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한민국 지방신문은 춘추전국시대다. 한 지방자치단체 안에서 발행되는 일간지와 주간지를 합치면 최대 10개도 넘는다. 좁은 지역 안에서 지방신문들이 난립하니 발전하기 힘들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문사에서는 급료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신문발행이 불규칙하다. 기자가 지방 정치 세력과 유착관계에 있는 신문사도 있어, 전체 지방신문의 위상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현재의 문제점을 타개하고 미래 지방신문이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연합이 만들어졌다. ‘한국지방신문협회’와 ‘전국지방신문협회’가 그것. 지난 3월9일에는 한국지방신문협회의 회장에 조준호(71. 현 대전일보 사장)씨가 선출되었다. 그를 만나 지방신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지협? 전지협?

조준호씨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지방신문협회는 모두 한국신문협회에 가입돼 있는 지방신문들의 모임이다. 신문 발행기간이 3년을 넘어야 하며 연합통신 등과 뉴스제공계약이 돼있어야 한다. 부산일보, 광주일보 등 1도 1사* 시절부터 있었던 지방신문들이 대부분이다. “우호적 협조관계에 있습니다. IMF때 철수했지만 공동으로 해외 특파원을 보내기도 했었죠.” 한편 전국지방신문협회는 1987년 언론 허가가 등록제로 바뀌면서 생긴 신문들이 모여 만들어진 협회다. 강원도민일보, 경남도민일보 등이 있다. 지방신문협회에서는 정보교환은 물론이고 칼럼 공동제작, 지방신문 발전에 대한 공동논의를 하는 등 지방사회의 거울 노릇을 톡톡히 한다.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그리고 다시 신문으로

조준호씨가 대학교를 졸업할 당시 기자라는 직업은 인기보다는 오히려 기피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과감히 기자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단다. 1980년, 언론통폐합이 실시되면서 정치인들과 가까이 지내는 기자, 또 5공화국을 따르지 않는 기자는 언론사를 그만둬야 했다. 대전일보 기자생활 당시 국회 출입 기자생활을 하며 정치인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던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7여년의 휴식기를 거친 그는 87년 6?29 선언 이후 신 민주공화당의 대변인으로 시작해 2002년 2월까지 15년 정당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2년 4월 대전일보 사장직을 맡으면서 언론인으로 돌아왔다. “바깥바람 조금 쏘였다고 생각합니다.”

조준호씨는 한 당의 이익을 우선 생각해야하는 정당인과 공정한 시각을 유지해야하는 언론인을 모두 경험했다. 하지만 그는 이 둘에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언론인과 정치인 모두 궁극적으로 국가와 국민 생활의 발전을 위해 활동한다는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연마를 통해 올바른 식견을 갖추고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거죠.”

그는 언론인에게 가장 강조되어야할 덕목은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이라 생각한단다. “모르고 하는 잘못이라도 언론인이라면 10에서 8로, 8에서 6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해야함은 기본이다. “저는 정신적으로는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항상 노력했습니다”라고 조준호씨는 말한다.


지방신문, 내일은 맑음

98년 지방자치가 시작되기 전, 정부의 정책이 획일적일 때는 지방민들이 중앙지를 읽어도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자치 시대다. 지역의 실정에 맞는,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때 적지 않은 지방신문들이 종합면에 중앙정치와 관련된 내용을 싣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중앙지적인 성격을 띠는 지방지에 대해 조준호씨는 “그들 나름대로 저널리즘에 대한 의지와 철학을 가지고 있겠지만 지방신문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전일보의 경우 지역소식과 중앙소식이 보통 7:3의 비율입니다. 또 중앙에 관련된 일은 중요해도 2, 3면에 게재 합니다”라며 지역 중심적인 틀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작년 5월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전일보는 충청지방에서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유력 중앙 일간지를 누르고 영향력 1위의 신문으로 꼽혔다.

곧 5.31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지방신문은 흑색선거, 허위공약, 금품거래 등의 불법선거를 감시해야할 책임이 있다. 대전일보에는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다루겠다는 내용의 사설이 이미 몇 차례 게재됐다. “아직 후보 확정이 안 됐지만 후보가 결정되면 공약에 대한 검토를 전문가와 함께하려고 합니다.” 지방신문협회와도 연계해 후보들을 함께 평가할 예정이다. 더 나은 지방선거를 위한 지방신문의 지킴이, 조준호씨의 어깨가 무겁다.
 

*1도 1사 : 5공화국 시절 1도에 신문사 1개만이 존재했던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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