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1월 부산에서 APEC이 열렸다. 미국 부시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유명 기업의 CEO들이 부산을 방문했다.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깔끔한 정장을 입고 동분서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제회의전문가들이다. 국제회의전문가 김미정(27)씨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제회의전문가는

▲ 국제회의전문가 김미정씨
국제회의 전문가 3년차인 김미정씨는 KIM'S TRAVEL PCO*에 근무하면서 15개의 크고 작은 국제 학술 대회 및 행사들을 맡았다. 2005년 행자부가 주관한 정부혁신 세계포럼, APEC CEO Summit, 스포츠 어코드 등이 대표적이다. 2000년,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 센터가 완공되고 ASEM 회의 같은 큰 규모의 행사가 처음 개최됐다. 이때부터 차츰 컨벤션 사업과 국제회의전문가의 분야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김미정씨는 업계에서 중견급에 속한다. 김미정 씨는 “각 대학교에는 그때부터 국제회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컨벤션 학과와 강좌가 별도로 개설됐고 2003년에 ‘국제회의전문가 자격증’이 생겼죠” 라며 국제회의전문가 영역이 생겨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국제회의 준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김미정씨가 일하는 PCO에서는 국제회의를 위한 모든 준비 과정을 대행한다. 국제 행사 개최지가 한국으로 결정되면 행사 관련 사무국이 결성된다. 이 곳에서는 PCO들의 제안서를 보고 행사를 맡을 PCO를 선정한다.  PCO의 일은 행사 개최 약 1년 전부터 시작된다. 약 8개월 전부터는 참가할 국제 손님을 등록한다. 등록 과정에서 손님들과 1:1로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기 때문에 개개인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 등록명단을 확인하면서 국제회의를 악용하려는 사람도 가려낸다. “SPOEX 행사 때 어떤  분이 회의에 참석하려고 왔는데 초청 명단에 없어 확인해 보니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오려고 했던 것이었어요.” 행사 개최 6개월 전에는 손님들이 묵을 호텔 등 숙박 시설을 알아보고 3개월 전에는 비행기 티켓 등 그들의 차편을 준비 한다. 국제행사가 임박했을 때는 회의장에 논문과 자료들을 준비하고 발표 할 때 기술적인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점검 한다. “논문을 CD로 만들고 파일을 열었을 때 깨지지는 않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죠.” 각각의 국제회의전문가는 이 모든 과정을 모두 맡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만 맡아 총괄한다. 현재 김미정 씨는 오는 8월에 일주일 동안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릴 국제원예학대회에서 손님 등록을 책임지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르다

▲ 김미정씨가 준비한 국제회의들
 국제회의전문가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인다. 그 속에는 고된 과정과 전문가들의 노력이 숨겨져 있다. “폼 나잖아요. 맨날 멋진 정장입고 외국인들과 얘기하고. 처음엔 그런 줄로만 알았죠.”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풀타임 근무와 야근까지 해야 한다. 실제로 국제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일반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조건에 결코 뒤지지 않지만 연봉은 대기업보다 적다.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컨벤션사업은 일종의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PCO 들은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없어요.”  김미정 씨는 정부가 지원을 확실히 해줘야 질 높은 국제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이 힘들지만 좋아서 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단다.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를 직접 만났을 때의 즐거움과 치열한 준비 끝에 세팅된 회의장을 볼 때의 뿌듯함, 회의가 끝나고 해냈다는 성취감 등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국제행사는 정해진 날짜에 반드시 열려야 하잖아요. 즉 데드라인이 있는 셈이죠.” 행사 준비기간동안 열심히 일하고 회의가 열리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결과를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이것이 김미정씨가 말하는 국제회의전문가 일의 매력이다.

인내와 배려심이 가장 중요

한국에서 유치하는 국제행사가 많아지면서 국제회의전문가의 위상 또한 높아지고 있다. “국제회의전문가의 일은 마치 밥상을 차리는 일과 같아요. 우리가 정성껏 차려놓은 밥상에서 외국 손님들은 밥을 먹는 것이죠.” 김미정씨는 회의에 참석한 손님들이 무사히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 2005 APEC CEO Summit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 손님들에게는 국제회의전문가의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의 이미지가 된다. “국제회의전문가는 민간외교관 같은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제가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죠.” 국제회의전문가는 일대일로 외국 손님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손님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할 뿐 아니라 그들의 개인 정보를 관리해야 하므로 꼼꼼해야 한다. 김미정씨는 국제회의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자격증이나 외국어 능력보다는 각종 국제행사에서 봉사를 하며 실무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또 국제회의전문가를 꿈꾸는 대학생에게 “등록, 수송, 회의장 업무 등 각 분야별로 한번 씩만 자원봉사를 해봐도 이 일의 큰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라고 설명한다. 영어회화 때문에 국제회의전문가가 되기를 망설이는 대학생이 있다면 희망을 가지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내와 배려심이라지 않는가?

 

*PCO
PCO는 국제회의 전문용역업체로서 각종 국제회의  개최 관련 업무를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위임받아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대행해줌으로써 회의 개최에 따른 인력과 예산의 효율적 관리와 자금의 절약, 세련된 회의 진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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