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미쳐 지연이요 클릭하면 튕김이요 /10초 만에 인원제한이요 석 삼년을 살고 나니, 전공과목 못 들어서 교양학부생 다 되었네 /실습비 50만원 매학기 넣어도 실습 한 번 못 들었네’  이화이언*에서 화제가 된 시집살이 민요 가사를 차용해 만든 '수강신청가사'이다. 매년 반복되는 수강신청 전쟁. 학생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골치가 아프다.

수강신청 천태만상

정지연(25,이화여대)씨는 수강신청 날 가족들을 컴퓨터 앞에 불러 모았다. 이번 학기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서다. 수강신청 홈페이지에 동시접속이 가능해 여러 사람과 수강신청을 분배해서 할 수 있다. 동시 접속은 같은 학번을 가지고 여러 사람이 같은 시간에 접속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원하는 수업을 신청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원하는 수업을 듣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에요.” 서울대 전자공학과 정지훈(25)씨는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하고 있다. 매 학기 수강신청 변경 기간에는 경영학과 교수님께 찾아간다. “경영학과 수업을 워낙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다 보니 신청이 안 되서 교수님께 직접 부탁하러 가요” 라며 듣게 될 수 있을지 걱정이란다. 오프라인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경우도 온라인 수강신청 만큼 치열하다. “영어 수업 신청하려고 새벽 5시 반부터 줄서서 기다렸어요. 190명 정원인데 이미 160명이 신청했더라고요.” 이유진(22, 서울여대)씨는 2시간을 기다린 끝에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싼 값에 수업을 들으려면 복수전공생이 되라?

이화여대 패션디자인과 신지윤(24)씨는 지난해 전공과목을 듣지 못했다. “30명 정원 수업인데 타 전공생들이 많아 못 들었어요. 시설이용비라는 명목으로 비싼 등록금을 내는데 복수 전공생들한테 밀리다니 당황스럽죠.” 주전공생입장에서는 ‘시설이용비’를 내지 않고 수업을 듣는 복수전공생들이 못마땅하다. 국민대 미술학부 경우도 타전공생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원하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수강신청을 먼저 하는 사람이 우선이다. 홍대 미대 경우는 타전공생들을 아예 받지 않는다. “같은 미대 안에서도 타 전공생을 받지 않아요. 시각디자인과 학생은 산업디자인과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식이죠.” 지난해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이주연(26)씨의 말이다. 경희대 호텔 관광학부에서는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타 전공생이나 복수전공생들에게 실습비를 따로 받기도 한다. 호텔 경영학과 담당자는 “과목에 따라 다르지만 몇몇 과목은 타 전공생의 수강을 막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실습과목에 대한 학교 규정은 천차만별이다. 원하는 수업을 못 듣는 타 전공생들은 학생의 권리가 무시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주 전공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전공수업을 듣는 것이 어려운 것에 대해서 호소한다.


수강신청에 관한 몇 가지 문제들

 

수강 신청 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에 동시 접속을 하면 서버 속도가 느려져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 한재석(24, 성균관대)씨는 “동시 접속 할 수 있는지 몰랐는데 왠지 당한 기분이 들어 억울하네요.”라고 말한다. 또 인기 있는 전공학과에 많은 학생들이 몰리면 주전공생들이 수업 신청하는데 어렵다. 그렇다고 부, 복수 전공생들을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화여대 교무처에서는 “원칙은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이고 부, 복수 전공생들까지 고려해서 반을 개설 한다”고 말하지만 그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서히 변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올해부터 수강신청시스템을 바꿨다. 동시접속을 금지하고 수강신청 두 시간 전부터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동시접속의 금지를 학생자치단체를 통해 정식으로 요구해 바꾸게 됐습니다” 교무처 이종숙씨의 말이다. 김수지(24)씨는 “예전엔 학수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됐지만 이제는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놓고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클릭만 하면 되요. 한 결 간편해 졌습니다” 라며 바뀐 시스템에 대해 만족을 나타냈다. 한편 이화여대 교무처는 동시접속에 대해 “개선을 위해 정보 통신처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복수전공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경영학과. 각 대학의 경영학과들은 늘 넘치는 타 전공생들로 인해 문제를 겪는다. 서울대 경영학과는 주 전공학생이 수업을 듣지 못해 불만을 터뜨리자 지난해부터 주 전공생반을 늘리고 타전공생이 들을 수 있는 반을 줄였다. 주 전공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고려대 경영학과는 전년도 수업의 수요를 바탕으로 반을 개설한다. 경영학과 담당자는 “부 복수전공생들을 포함한 인원을 고려해 반을 개설합니다. 수강 신청이 3차 까지 진행되는데 1차 때는 주전공생만 신청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주 전공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타 전공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학교 측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고 있지 못하다.

수강신청 개선, 학교와 학생이 함께 노력해야 할 일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을 들을 권리가 있고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 줄 의무가 있다.  학교전산시스템의 문제나 기자재의 부족 때문이라는 학교 측의 입장은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동시에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나서지 않는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다.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박성희 교수는 “학생들은 매 학기 수강신청에 대한 불평을 하고 있는데 그것의 개선을 위해 왜 주장하고 있지 않은 지 묻고 싶다. 교수들이 먼저 나설 수는 없지 않은가" 라며 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학교 측에 문제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하는 수업을 들을 권리를 찾기 위해 학교와 학생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화이언: 이화여대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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