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를 받는 약사가 크게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 12명이었던 기타 상품 전문 소매업의 보건의료직 실업급여 수급자는 작년 1361명. 5년 만에 113배 늘었다.

고용정보원 김두순 연구원은 “기타 상품 전문 소매업에는 의약품, 화장품, 방향제 판매업 등이 포함된다”며 “보건의료직이 종사할 만한 업종은 의약품 판매업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방 약국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경기 수원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장섭 씨(67)는 코로나 확산 시기에 처방 환자 감소로 직원을 줄였다. 작년부터 다시 환자가 늘면서 일손이 부족해졌다. 파트타임 약사를 아직 구하지 못해 혼자 일을 하고 있다.

정 씨는 “약사들이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일정 기간만 채우고 일을 관두는 이유는 마음만 먹으면 나를 받아줄 약국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아 때문에 일을 잠시 쉬던 경력단절 약사에게 부탁해 영업을 계속 하는 중이다.

일부 약사는 일을 그만두면서 퇴사 사유를 바꿔 달라고 요구한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이직확인서에 퇴사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약국에서는 작년 12월 약사가 퇴사 사유를 계약만료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때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지선 씨는 “약사가 1년 안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이직이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김건우 홍보부장은 “약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과 달리 오래 일한다고 급여가 오르지 않는다”면서 “실업급여 수급은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방 약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약국 구인 플랫폼인 팜리쿠르트에 따르면 지방 약국은 정착 지원금과 숙소 제공을 내걸고 약사를 구한다.

강원 원주시의 약국은 주 5일 풀타임으로 일할 약사를 뽑기 위해 정착 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시의 약국은 구인 공고에 “제주도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다”면서 “숙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라고 써놓았다.

강원 강릉시의 약국도 숙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건우 홍보부장은 “지방에 있는 약국은 수도권보다 좋은 처우나 조건을 내걸어도 약사가 선호하지 않아서 구인난이 더 심하다”라고 말했다. 약대 5학년생 정준석 씨(27)는 “졸업생 중 60%가 근무 약사로 빠진다”면서 “대부분 수도권 근무를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 제주 서귀포시의 약국이 올린 구인 공고(출처=팜리쿠르트 홈페이지)
▲ 제주 서귀포시의 약국이 올린 구인 공고(출처=팜리쿠르트 홈페이지)

대안도 마땅치 않다. 일반 근로자와 달리 면허제인 전문직의 재취업이 비교적 쉽다고 해서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전문직이어도 약국 등 사업장에 고용되면 일반 근로자와 똑같이 4대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와 근로소득세를 납부한다.

노동 사건을 주로 다루는 이기쁨 노무사는 “법적으로 고용된 전문직도 4대 보험료를 내고 세금을 납부하는 근로자다. 급여가 높아서 더 많이 내는 경향도 있다”며 “직종별 차등을 두면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특별 단속이 아니면 대부분 신고를 통해 적발한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퇴사 사유를 임의로 바꿨다면 누군가는 신고를 해야 단속이 가능하다. 모든 부정수급을 단속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기쁨 노무사는 “한 달에 관련 상담만 5건이 넘게 들어올 만큼 실업급여 부정수급 사건이 많지만, 노동청 내사 단계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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