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기획사의 명함을 건네받는 것으로만 연예인이 되던 시대는 갔다. 요즘은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데뷔를 한다. 현재 연예인 지망생들은 TV에 출연해 드라마 주연 혹은 가수 데뷔 등의 자리를 놓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시청자들의 참여가 이들의 당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이 새롭다. 

스타로 만들어 드립니다

현재 SBS는 JYP 엔터테인먼트(대표:박진영)와 합작으로 신인 스타를 선발하는 <슈퍼스타 서바이벌>을 방영중이다. 사전 오디션에서 국내 7개 도시와 미주 5개 도시를 순회하며 12인의 후보를 선발한 방식이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주로 중․고등학생들인 후보들은 매 주마다 연기나 노래, 춤 등 다양한 재주를 선보이며 대결한다. 박진영과 탤런트 이혜영, 영화감독 오기환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평가와 시청자들의 인터넷 투표 결과로 점수가 매겨진다. 모두 10회에 걸쳐 방송되며 한 주에 한 명씩 탈락하는 과정에서 후보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감정변화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다. SBS 이충용 국장은 이는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았던 장르라며 “스타의 발굴에서부터 데뷔까지의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승자는 2~3개월 내에 JYP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앨범을 내고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놓고 출연자들이 경쟁을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있다. 지상파 방송으로는 최초로 제작된 KBS의 <서바이벌 스타오디션>. 이 대결의 우승자는 오는 6월 방송예정인 드라마 ‘청춘어람(가제)’의 주연을 맡게 된다. 2700명의 지원자 중 뽑힌 10명의 도전자들은 6주 동안 각기 다른 장르의 연기를 펼치며 경쟁한다. 이 프로그램 역시 시청자들의 ARS 투표(40%)와 인터넷 참여(20%), 심사위원단 점수(40%)를 통해 최후의 승자를 가린다.

일관성 있는 평가의 부재

이 두 프로그램의 진행방식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초인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비슷하다. 우승자에게 앨범을 내주는 시리즈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터라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 몇 년 전부터 케이블 TV에서는 요리사, 탤런트, 가수나 모델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를 발굴하는 외국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을 방영했다. 온스타일의 <도전, 슈퍼모델>과 <프로젝트 런웨이>는 각각 유명 모델 타이라 뱅크스와 하이디 클룸이 제작과 진행을 맡아 더욱 주목을 받았다. 높아지는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다른 케이블 방송을 비롯한 공중파 방송사들도 프로그램의 수와 종류도 늘리고 시즌별로 방송하기에 이르렀다.

▲ <스타오디션>
서바이벌 스타메이킹 프로그램들은 시청자가 스타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선발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청자 김동진씨는 “가능성 있는 후보를 시청자가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그 운영방식에서는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바로 심사위원단들의 평가가 감정적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주철환 교수는 “비교적 일관성 있는 평가를 하는 외국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심사위원의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에 의해 탈락자가 선정된다”고 지적했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서는 심사위원들이 각 후보의 장단점을 평가해주는 시간이 있다. 이 때 심사위원들은 각각의 후보에게 조언하기 보다는 다른 후보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평가를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샀다. 또 심사위원들이 “후보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는 식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평가를 대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실력보다는 외모가 경쟁력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계속 생겨나면서 청소년들에게 대대적으로 ‘연예인이 되라’고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주철환교수는 “TV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길러주는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락자 선정의 기준이 분명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시청자 변주선(22, 대학생)씨는 “결국에는 실력이 아니라 외모가 출중한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 아니냐”며 “사회에 만연해있는 외모지상주의를 TV가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프로그램 운영의 투명성 역시 의심받는다. 최근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서는 한 참가자가 자신은 다음 주에도 계속 출연할 것이라고 장담한 발언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탈락자가 미리 정해진 채로 경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TV출연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데뷔 기회를 주는 것은 ‘개방형’ 캐스팅의 문을 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몇 년 전 TV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악동클럽’과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승자를 선정하는 명확한 기준과 공정한 평가방식으로 대회 끝에는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실력 있는 갖춘 스타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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