 주도권 다툼 같은 문제가 발생 했죠(동욱)” 음악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데뷔앨범을 냈단다. 1집에 대한 평가가 전문가들과 팬들에게 매우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1집 앨범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부족했어요(해랑)” “급하게 내다보니 유행에 맞춰 앨범을 내게 된 거 같아요(호진)” 앨범에 대한 멤버들의 불만족, 팀워크의 부족. 1집 활동 후 곪아 있던 이 모든 것이 터져버렸다.

1집의 성공으로, 자연스레 2집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높아졌지만, 1년 2년을 넘어 3년이 넘어가도 나오지 새 앨범 소식은 접할 수가 없었다. 트랜스픽션은 이렇게 잊혀져가는 듯했다. “과도기였다고나 할까요?(동욱)” “1집을 내고 난 후, 서로 간의 마찰이 좀 많았어요. (해랑)” 이들은 모두가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강했고, 그만큼 각자의 개성도 뚜렷했다. 긴 공백시간동안 멤버들은 많은 방황을 했다. 서로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함께 음악을 해 나가기 위한 합의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 멤버는 중간에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어려움의 시간을 이들 넷은 인간적으로 풀어나갔다. “같이 생활하고 싸우면서 서로 성격을 알아갔어요. 터놓고 얘기하다 보니까 점점 해결점이 보이더라고요.(해랑)” 해결의 실마리는 음악에 대한 마음가짐 이었다. “동갑내기인 우리들이 음악을 시작했을 당시 좋아했던 음악이 같았고, 결국은 추구하는 음악스타일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동욱)” 그제야 멤버들은 2집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2집 ‘하드앤 헤비’를 말하자면

2집 '하드앤 헤비‘는 발매 2틀 만에 처음 찍어낸 물량 2천 500장이 다 팔려나갔다.  

▲ 사진제공 : 롤링홀 엔터테인먼트
  불황인 가요계에서 더구나 록밴드의 앨범 판매량으로는 기대이상의 결과이다. 오랜 갈등과 방황을 이겨내고 만든 앨범인 만큼 멤버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1집 때에 비해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생각 합니다.(호진)” 트랜스픽션 멤버들은 2집앨범을 통해 자신들이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의 순수한 감성을 곡에 녹여내고자 했다. “우리는 80년대에 학시절을 보내면서 Guns N' Rose나 메탈리카 등의 앨범을 들으면서 음악을 하고자 하는 꿈을 키웠어요.” 바로 이 80년대 락의 모토가 hard & heavy 였단다. 락의 대부로 불리는 신대철씨는 ’자신의 라이벌은 바로 트랜스픽션‘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들의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음악적 순수성과 현실 사이 

트랜스픽션의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인기를 얻기 전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성공한 언더출신 밴드들 대부분이 그렇듯 눈물겨웠던 언더밴드의 사연이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이들의 대답은 달랐다. “그때는 나이도 어렸던 만큼 정말 순수했던 거 같아요. 항상 꿈꿔왔던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한국에서 언더밴드로 음악을 해나간다는 것이 금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힘들지 않았을 리 없다. “차비가 없으면 걸어가면 되죠.(동욱)” “상황은 분명 힘들었지만 음악을 한다는 기쁨이 더 컸어요.” 보컬 해랑의 말이다.

트랜스픽션은 1집을 내면서 언더밴드에서 벗어났다. 기획사에 소속되어 제작자와 매니저를 두게 되었다. 당연히 방송에 나가야 하고, 음악적으로도 적적할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인디밴드는 매니아만을 맞춰 가면 되죠.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거든요.(해랑)”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타이틀곡이 다소 부드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의 100%를 보여주고 싶어요

“일본이나 미국 같이 인디와 언더시장이 탄탄해서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대로만 곡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호진)” 일본에서는 남의 곡만 카피하는 카피밴드도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 생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란다. “미국의 지방밴드가 우리나라의 꽤 유명한 밴드보다 더 사정이 좋아요.(천기)” 순수하게 트랜스픽션 이들이 온전히 하고 싶은 음악만을 추구하다가는 음악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온다.

▲ 사진제공 : 롤링홀 엔터테인먼트
락밴드는 라이브 공연을 통해서 자신들의 음악적 에너지를 대중들에게 보여준다. 댄스 가수 위주의 TV 음악방송 환경은 락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위한 음악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반주만 틀어놓고 연주하는 시늉만 해요. 팔다리가 다 잘린 채로 공연 하는 기분이에요.” 이것은 고질적인 문제지만,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느끼는 가장 멋있는 모습, 바로 라이브 공연을 하는 모습을 대중한테 보여주고 싶습니다.(동욱)”

Nothing is Impossible

난 내가 원한 그대로 그 길을 뚫고 가겠어-1집 Get in on 중
두 번 다시 피하지는 않겠어 또 다시 쓰러져도 이렇게 일어서서 가는 거야-1집 Good day 중
인생은 단 한번뿐 니가 원한 걸 가져가 - 2집 Back on the Beat 중
아무리 불가능 할지라도 세상과 맞서가리- 2집 Nothing is impossible 중
 

음악을 하면서 줄곧 세상과 현실에 부딪쳐 왔다. “너넨 안 돼”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다. 1,2집에 수록된 곡 가사 속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이들의 외침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슈퍼스타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단다. “우리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꾸준히 ‘트랜스픽션’의 이름으로 앨범을 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 해랑의 말이다. “야 솔직히 말해, 사실 지금 가장 바라는 건 2집 앨범이 좀 많이 나갔으면 하는 거잖아?” 라고 천기가 불쑥 한마디를 던지자 모두들 “사실 그래요”하고 밝게 웃는다.  지금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냐는 뻔한 질문을 해보았다. “물론이죠. 즐겁고 행복해요.(동욱)” “음악을 한다는 건, 산소 같은 거죠.(해랑)” 산소 없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없다. 음악 없이 살아갈 수 없는 4명의 동갑내기. 그들은 바로 ‘트랜스픽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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